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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Oct 20. 2015

이별 시작

그동안 참 고맙고 미웠던 그대들.

담당하고 있던 작가들에게 하나둘씩 소식을 전하는 중이다. 사람의 정이란 게 무서워서, 처음 본 것이 고작 3년 전인 O와 J에게 인사를 할 때엔 눈물이 핑 돌았다. 오래 담당하다가 공백을 두고 다시 담당을 맡았던 H는 담담하게 내게 꽤 비싼 회정식을 사주었다. 다시 못 볼 거라 호언장담하며 떠났다가 돌아오는 뻘쭘함을 잘 아는 나는 "절대로"라는 말은 아꼈지만 이렇게 부대끼는 특별한 사이로 다시 만날 확률이 낮은 것은 매우 사실이다.


J와 밥을 맛있게 먹고 후임자를 소개하고 각자 재미있게 본 드라마 얘기를 했다. 샐러드바 타입인 식당에서 나와서 J가 유학 갈 때 썼던 이민가방을 받으러 그녀의 집까지 걸어갔다. 아파트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낯선 풍경을 보며 후배 기자와 일본어 번역과 라노베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아주 훌륭한 가방과 함께 그녀가 돌아왔다.


올라가야 할 시간 계산에 J의 마감 걱정에 그 자리에서 택시를 잽싸게 타고 헤어졌다. 창밖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 얼굴을 보니 차 한잔 포옹 한 번 나누지 못한 내 계산이 후회스러워졌다.


나는 항상 그렇다. 그리고 항상 후회한다. 부피와 무게가 상당한 이민가방을 안고 낑낑대며 집으로 가는 길 내내, 그 사람을 안아주며 인사할 걸 그랬다고 계속 생각했다.


서산에서 우리 집까진 3시간 47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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