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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Nov 25. 2015

그래서 밤에 쇼핑한 그녀는

얼치기 미용사가 되었다

그래서 그걸 샀다. 샀다고.

이 불길한 것들은 쿠팡에서 왔다. 집근처 미용재료 샵과 비교해서 반도 안 되길래 그냥 질렀다. 아들에겐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블루클럽으로 데려갈게"라고 꼬드겼다.

오늘처럼 그의 하교를 기다린 날은 또 없을 것 같다. 문답무용 의자에 앉히고 커트보를 둘렀다. 커트보와 집게, 가위, 빗과 스펀지까지 갖춘 나를 보고 아들이 놀란 눈치.


사실은 얼마 전 올케가 조카딸 머리를 과감하게 잘라준 걸 보고 "절대 그러면 안 돼!!"를 외쳤었는데....


지금 난 그보다 더 본격적으로 무모한 도전에 나선다.


먼저 망해도 상처가 덜할 것으로 보이는 뒷덜미부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라야 할 길이가 길었다. 강아지 부분미용을 위해 구입한 바리깡까지 쓸까 고민했지만 관뒀다.

귀를 팔 때가 좀 힘들었다. 양쪽을 비슷하게 만드는 게 대형 거울이 없어 잘 되지 않았기 때문.


드디어 앞쪽. 겁이 좀 사라진 내가 지나치게 대범하게 싹둑...

 먼저 둥근 선으로 자르고 한쪽에 살짝 포인트를 주려고 의도했는데 처음에 많이 잘라서 점점 짧아진다!!


숱가위는 처음 써봤는데 기장을 자르는 데엔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아까 놓친 머리카락은 다시 보통 가위로... 짧아진다!!


이쯤에서 멈춰야겠다 생각하고 아이에게 거울을 제공했는데 "기대치가 정말 낮았기 때문에 괜찮다"는 반응.


미용실에 가면 썼을 6000원은 실습 대가로 이분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자 아이는 아주 만족하며 머리에 대한 불평을 전혀 하지 않는다. 내 아들 무난한 거 보소. 몇 안 되는 장점일세.

휴.... 애매하긴 하지만 자가미용 프로젝트 일단 성공한 걸로... 나 혼자 결론. 남편은 내게 머리를 맡길 것 같지 않...다.

미국이 내게 별걸 다 도전하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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