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년여자 Mar 11. 2016

꼭 그렇지는 않아요

내가 가지고 있던 미국에 관한 몇 가지 선입견

1. 미국의 도로는 평화로울 것이다

여기서 두 달 넘게 운전을 하고 지냈다. 한국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 운전대를 잡을까 말까 했는데 여기선 하루이틀에 한 번은 꼭 차를 몰고 나가니까,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기회도 있었고, 나름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고 얻은 결론이 있는데 미국 사람들도 운전대를 잡으면 한국인이랑 별로 다를 것 없다. 도로의 룰은 몇 가지 다르지만, 사람들은 비슷하다. 신호등에서 조금 늦게 출발하려면 뒤에서 클랙션 소리 들린다. 차선을 변경하려고 해도 양보 그런 거 없다. 흡연은 자유롭게, 창밖으로 쓰레기 던지는 것도 봤다. 카메라가 없고 경찰만 있다 보니 과속은 생활화되어 있다. 처음엔 보행자에 대한 양보 하나만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살면서 보니까 여기는 아예 보행자가 거의 없다 보니 양보는 아주 가끔만 하면 된다.

주차장에서 자기 대고 싶은 자리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막고 선 차도 겪어봤고, 공간이 모자란 테니스클럽에서 건물 앞에다 얌체 주차와 정차를 한 차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보고 있다.


2. 그래도 패스트푸드 햄버거는 무조건 쌀 것이다

패스트푸드로 연명하고 사는 듯한(이곳은 시골이고, 미국에서 손꼽히게 가난하고 비만이 많은 동네) 이 동네에서 수십 가지는 되는 패스트푸드 체인을 보는 듯한데, 그렇게 흔하디 흔한 햄버거의 정상가는 한국과 비교해보면 이렇다.

버거킹 와퍼 미국 4,500원 한국 5,400원  

맥도날드 빅맥 미국 5,100원 한국 4,400원

그리고 한국에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여기선 매우 대중적인 아비스의 대표메뉴 클래식 로스트비프는 4,300원, 웬디스의 데이브의 핫앤주이시 4분의 1파운드 패티는 5,400원 되시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이드를 껴서 즐겁게 먹으면 한국보다도 조금 더 나오는 기분이 든다. 알뜰하게 먹으려면 집으로 배달되는 쿠폰을 오려서 가져가거나 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이벤트 상품을 먹는다.


여기서 패스트푸드 체인점 가격은 참조. 개인적으로 와플하우스가 웨이트리스가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점과 그렇게까지 맛없다는 점에는 충격을 받았다.

http://www.fastfoodmenuprices.com


가끔 아이스크림이 겁나 먹고 싶은데 배스킨라빈스 가격이 싱글 레귤러 기준 한국 2,800원 미국 3,600원. 손 떨려서 자주 못 먹고 있다. (여긴 해피포인트 적립으로 할인 효과도 노릴 수가 없으니)


3. 사람들은 정말 프렌들리할 것이다

우리 동네는 아파트라서 그런지 몰라도,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는 비율이 약 30% 정도다. 우리 같은 단기 거주자 외국인이 많이 살기는 하지만, 그 사람들 때문에 인사 안 하는 풍습이 굳어진 것 같지는 않다. 대학생이나 친구랑 사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얘네 진짜 인사 안 한다. 우리 앞집에 사는 한국인 아저씨는 "위층에 대마 피우는 젊은 애들이 젤로 인사 잘함"이라고 해서 조크인가 하고 웃었는데, 나와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은 개 산책하다 만나는 사람들 정도다. 그것도 다는 아니고 한 반절이 아는 체한다.


근데 인사라는 게 되게 부족해도 과해도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슈퍼마켓 같은 곳에 가서 점원이 "Everything's okay?"라든가 "How are you doing today?" 같은 걸 물어보면 짜증난다. 그런 인삿말에는 같은 인삿말로 대꾸하고 끝낼 수가 없고 반드시 대답 후에 다시 나도 물어봐주고 또 대답을 들어야 해서 대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나한테 관심도 없잖니!"라는 마음 속의 외침이 종종 일어나는 걸 보니 나는 역시 인사의 나라 사람이 아닌 듯.


갑자기 내 친구들과 만나서 쌍욕하며 포옹하고 싶군. ㅋㅋㅋ (실제로 쌍욕을 하지는 않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XX 좋군!"이라고 외칠 수 있지만)

작가의 이전글 멀리서 온 나쁜 소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