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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Mar 14. 2016

보니 잘 부탁한다

아롱이를 깔고 앉으면 안 돼요

한국처럼 호텔링을 할 곳이 마땅치 않아 검색해서 찾은 서비스가 dogvacy라는 것이었다. 가입하면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개를 돌봐줄 사람들을 검색할 수 있다.

https://dogvacay.com

어플로도 깔아서 편하게 쓸 수 있는데, 무엇보다 유용한 것은 실제 개를 맡겼던 사람들의 후기였다. 대부분이 자기 개를 기르고 있는 견주이고, 가격대는 대충 1박에 30~40불인데(수수료 기타등등 포함) 신청을 한 후에 시터가 승인을 하는 구조라서 나름 사전조율을 할 수가 있다. 문의를 어플 안의 메시지 기능을 통해서 해봤는데 응답하는 반응 시간도 무척 빠른 편이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돈을 우선해서 맡지 않는 분위기라 마음에 든다. 자기 주택 사정을 고려해서 지나치게 많은 개를 맡지도 않는다. 두 번의 여행 계획에 따라 아주 일찌감치 두 번 예약을 진행했는데, 예약이 컴펌된 후에 의외의 연락을 받았다. 두 시터가 모두 개 면접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 금요일에 첫 면접이 있었다. 앤젤라와 마이크의 집은 몇 마일 떨어진 한가로운 마을이었는데, 그 동네는 유별난 애견촌인 듯 백야드마다 담장이 쳐져 있고 거기에 개를 길렀다. 앤젤라 부부가 기르는 개는 암컷 대형견 두 마리였는데 사진보다 많이... 컸다. 특히 보니가!

점잖은 메이시


커다랗고 부산스러운 보니


도그베케이에는 시터들이 자기가 기르는 반려견에 관한 이야기를 기입해놓기도 하는데, 보니는 도그베케이를 통해 앤젤라의 집에 왔다가 주인이 인수를 제안하여 기르게 된 개라고 한다. 16살이고 점잖은 메이시와는 달리 몸집도 거대하고 너무나 사람을 좋아하는 개라, 면접 때문에 (왜 내가?) 신경 써서 입고 간 원피스에 진흙발을 들고 온몸으로 안기는 바람에 옷과 스타킹 구두가 모두 처참해졌다. 앤젤라에게 미리 발작적으로 짖어대는 우리 개를 잠시 맡겨놓고 떨어져 있겠다고 해놓은 참이라 아롱이를 그 집 뒤뜰에서 앤젤라에게 맡기고 밖으로 나왔는데 보니의 몸집에 기가 죽은 비겁한 우리 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10여분 뒤에 다시 가자, 앤젤라는 아롱이가 매우 sweet girl이었다고 말해서 우리 부부를 크게 웃겼다. 사실 그녀는 유난스러운 대형견인 보니 때문에 예약을 취소당한 적이 있는 듯, 오히려 우리에게 개를 맡기고 싶지 않다면 취소해도 된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나는 예전에 소형견을 맡아본 적이 있는지를 물어본 후에, 아롱이를 맡기겠다고 말하고 6월에 보자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대형견 언니들 때문에 피곤한지 개는 내 겨드랑이에 코를 박은 채로 집에 돌아왔다. 맡기는 사람과 맡는 사람 양쪽 다 짤릴까 봐 떨었던 면접은 이렇게 끝났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진흙범벅이 된 원피스를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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