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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Apr 07. 2016

아름답다 아쿠아리움

사이즈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스피릿!

코카콜라 일정이 미뤄졌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은 바빴다. 관광을 시작하기 전에 일단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인 선거 참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재외국민 선거 절차는 꽤 용의주도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이, 먼저 등록한 후에 선거하는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정보를 숙지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 사이 기간이 꽤 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 겪어보면서 알았는데, 자신의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의 정보를 알아보려면 내가 알아서 선관위 사이트에 들어가서 내가 알아서 검색을 거쳐야 한다. 주소를 이미 입력했으니 해당 선거구의 정보를 이메일로 보내주는 것이 프로그램을 돌리면 불가능할 것 같지 않은데, 그거 안 해준다. 7시에 일어나서 호텔 조식을 먹고 가려고 했는데 조식이 그야말로 '그랩 앤 고' 머핀과 과자, 커피, 오렌지와 사과가 전부인지라 우유도 없고 지진 베이컨이나 계란도 없어서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일단 3인분의 머핀을 챙기고 어른들 커피도 담고 나서 차에 올랐다. 투표소는 역시 덜루스에 위치한 한인회관이었다. 쓸데없이 길 위에서 시간을 마구 버린 셈이다. 좀 미래를 내다보고 덜루스에 호텔을 잡는 건데... 이번 호텔 점수는 낮게 드립니다. (내가 예약했다! 내가!)

한인회관에 도착해서 투표 장소에 가자, 한인들이 우릴 정말 따뜻하게 환영해줬다. 미국 운전면허증으로 등록한 투표자인지 확인하더니, 켄터키에서 왔느냐며 매우 놀라워했다. 사실 그냥 국민으로서는 평범한 일이고 여행도 할 겸 온 거니까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투표가 끝난 후에 사진도 찍어주시고 투표 확인증(상장처럼 생김)도 적어주고, 꽤 공들여 준비한 과자와 음료를 바리바리 싸주셨다. 외국에서 촌스럽게 뭉치며 고루하게 구는 쓸데없는 모임이 한인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죄송하단 생각이 들었다.


투표를 마치고 곧바로 아틀란타를 먹여 살린다는 조지아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며칠 전에 아틀란타를 여행한 사람의 정보를 얻어 고맙게도 미리 티켓을 예매했는데, 예매를 하면 표값이 좀 싸진다. http://www.georgiaaquarium.org/experience/visit/tickets/tickets-offers/imagination-nights?gclid=CIP-4fKm-ssCFQmSaQodEKwCxw 이 시즌에는 주중과 주말 입장 후2시간 동안 20% 할인을 해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그냥 예매 할인보다는 할인율이 높아서 고민하다가, 2시간 동안 만족하지 못할 게 뻔한 수족관 덕후를 생각하고 평범한 할인을선택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것이 유료 주차장을 예매하면 또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조지아 아쿠아리움 주차장의 1일 이용권은 10달러인데 미리 온라인 예매로 사면 9달러에 살 수 있다. 또 오래 관람을 할 경우 점심을 해결할 때, 구내 푸드코트를 이용하는 바우처를 미리 구입하면(10달러 단위로 있음) 10% 할인 가능. 나는 주차장에 개를 한정없이 놔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내 표는 20% 할인된 2시간짜리로, 남편과 아이 것은 보통 할인으로, 주차장 티켓과 식당 바우처 30불어치를 미리 샀다. 따라서 아쿠아리움에 입장할 때 내 마음은 매우 의기양양했다. 후훗, 정보가 아낀 약 10달러를 보라!!! (조지아 아쿠아리움의 입장요금은 저렴과는 거리가 멉니다. 저 홈페이지 참조)


예약한 시간보다 15분 정도 앞ㄹ서서 도착했는데도 수족관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입장한 후에 보니, 중앙에 큰 홀과 식당이 있고 사방으로 테마에 따른 수족관이 독립적으로 있는 구조였는데, 코엑스몰에 있는 아쿠아리움이나 다른 박물관처럼 미로 속을 구불구불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다. 열대어, 한대어, 돌고래, 뭐 큰 고래상어 이런저런 분류에 따라 구경하면 되는데, 가장 먼저 들어간 열대어 전시관에서 머리 위까지 이어진 커다란 수조에 먼저 개감동! (터널식 수조 이런 거 좋아함) 미국에서는 가장 큰 수족관이라고 하는데 규모는 차치하고

전시가 굉장히 보기 편하고 여유 있고 아름다워서 입장료 본전 생각은 나지 않았다. 동물쇼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안 들어가고 싶었지만 가족들의 들뜬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들어간 바다사자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사회자가 이 바다사자들은 캘리포니아에서 구조된 수천 마리의 바다사자 중에서 이곳에서 계속 돌보기로 결정한 동물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나마 좀 죄책감을 덜어줬다고 해야 하나. 쇼도 너무 정교하게 짜서 동물들을 무리시키지 않는, 간단한 편이어서 보고 난 마음이 무겁지 않아 좋았다.


