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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Dec 13. 2015

짐 꾸리기 브루스

원래 예정은 달랐어요

똑부러진  ㅊ언니는 먼저 가져갈 물건을 카테고리화하라고 조언했다. 내가 계속 징징거리자 외주 작업을 조정해서 하루 집에 와서 같이 싸겠다고, 물건들을 분류해서 쌀 김장봉투와 세탁소 옷걸이를 대량 준비해두라고 지시를 내렸다. 짐은 미리 거실에 다 꺼내놓으라고. 어쩐지 "카테고리화"부터 자신이 없었는데, 언니가 일하기로 한 저녁에 남편이 집에 있게 되어 망했다. 약속은 취소되고, 나와 언니가 사준 가방만이 남았다.


알록달록해서 찾기 쉬울 거라며 ㅊ언니가 환송선물로 다섯 개나 사줌. ㅠ


결국 나는 생각나는 대로 짐을 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용량이 생각보다 넉넉하니까 더 생각없이 싸게 되었다. 무게는 남는데 자리가 안 남아야 머리 활용을 하며 쌀 것인데!


먼저 계절이 안 맞는 옷부터 시작해서 내 사랑 라면, 햇반, 미국에서 비추라는 조언을 받아 남편 면 속옷과 아이 노트, 집에서 굴러다니던 화장품과 세제, 각종 문구류, 신발과 가방. 살림을 물려받는다는 점에 안심하고 있었는데 가방이 순식간에 가득찼다. 정신 들고 보니 식품(양을 확 줄인 김치와 장류를 받을 예정) 용 가방을 빼면 가방 하나만 남았다. 노노노... 겨울옷이나 지금 사용하는 물건들은 아직 싸지도 않았거등 ㅠ


그래서 현대해운 드림백 님에게 도움 요청했다. 가게 되었다고 얘기했을 때 ㅊ언니가 추천했던 서비스님이시다. 급하지 않은 짐을 2달 정도 걸려 받는 우편 배달.

https://www.cyhds.com/index.php/main/dreambag?DMKW=%25ED%2598%2584%25EB%258C%2580%25EB%2593%259C%25EB%25A6%25BC%25EB%25B0%25B1&DMSKW=%25ED%2598%2584%25EB%258C%2580%25EB%2593%259C%25EB%25A6%25BC%25EB%25B0%25B1&DMCOL=MOBILESA

비용은 191,000원, 입금 확인 후 가방을 보내준다. 내 경우 금요일 오전에 신청하고 즉시 입금했더니 토요일 아침에 왔다.

이 가방에 여름까지 없어도 되는 물건을 쌌다. 무거워서 포기했던 개인용 책도 세 권씩 골라 가져가기로 했다. 내가 고른 책은 마르크스 평전과 백석의 시집, 그리고 사놓고 커버만 봤던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다. 내 서재를 가득 채운 만화책들은 포기하고 회사 만화 플랫폼에서 내 작가들 새 연재분을 보며 지내려고.

http://www.mcomics.co.kr


짐 문제로 고민하던 내게 누가 그랬지. 돈이면 모두 해결된다고. 대한민국에서 그 말은 사실. 드림백에 물건을 옮기고 다시 개편하자 이민가방은 식품을 빼고 두 개 반이 남았다. 이제 또 전혀 체계없이 쑤셔박으면 짐싸기가 끝난다.


계약서와 여권 사본을 가방 주머니에 넣고 다시 픽업을 기다리면 된다. 아직 5킬로그램 정도 더 담을 수 있어서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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