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년여자 Jan 01. 2016

이사 마침

이상하다 새 터전에 왔는데 눈물이 난다

구글지도로 항공사진을 통해 바라보던 그곳에 왔다.


감동의 눈물이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그건 아니고, 나도 영문을 알 수 없게 가슴이 답답했다. 여섯 개의 이민가방을 해체해서 어딘가로 물건을 집어넣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서랍장 하나 없는 뜨내기 살림이 와닿았던 건지, 간단한 싱크대나 욕조의 구조에도 알 수 없는 점이 있어 막막했던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문제는 조명이었나 보다.


미국의 집은 조명이 너무 어둡다. 형광등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황당할 정도로 어두워서, 뜬금없이 어둠 속에 던져진 느낌이 든다. 가방 세 개를 풀고 나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오늘은 웬디스 말고 아비스로 가기로 했는데, 나는 비프앤체다 버거에 로디드 컬리 포테이토, 바닐라 쉐이크를 주문했다. 야채를 좋아하지 않는 편임에도 생야채가 하나도 없는 건 힘겨웠다. 그야말로 미국에 오신 걸 환영받는 기분이 들었다. 감자 메뉴에는 치즈와 베이컨이 얹어져서 한결 더 짰다. 칼로리와 기름으로 위장을 가득 채웠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오후 내내 그 기분이 계속되었다. 남편이 보면 속상해하거나 화를 낼까 봐 몰래 눈물을 떨궜다. 짐에서 낯익은 칼과 그릇, 냄비를 꺼내면 갑자기 내 집이 미친 듯이 그리워져서, 가슴이 먹먹했다. 원래 여기 살던 주부가 후라이팬을 내다 버렸다는 것을 알고, 저녁을 준비하다가 중간에 슈퍼마켓으로 후라이팬을 사러 나갔다. 저녁 내내 윗집의 한국인 형제는 미친 듯이 뛰었다. 내 생애 최악의 층간소음까지 거지 같은 내 기분을 악화시켰다.

사실 남편이 뭐 사자 할 때마다 됐어 그냥 살다 가자 했는데 너무나 우울해서


내 취향대로 딱 하나만 꾸몄다. 월마트표 식탁보로.


한국에서는 새해가 시작되는 지금 이 시간, 남은 12달의 시간이 어떻게 될지 두렵고 떨리기만 한다.


무엇보다 텔레비전에서 ABC와 CBS가 안 나온다. ㅠ_ㅠ 우리가 보고 있는 케이블 채널 옵션에는 지상파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모양이다. 영어로 문의를 한번 해볼까 말까 아침부터 고민하고 있다. 이 두 채널만 나오면 미드와 함께 미국생활의 시름을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작가의 이전글 학교에 안 간다고 아이는 신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