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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Oct 08. 2015

첫 환전

역시 심장에 안 좋은 환전 모험

외부에서 근무를 하고 내 담당 은행직원을 만나러 가는 길은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하필이면 은행 닫는 시간 5분 전에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멋있게 "만불! 외환통장에 넣겠어요." 말하려고 했는데 막상 그와 마주 보며 앉아서는 거의 엉엉 울며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지금 바꾸는 게 맞나요!!!" 생각해보면 사흘 동안 달러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결심하고 오긴 했는데, 더 떨어졌을 때 데미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정말 없다. 사투리를 조금 쓰는 나의 담당 직원은 이마에 내천자를 살짝 그리며 미국의 금리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했다. 진짜 잠깐 했는데, 그 잠깐만 들었는데,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는 거지? 더 떨어진다는 얘기인가 아닌가... 저 표정은 바꾸지 말라는 건가... 난 멍했을 뿐이다.


어쨌든 내가 조회한 환율은 아침 것이라서 이른 아침에서 오후 4시가 될 때까지 대차게 몇 원 올랐으며, 그리고 그 환율은 매입할 때의 환율은 아니라는 사실을 은행에 와서야 알았다. 잠시 흔들렸지만 마음을 다잡고 질렀다. 진짜 난 평생 주식 같은 거 안 할 거야... 못할 거야...!!! 직원은 내가 쌓아온 무한한 실적(이라고 쓰고 우리은행의 호구 경력)과 불쌍하고 지친 아줌마에 대한 동정을 바탕으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여 환율 우대라는 스킬을 시전했고, 나는 그에게 자칫하면 "오빠!"라고 부를 뻔했다. (나이는... 한두 살 연하인 듯하다)

1997년 삼성물산 입사 당시 회사에서 월급통장 만들라고 해서 만든 것이 내 평생 주거래 은행이 될 줄이야.

상업은행에서 한빛은행? 그 다음 우리은행인가? 또 이름 바뀔 것처럼 생긴 은행이다.


백불짜리 백 장이라는 어마어마한 현금. 덜덜 떨면서 가방에 넣는데 그가 웃었다. "이렇게 큰 돈을 가지고 있다는 걸 견딜 수 없어요." 그러자 그는 말한다. "그냥 종이뭉치일 뿐이에요."


생각해보면 물리적으로는 그렇다. 무게도 얼마 나가지 않는 평범한 종이뭉치에 불과하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떨렸다. 내 인생 하찮게시리. 


그리고 덧붙이자면 영화에서 보던 낯익은 백달러 지폐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마치 나처럼. 구권과 신권이 뒤섞인 돈으로 받았다. 모양은 이 블로그 링크에서 확인!

http://blog.naver.com/dittothat/220242714261


근데 예전 백달러랑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왜 서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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