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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May 21. 2016

선진국의 도서관

비아냥 아닙니다 이건

이곳이 얼마나 시골인지부터 얘기해야겠다. 얼마나 시골이냐면, 미국의 전국 단위 철도인 앰트랙 역이 없다. 기차로 여행을 할 때 올 수가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시내에 나가야만 10층 이상의 빌딩을 볼 수 있는데, 그 빌딩도 무슨무슨 건물, 이라고 대략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적다. 흔한 것이 땅이라서 잔디가 그렇게 판을 치는 거다. 아무리 기후가 도와줘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풀밭이 이리 많을 수는 없다. 켄터키주에서 두 번째인가 번화한 도시라고 들었는데도 이 정도라니, 켄터키가 미국 전체로 봤을 때 얼마나 낙후한 주인지 알 것 같다.


어쨌든 이런 시골도시에도 공공도서관은 무려 여섯 개가 있다. 물론 위치에 따라서 분위기는 좀 많이 다른데(상대적으로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의 branch는 스페인어가 거의 공용어고 약간 소란스럽다) 다 번듯한 도서관이다. 책만 놔둔 게 아니라 CD와 DVD,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깔끔하게 구비해놨다. 와이파이 빵빵하고 자기 기기를 이용하기도 무척 편리하게 해놨다. 비슷한 용도로 혼자 조용하게 작업하려고 스벅에 가는 친구들이 여길 안다면 좋아하겠다 싶고.


도서관이 한국처럼 무슨 고시 준비하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가는 곳이라는 느낌이다. 우리 가족도 할 일 없는 비오는 날 휘적휘적 간다. 책은 대여 기간 30일, 디비디는 7일인데 홈페이지에서 연장신청 가능하고 시내 어떤 브랜치에서나 반납 가능하다.


외국인인 나도 운전면허증으로 신분 확인을 한 후에 두 말 없이 회원권을 받을 수 있었다. 연장 안 되는 3일짜리 최신 디비디도 빌릴 수 있는데 최근에 빌린 건 캐롤. 도서관에 가족이 같이 가다 보니 사실은 그레이 50그림자를 흑인 코미디로 패러디한 섹스코미디를 빌려오고 싶은데 못 빌렸다.


영어로 된 책을 보는 건 매우 부담스럽지만 도서관이 이렇게 제대로 가까운 데에 있다는 건 부러운 일이다.


덧붙이자면 도서관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그렇게 소곤소곤하지 않은 건 의외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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