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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May 22. 2016

아들인 너에게

한국 남자가 될 네게 한국 여자인 내가

며칠 전에 있었던 한국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해 얘기해준 거 기억하니? 그 사건 때문에 엄마를 비롯해서 많은 여성들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지만 남성들은 무관심하거나 여성들이 과민하다고 반응하고 있어. 그 이유가 뭘까?


왜냐하면 남성들은 여성이 겪는 일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야. 엄마는 보통 집안에서 비교적 좋은 교육을 받고 곱게 자란 편에 속하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일들을 겪었어. 불공평한 대접을 받았고 온갖 장소와 시간대에서 부적절한 말이나 행동을 당했어. 엄마는 여성과 남성이 불평등하다는 걸 알지만 아빠는 모르고 인정하지 않아. 그 이유가 뭘까? 더 갖고 있는 걸 인정하면 더 갖고 있는 걸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야.


엄마도 그 화장실에 갈 수 있었어. 그 정신병력이 있는 살인자가 "여자가 무시해서 죽였다"를 살해 이유로 댄 것은 그 이유가 이 세상의 주인인 남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무시무시한 공감대를 이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어. 현재 한국의 남성들은 여성이 잘못 행동하면 죽이거나 때려도 된다고 은연중에 동의하고 있거든. 정말 믿고 싶지 않지만 그렇거든. 


너는 남자라는 기득권을 가지고 태어났어. 내가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선택한 게 아닌 것처럼, 너 역시 네가 선택하지는 않았지. 하지만 그걸 가지고 있다는 걸 잊지 마.


너무 긴 이야기로 널 지루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네 실생활에서 지켜야 할 딱 두 가지만 부탁할게.

1. ~녀라는 말을 쓰지 마. 그 말에는 여성을 내 맘대로 되는 여성과 안 되는 여성, 이 두 가지로 분류하고 내 맘대로 되는 여성을 앞으로도 영구히 착취하겠다는 생각과 내 맘대로 안 되는 여성을 해쳐서 없애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어.

2.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과 어떤 상황, 어떤 장소, 어떤 시간에 함께 있게 되든지 그 사람이 원하지 않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마. 그 사람의 마음을 지레짐작하지도 마.


이 두 가지 지켜줄 수 있지?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아들은 내게 "뽀뽀해도 돼?"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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