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년여자 Feb 18. 2016

넉 달이 남았는데

모두 여행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작은 사회는 이 네 가족으로 이루어졌고, 서로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남성 학생 동지들은 단톡방으로 실시간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보니, A가 무엇을 하면 B, C, D는 자동적으로 "지금 내가 뒤처진 거 아님?"이라는 초조함을 느끼게 된다. 12월 하순부터 이들이 까똑까똑에 휘둘리는 것을 지켜본 아내들은 아내들의 단톡방을 만들지 않기로 했고(어쩌면 매사 한 발 빼는 나 때문에 안 만든 것 같기도 하고) 그 점은 정말 다행이다. 회사에서 단톡방에는 질릴 만큼 질려서 참으로 지긋지긋했거든.


정착이 모두 완성 단계에 이르자 남성들은 모두 이곳 생활 선배들에게 들은 팁에 따라 여름여행을 앞당겨 계획하기 시작했다. 특히 캠핑장으로 여행할 가족들은 이름난 요세미티 같은 곳에서는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매우 신경을 쓴다. (그저께인가 여름 예약이 시작되었다고 함) 남편도 이곳에서는 캠핑이 텐트도 싸고 비용도 절감되고 낭만적인 여행 대세라며 내게 은근히 바랐지만 이 냥반아, 나는 호텔에 가려고 여행을 가는 사람이거든! 막말로 호텔만 쾌적하면 내 여행은 만족스러울 정도다. 누가 치워주는 침실과 준비된 조식이 나의 여행이다. 실제 제일로 좋아하는 건 클럽메드 식의, 쉬고 쉬고 또 쉬다가 뷔페 먹고 또 먹고, 선베드에 누워서 멍하니 있는 리조트형 휴가만이 나의 이상형이다. 미국에 오기 전엔 '그랜드캐년 하나는 보고 싶다' 정도의 작은 희망이 있었지만 사실 지난번 자동차 2박3일 여행을 해보고 나서는 만사 귀찮아졌다.


그래서 여행 준비의 80퍼센트는 프라이스라인이라는 사이트(앱 있음)에서 해결했다.

지난번 워싱턴 근교에서 묵었던 호텔이 정말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개 때문에 엄청난 차지가 발생했지만 사람들 숙박료는 한국돈으로 8만원 안에서 해결됐음) 한 앱에서 호텔, 비행기, 렌터카가 모두 해결되기 때문에 겁나 편하다. 숨쉬는 것조차 귀찮은 내게 편하다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 매력 포인트랄까.


일단 여행 일정은 6월 중순과 7월 초순 각각 10일 정도다. 다른 가족들은 한 달 이상 일정을 잡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모양이지만, 우린 개가 있어 그건 무리라고 내가 잘랐다. (돈도 없고)

첫 여행은 아이가 꿈에도 그리던 서부 샌프란시스코 - 엘에이 - 그랜드캐년(비행기와 렌터카)

두 번째는 동부 뉴욕 - 보스턴(우리 차)

개가 이동 중에도 힘들지만, 관광을 할 때 한여름이라 차에 둘 수도 없고 숙소를 정하는 것도, 숙소에 계속 두는 것도 못할 짓이라 개는 dogvacay 라는 서비스를 통해 시터를 찾아 예약했다. 한국 동물병원처럼 호텔링을 하는 서비스가 거의 없어서(petsmart라는 마트와 병원을 포함한 체인점에서 호텔링도 한다는 말에 찾아봤더니 우리 시 안에는 호텔링을 하는 지점이 없음) 어쩔 수 없이 찾아봤는데, 진성 애견인들이 생각보다는 싼 가격에 부업 개념으로 하고 있어서(하루에 25불~35불) 다행이긴 하지만 처음 이용하는 거라 긴장된다.


지금까지는 샌프란시스코의 호텔, 그랜드캐년 호텔(여인숙?)과 엘에이의 한국민박,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와 라스베거스(그랜드캐년에서 뜨는 비행기가 너무 비싸서)에서 오는 비행기,

뉴욕의 남편 동료 집과 한국민박, 그리고 보스턴의 호텔 예약을 마쳤다.


비용은 상상을 살짝 넘는다. 첫 여행 교통과 숙박 기본 세팅만 해서 4500불 정도, 두 번째는 항공비와 렌터카가 안 들어가서 좀 줄어들 것 같긴 하지만 애가 자연에는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각종 관광 포인트 입장료와 식사 등을 생각하면 끝내주게 돈을 써댈 예정이다. 아직 렌터카와 시내 주차 세팅이 남아 있다. 헐리우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비싼 패스는 세 명 합쳐서 호쾌하게 70만원이 넘는다. 아할할.


이번 여행 때문에 매일 밤 검색을 하고 돈 걱정을 하다가 깨달았는데, 나는 이런 여행은 가족이랑 가고 싶지 않았다. 가족이랑은 해변에 가서 모래 장난과 물장난을 하고 고기를 먹으면 족하다. 이런 여행은 친구랑 가고 싶다고. 미국 여행 전반에 대한 흥미가 100으로 치면 10도 안 되는 상태라 그냥 아깝고 귀찮을 뿐이지 신이 안 난다. 결혼하고 살면 살수록 나 자신을 새로 발견하게 된다.


미안해. 이 돈으로 사실 난 한국에 가서 내 아파트에서 혼자 좀 놀고 싶어. ㅠ_ㅠ

기대가 없는 여행, 반전이 있기를 기대해보기로 한다. 어쨌든 둘은 행복하니까.


작가의 이전글 이제 나도 운전면허 소지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