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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Jan 31. 2016

눈뜨고 코 베인 이 느낌

견인 첫경험...

친한 동료 가족과 저녁식사를 느긋하게 즐기고 주차장으로 나왔다. 분명히 코앞에 대놓은 우리 코롤라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위치를 착각한 줄 알았고, 그 다음엔 도난이다! 싶어 눈앞이 캄캄해졌다. 911에 전화를 걸었더니, 우리 차가 견인되었다며 견인된 곳 번호를 알려주었다. 왓??? 견인???


견인된 곳에 전화를 걸고 주소를 받아적고저녁을 얻어먹은 것도 모자라 또 뻔뻔하게 그 집 차를 얻어탔다. 정황은 무허가 주차로 견인된 것. 하지만 특별히 경고하는 표지판도 없고 사무소도 닫은 토요일 저녁 시간에, 꽉 차 있는 상태도 아닌 주차장에서 우리 차만 견인되시다니;; 이웃집 스티브 할아버지는 노인 특유의 오지랖으로 자신이 증언을 해줄 수도 있다며 같이 흥분해주셨다.


견인장소는 12마일 정도 떨어져 있었다. 차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는 대국적인 견인 비용을 생각하며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졌다. 진짜 왜 하필 우리 차만?? 견인업체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표지판 없었음" "누가 전화했음?(어떤 새끼가 찔렀냐)" "아파트 사무소 닫았음" 등등 각종 정당한 사유를 들먹이며 항의했지만 직원은 요지부동으로 아파트 방문 차량은 지정 구역에 허가받고 주차해야 하며, 만약 그 장소가 차 있었다면 길가에 대야 한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해댔다.


절박할 수밖에. 견인비용이 엄청났거든. ㅋ

체크 안 받고 카드인 경우 수수료 붙었거든. (웃으면서 눈물이 난다)

스티브 할아버지와 통화까지 시켰지만 얄짤 없음. (할아버지, 괜찮아요. 별로 기대 안 했어요)


특히 매우 궁금했던 것은 어떻게 하필이면 우리 차를 데리고 갔냐는 점이었는데, 직원은 항상 순찰을 돌며 불법 주차 차량을 잡아간다~고 대답했고 순진하게도 처음엔 그 말을 믿었는데, 우리 차를 실제 꺼내준 다른 직원은 물~론 그 아파트 주민이 꼰질러서 우리 차를 가져왔다며(항상 있는 일이라며) 실토했다.


슬금슬금 자기들 동네에 들어와 사는 유색인종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가. 이런 씁쓸한 생각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이 동네는 온리 공화당을 지지하는 백인 동네다)


마지막으로 컴플레인 레터를 한 장 쓰고, 그 외진 곳까지 와준 S씨에게 감사를 전하고 다시 12마일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예정보다 한 시간 반 넘게 지나 우리 집 현관문을 열자 본의 아니게 6시간 넘게 버려졌던 개가 견인비의 상처를 핥아주었다.

눈이 마주치면 생긋 웃으며 인사하는 게 미국의 모든 얼굴이 아님은 알고 있었지만, 넘치게 실감했다.

그리고 역시 이젠 지나친 친교생활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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