두 시간 정도가 지나고 나는 개에게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빨리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기로 했다. 의기양양하게 라구입한 식권을 들고 가서 자유롭게 먹을 음식을 각자 골라내서 계산대로 오자, 후후... 미국 관광지를 우습게 본 대가를 치렀다. 세 사람이 '자유롭게' 고른 음식 값은 46불에 달했다. 다행히 다른 미국 식당들보다 덜 짜고 음식 질이 그럭저럭 좋아서 용서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을 남겨두고 나는 주차장의 개를 데리고 햇살이 눈부신 야외로 나왔다. 수족관 앞의 잔디밭 건너에는 곧바로 전날 가지 못한 월드 오브 코카콜라가 자리하고 있어서 아주 조금만 걸어가면 다음 일정을 소화 가능했다. 생각해보면 이틀에 나눠서 오지 않은 덕에 주차비는 많이 아낀 셈이다. 그들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충분히 탐색했다. 그 잔디밭 마당은 팬버튼 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코카콜라 창시자의 이름을 딴 코카콜라 앞마당이었고 바로 길 건너에는 1996년 100년째의 올림픽이 아틀란타에서 열린 것을 기념하는 센티넬 올림픽 공원이 있었다. 공원에서는 때마침 프로플랜이라는 도그푸드 회사에서 후원하는 도그쇼가 열리고 있었다. 프래스비 물기, 물웅덩이 위에 있는 막대기 점프해서 물기 등등 개들의 재주가 꽃피는 가운데, 굉장히 맑고 아름다운 봄날 공원에서 사람들은 푸드트럭에서 산 (아쿠아리움에서처럼 어이없는 가격도 아닌) 맛있는 핫도그도 사먹고, 즐거운 시간을 맘껏 즐기고 있었다. 프로플랜에서 제공하는 신제품 개먹이 샘플도 받아들고 개와 함께 3시간 반을 지냈다. 남쪽이라 더 푸르게 우겨졌을 것 같았지만 잔디가 영 부실한 게, 우리 동네가 실제로 역시 잔디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싶었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는 인파로 붐비고 있어서 미리 표를 사서 가족을 기다렸다. 시간이 되어 다시 상봉한 우리들은 지루한 입장 대기를 거쳐서 실내에 입장했고, 입장하자마자 콜라를 받았다. 첫 코스는 가이드를 따라 시시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경청한 다음에 마련된 극장에서 짧은 홍보영화를 보는 것이었는데, 그 영화가 쓸데없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찔끔;; 그 후로는 코카콜라가 종교처럼 느껴지는 일련의 코스를 따라가며 자유롭게 구경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나는 아주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기억이 생기고 말았기 때문에 그냥 생략하기로 하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16불어치를 뽑은 것 같진 않았다. 세계에서 판매 중인 희한한 코카콜라 회사의 음료들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시음실 바닥은 달콤한 음료수가 많이 엎질러져 있어서 지독하게 끈적거렸다. 나오는 길에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기념품샵은 ;; 비쌌습니다. 접시 하나에 뭐 9불 그러고요.


월오코에서 나온 후엔 사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아들의 욕망은 끝이 없었다. 결국 CNN 건물 입구를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두 사람은 그곳까지 다녀오고, 난 이미 우리 집앞 공원처럼 낯익게 느껴지는 공원에서 또 기다렸다. 그 후에는 다시 덜루스의 장충동 왕족발로 차를 달려서 팁 포함 50불이 넘게 지불하고 족발 대짜를 먹고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자동차 여행이 시작되었다. 40대 중반인 우리 부부에게 조명이 부족한 밤길은 그야말로 시련.... 정신이 아득해지는 운전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내가 실제 운전을 교대한 시간은 고작 1시간 남짓이긴 하지만 야간운전을 하는 남편 옆에서 잘 수는 없었기 때문에 진짜 눈을 피나게 부릅뜨고 돌아왔다. 아무리 하나뿐인 아들이 조르더라도, 앞으로 여행에서 도시 이동을 할 때에는 늦어도 5시에는 출발하자는 언약을 맺었다.


미국 진짜 넓다. 비행기는 비싸다. 자동차는 싸지만 힘들다. 결론 - 역시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이번에 배운 몇 가지

1. 미국 주요도시의 입장권을 묶음판매하는 city pass라는 관광상품이 있다. 알려진 곳은 빠짐없이 가겠다는 의지와 시간이 있다면 이걸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틀란타의 경우 네 군데는 가야 본전을 뽑게 된다.

2. 아쿠아리움의 두 시간 제한은 결국 아무도 체크하지 않았다. 모두 좀 더 싸게 볼 수 있었네.

3. 관람차도 있는데 비싸서 패스했다. 성인 13불인가 14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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