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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Nov 12. 2015

이동장을 찾는 모험

델타항공 너네 치사한 듯 ㅠ_ㅠ

항공사와 날짜를 정했다. 항공사는 미국 국적기인 델타다. 두 가지 이유로 정했는데 1. 미국 국내에서 환승하기에는 미국 국적기가 유리할 것 같아서(렉싱턴은 직항 따위 없음 ㅋ) 2. 반려견 동반에 있어서도 미국 항공기 쪽이 더 배려가 있을 것 같아서.


날짜, 시간을 모두 정한 후에 비행기 예약에 우리 개를 얹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사람들이 워낙 개를 데리고 출국하는 일이 드문지라, 우리를 담당하는 여행사 직원이 아무것도 경험도 없고 지식도 없었다. 애초에 "개를 데리고 간다구요?" 뭐 이런 반응이니, 거의 도움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 그(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델타항공으로 전화 상담을 하려고 했다. 번역투가 분명한 홈페이지는 정말로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았고, 모르면 모를수록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 내 철칙이다. 그런데 여기부터 대박.... 델타항공 홈페이지에서 '한국 상담 전화번호'를 찾는 것이 더럽게 힘들었다!!!! 온갖 메뉴를 다 뒤진 끝에 전화번호가 나왔는데 이게 정말로 한국에서 사용하는 전화번호인가? 싶은 희한한 번호였다. 나만 의심하는 건지 궁금하니 모두 함께 봤으면 좋겠다. 그 번호는 (띄어쓰기까지 그대로 쓰겠음)


00798 65 1753 8


.....??

.......??

정말로 반드시 해야 하는 통화인데 이 번호로 될까? 상담시간인 익일 오전 9시가 될 때까지 정말 떨었다. 두근거리며 전화를 걸자... 멀쩡하게 전화 성공!! 몇 가지 ARS 단계를 거치자 약간 기묘한 말투의, 빠르고 사무적인데 상냥하지는 않고 어쩐지 어색한 억양이 있는 여자가 상담원으로 연결되었다.


개를 데리고 가기 위해 검색질을 해서 내가 알고 있는 반려견 기내 동반에 관한 룰은 무게와 사이즈 제한이 있다는 것, 객실에 들일 수 있는 동물의 숫자에도 제한이 있다는 것 정도다. 나는 아주 정확한 지침으로 만에 하나 내 개가 공항에서 버려지는 일은 막아야 했기 때문에 미리 메모해놓은 사항들을 집요하게 확인했다.

확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어디까지나 델타!)

1. 개의 건강 증명서를 가지고 카운터로 와서 편도 200불을 현장에서 별도 지불하고(인천공항에서는 원화 지불 가능) 기내 탑승을 시킬 수 있다. 이 요금은 디트로이트에서 환승을 하고 목적지 렉싱턴까지 갈 때까지의 모든 요금이다. 

2. 개의 무게는 상관없지만 기내에 들고 타는 이동장은 좌석 아래에 들어가는 크기여야 한다. 그 크기가 엄청 작다. ㅠ_ㅠ 길이가 15인치, 높이가 10인치다. 하드 소재이든 소프트 소재이든 상관없지만 크기가 중요하다.

분명히 이동장에 대한 규정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에 대해선 말을 안 해주길래 내가 물어봤다. 환기가 되는 면의 갯수 같은 것이 정해져 있을 거라고. 그랬더니 상담원이 한참 확인을 위해 기다리게 한 다음에 알려줬다.

3. 이동장의 두 면이 통풍되어야 하며, 방수되어야 한다.


통화를 마친 후 다시 한번 검역사무실에도 전화를 해서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 번에 체크하지 못한 아주 중요한 사항을 확인했다! 건강검진은 가기 2주일 전쯤에, 출발이 임박했을 때 하는 것이었다!! 이번 주말에 미리 해두려고 했는데 망할 뻔;; 이번에 전화를 받으신 분은 아주 친절한 여직원이셨는데, 검역사무실의 위치에 대해서도 이번에 물어봐두었다. 인천공항 구내에 있어서 밖으로 찾아갈 필요가 없다고. 한 시간 정도만 더 여유를 두고 오면 될 것 같다는 얘기였다. 감사합니다. 


두 통의 전화질을 마치자마자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부랴부랴 이동장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크기가 정말 문제였다. 일단 집에서 쓰고 있는 이동장은 개도 매우 좋아하고 편안하지만 크기가 완전 에러, (통풍구도 하나뿐) 새로 사야 하는 건 확실한데 대체 무엇을 사야 할지 막막했다. 검색에서 가장 먼저 나왔던 브랜드 '아르고'에 마음이 설렜지만...

https://www.teafco.com/products.php?cat=3


분명 가볍고 튼튼한 항공기용이라고 그러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모델은 다 사이즈 오버. ㅠ_ㅠ 다른 항공사들은 델타처럼 짜게 굴지 않는 건가요?!

델타 너 타고 나서 다시 얘기해보자...


무려 16만원이 넘는 가방 하나가 그나마 사이즈가 맞는 것 같아 체크 해놓았지만 그 조그만 데에서 개가 과연 폐소공포증에 걸리지 않고 견딜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서 주문 버튼은 누르지 않고 일단 회사 근처의 애견용품점에 가보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살짝 전에 뛰어나와서 하필이면 공사 때문에 이사한!! 점포를 힘들게 찾아냈더니 천만다행, 가방이 일단 여러 종류 있었다. 염치불구하고 일단 자를 빌렸다. 줄자를 들고 미친 여인처럼 이동장을 쟀다. 모양 색깔 그런 거 따질 계제가 아니다. 난 우리 개랑 가야 해!! 힘들게 하나를 찾아내서는 이번엔 거기서 호텔링을 하고 있는 3킬로그램짜리 개모델을 부탁해서 이동장에 넣어보았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턴이 되는 것과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가방을 비닐로 쌌다. 개를 넣어보고 반품할 수도 있다는 사정 설명을 하면서 4만5천원을 결제하고 나니 이젠 실제 우리 개를 넣기 전엔 안심이 안 되고(이놈의 성격....)


집에서 정말 신발 벗자마자 제일 먼저 개 넣어봤다.

처음에 문을 열고 놔뒀더니, 이동장이라면 환장을 하는 개가 반쯤 들어가다가 멈춘다. 

야! 뭐야! 너 반밖에 못 들어가는 거니?? 좁아서 그러니???

이러고 한 30초 가만히... 있는데, 이 녀석 정말로 화물칸으로 데려가야 하나 마음이 조마조마. ㅠ_ㅠ

한참 가슴을 졸이게 해놓고 어느 순간 녀석은 안으로 쑥 들어가더니 턴을 해서 방향을 바꿨다!!

성공이다!!! 갈 수 있어!!!!

물론 좁다. 이 상태로 10시간 힘들 수 있지만 그래도 이런 이상한 성격의 개가 화물칸에서 10시간을 보내다가는 정신병에 걸릴 수 있다구!!


건강검진 예약을 바꾸고 나니 그 시간에 파마를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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