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년여자 Jan 12. 2016

칠리의 도시 신시내티

미국에서 첫 여행 기록

난 새 지갑을 갖고 싶고 남편은 새 골프 의류와 신발을 사고 싶은 상황에서, 다른 가족들이 모두 한 번씩은 다녀왔다고 하는 신시내티의 아울렛은 일종의 체크리스트였다. 아직 체크하지 못한! 사촌오빠가 도착하기로 한 시간 전에 돌아오기 위해서 토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반년 넘게 미국 여행책자를 껴안고 살고 있는 아들은 먼저 박물관에 가고 싶다고 했고, 우린 좋은 부모니까 이른 시간에 문을 연다고 나와 있는 '신시내티 뮤지엄 센터'를 첫 번째 행선지로 결정했다. 지난번에 콜빈(KFC의 birthplace)은 70마일 정도 떨어진 곳이었고 이번엔 90마일이 넘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면서 새삼 미국의 풍족한 땅에 대해 실감한다. 넓은 들판, 드문드문 우아하게 풀을 뜯는 소나 말이 보이고, 하여간 멀다. 멀고 끝없는 길이 지루할 정도로 이어진다. 차들은 살벌하게 빠른 속도로 달렸고, 대국적 사이즈인 트럭 형님들 옆에서 소형 카롤라는 가냘프게 몸을 떨었다. 과속하지 않았더니 뮤지엄센터에 도착할 때까지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주차는 6달러로 유료(4시 30분부터는 4달러), 차에서 내리는 가족들을 보니 애들 나이가 어렸다.  


이 박물관은 무료라는 우리 꼬마 가이드의 말을 믿고 곧바로 자연사 박물관에 입장하려고 했더니 입구의 직원이 표를 요구했다. 꼬마 가이드는 다른 박물관과 혼동했다며 사과했고, 우린 표를 사서 다시 당당하게 입장했다. (그런데 child가 몇 살까지인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좀 찝찝했음)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맘모스의 큰 화석 외에는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이 그렇게 인상적인 것이 없어서 실망했는데, 지하로 이어지는 공간이 갈수록 알찼다.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전시물은 약 2만년 전에 원시인들이 스페인과 프랑스 일대에 남겼다는 그림을 한 화가가 베껴 그린 것이었다.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그림이어서 가슴이 설렜다.


자연사 전시 중에서 빙하기와 빙하에 대한 전시를 추리 형식으로 만든 게 재밌었는데, 우리한테 재밌는 걸 보면 여기가 확실히 어린이 눈높이인가 보다. (영어 수준 초딩...)


역사관 쪽은 2차대전 이야기가 주로 많았다. 그리고 신시내티가 흥했던 시절을 매우 열정적으로 다뤄서, "신시내티" 뮤지엄센터를 방문하고 있음을 한 순간도 잊지 않게 해줬다.


사촌오빠와의 약속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신시내티를 떠나야 했다. 박물관을 나와서 신시내티 명물인 칠리가 유명하다는 스카이라인이란 가게로 향했다. 렉싱턴과는 딴판으로 다운타운에 꽤 고풍스러운 멋이 있었다. 그리고 짤없는 주차난. ㅋ 미터기에 돈을 넣고 칠리를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 앉았다.  


서빙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고, 신시내티의 자랑 칠리와 나는 별로 친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 먹고 난 소감은 so what?


500미터쯤 떨어진 그레이터스 아이스크림에서 빛의 속도로 아이스크림을 사서 걸으며 먹었다. 개당 와플콘으로 5불 가까운 고급 아이스크림. 맛있졍! 난 솔트카라멜로.


미터기의 한 시간을 귀신같이 맞춰서 귀가 성공!!


찬성일세

동굴벽화와 아이스크림.


반댈세

칠리

도시 사람들 좀 덜 친절해.



작가의 이전글 피가 땡기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