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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Jan 29. 2016

이렇게 가도 되겠니 미국

아무거나 아무데나 버리기 쉽습니다

미국에서 산 지도 한 달이 지났다. 12분의 1이 지나갔다. 그 사이에 정말 익숙해졌다 싶다가도 순간순간 안 익숙한 게 있는데, 그게 바로 쓰레기 문제다. 일단, 쓰레기가 종량제가 아니다. 유료 봉투를 사서 쓰레기를 버린다는 생활에 20여년 익숙해져 있었는데, 여기선 쓰레기를 무료로 버릴 수가 있다. 그냥 막 버려도 된다. 쓰레기가 많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구매를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마구 사서 마구 버리라는 메시지는 정말 시스템의 곳곳에 가득차 있다. 마트에 가면 '큰 통에 담긴 물'을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작은 물병을 번들로 묶어서 파는 게 더 쌀 때까지 있다. 같은 양의 물로 계산을 했을 때 한국이라면 당연히 '통이 한 개'인 쪽이 압도적으로 싸야 하는데 말이다.


음식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는 것도 기본이다. 싱크대에서 작은 음식물 찌꺼기는 바로 분쇄할 수가 있는 데다가(분쇄된 쓰레기는 하수로 흘러가겠지) 그냥 잡다한 쓰레기와 함께 버리면 된다. 리사이클을 하기는 한다고 하는데, 한국처럼 종이, 플라스틱, 유리, 금속을 분리하지 않는다. 리사이클 대형 쓰레기통에 그냥 와르르 갖다 넣으면 된다. (유리병의 금속 뚜껑도 열어서 따로 버리던 습관이 여기선 아무 소용없다)


우리 아파트에 입주할 때 받은 쓰레기에 대한 지침에는 '플라스틱백(비닐)은 리사이클하지 않음'이라고 하니 쓰레기의 양은 더욱 더 환상적으로 늘어난다. 쓰레기가 많다 보니까 마트에서 아낌없이 주는 비닐봉지도 요령 있게 잘 받아오게 된다. (비닐봉지가 있어야 이 많은 쓰레기를 무사히 버리지) 장바구니를 가지고 가봐야 비닐봉지를 세 개 정도 줄이는 게 고작이긴 하다. (자꾸 미국사람처럼 물건을 많이 사게 된다)


넓은 땅덩어리에 쓰레기 버릴 데도 많다고 웃어넘기기에는, 정말 인간적으로 너무한 대국적 쓰레기 투척. 커다란 가전이나 가구를 버릴 때에도 스티커 따위 필요하지 않다.


한국 사람 모두 개미처럼 쓰레기 분류를 해봐야 의미 없지 않나? 인구가 절대적인 미국이 이렇게 나오는데... 하며 자조하게 된다.


*미국도 대도시에서는 꽤 리사이클을 열심히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시골에 사니까 알 수가 있나. 풍문으로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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