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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Oct 02. 2015

떠나기 약 70일 전

결정과 결정 사이

건강검진을 위해 회사에 가지 않은 오늘 내가 없는 사이 내 후임이 확정되었다. 내가 추천한 참 좋아하는 후배이니 내 호감만큼 잘 꾸려가길 바랄 뿐이다. 의외로 순조롭게 휴직은 성사되었지만 난 돌아온다 해도 내가 하는 그 자리의 그 일로 돌아올 수 없다. 이미 나는 과거가 되고 있다.

검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바로 기생충 약을 바르고 개 손질(!)을 전수받을 생각으로 동물병원에 갔다. 광견병 접종일이 거의 출국일과 겹치는 관계로 한 달 당겨 접종하고 서류를 준비해두기로 했다. 건강 검진도 11월 14일에 함께 진행한다. 혈액과 소변을 뽑아내서 결과는 하루 만에 나온다고 한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이 외제라 오히려 미국에서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예방약 자체는 저렴하더라도 그걸 손에 넣는 과정이 영 복잡할 거라는 말에 흔들리고 있다. 그냥 열두 달치를 사서 갈까.

진찰대 위에서 긴장한 아롱이만큼 긴장한 상태로 처음 우리 개의 까만 발톱을 딱 하나 직접 잘랐다. 선생님은 거듭 오버하지 말고 조금만 잘라 피보지 말라고 당부하셨고, 항문낭은 얘가 그닥 분비가 왕성한 편이 아니니까 1년간 안 짜도 된다고;;

광견병 항체 검사는 국내에서 거의 실행하지 않는 것이라 미리 가지고 가는 것이 힘들 것 같다고도 하는데, 다른 수의사하고도 크로스체크를 해볼까 한다.

선생님 말로는 요즘은 외국에 개를 데리고 나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주인밖에 모르는 이 가엾고 짧은 생명을 서류 준비와 약간의 비용이 수고롭다고 버리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는 뜻이겠지.

남편의 입학허가서가 빨리 나와서 착착 다른 준비를 진행하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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