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년여자 Jan 14. 2016

개들의 천국인지는 모르겠고

하여간 개는 많다

미국 인구의 4분의 1이 개를 기른다는 수치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조금 더 검색을 해봐야 알 일이지만, 실제 길에서 개를 마주칠 확률이 현저하게 높은 것은 사실이다. 잔디밭이 많은 이 지역으로 오면서, 남편은 계속 "아롱이가 제일 좋겠네"라고 말했었다. 미국에서도 잔디가 유명한 이곳은 개들의 천국?


미국 생활을 시작한 임시 거처에 개가 금지되어 있었던 까닭에 의도치 않게 개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다녔다. 한국보다 개에게 관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맹인견이 아닌 이상 개를 데리고 웬만한 매장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동네의 작은 은행 지점에서는 개를 데리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꽤 큰 보험사 사무실에는 그럴 수 없었다. 식당이 아닌 매장도 어느 정도 규모가 넘으면 입장 금지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도 반려견을 기르는 비율은 매우매우 높다. 특히 아파트는 쪼만한데 어떻게 기르지? 싶은 대형견들이 엄청 많다. 한국과는 달리 산책을 주인의 기본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척 다양한 '황소견'들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널따란 잔디밭이 펼쳐진 공원은 개 산책에 매우 좋은 장소다. 그리고 산책로 옆에는 자주 "목줄 매고 잘 치워라"라는 당부와 함께 똥봉투 박스가 있다! 봉투가 없어서 치우지 못했어...라는 변명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훌륭한 선진국적 시스템이야! 감탄했지만....

그리고 똥봉지 질도 짱 좋음!!



사람들은 다 비슷한 도덕성을 가졌군요.


한국보다 개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그 모두가 예절을 아는 사람들이라는 뜻은 아닌가 보다. 혐오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더 느긋하다고도 볼 수 있겠고. 울타리가 쳐진 도그파크에서만이 아니라, 한적한  보통 산책길에서도 목줄을 풀어주는 견주가 엄청 많다. 잔디밭에서 개가 달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아름답지만, 한국개도 미국개도 마찬가지인 게,


언제든지 똥을 쌀 수 있습니다.


일부러인지 실수인지 하여간 수많은 개들이 잔디밭에 똥을 싸질러 놓는다. 대형견 응가는 크기 때문에 보고 깜놀한 적도 많다. 정말 다행하게도 아파트 관리에 잔디밭의 똥 관리가 포함되어 있는지, 일주일 정도가 되면 있던 똥이 사라지기는 하는데, 아름다운 잔디밭을 (허용되어 있음) 마음 놓고 마구 걷는다는 로망은 불가능하다. '똥 없지?'를 순간순간 경계하면서 한 스텝씩 떼고 있다.


어쨌든 봄이 오면 잔디는 더 푸를 거고, 똥이 좀 있다 해도 아름답겠지.

작가의 이전글 칠리의 도시 신시내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