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

17. 에필로그

by Will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 의외로 곧바로 시차적응도 되어 버렸고, 순식간에 이전의 일상으로 모든 것이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다시 한번 여행의 연장선상에 서게 되었다.


귀국 다음날 부모님께 짐정리와 시차적응이 잘 되었는지 여쭤보려 연락을 드렸을 때, 엄청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여행 내내 허리가 아프다며 조금을 움직이기도 힘들어하셨던 삼촌이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것이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신 직후부터 다시 심한 통증을 호소하셨는데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응급차를 불러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벼운 치료만 받고 퇴원하실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며칠 후 진행한 검사의 결과는 온 가족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검사 결과는 요추 5번 골절에 따른 협착. 쉽게 말하자면 꼬리뼈와 가까운 척추에 골절이 되면서 디스크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검사 결과를 듣고 나니 다시 한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제야 삼촌이 왜 여행 내내 허리가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하시고, 몇 걸음 걷기도 힘들어하셨는지 이해되었다. 그동안의 답답하던 마음이 미안한 마음으로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나도 오래전 디스크가 터져서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그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알고 있었다. 정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프다는 느낌, 너무도 아파서 통증 이외에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기에 삼촌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더 크게 다가왔다.

그 이후로 삼촌은 거의 열흘이 넘게 입원하며 수술과 치료를 받으셨고, 퇴원하신 후에도 몇 개월 동안 혼자 걷는 것에 큰 불편이 있었다.


의도치 않게 노부모님과 거동이 불편한 삼촌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오면서 그동안의 여행에서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여행은 항상 설렘과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많은 어려움과 짜증, 분노 또한 있었다. 거기에 더해 몸이 건강한지 못한 사람에게는 여행이라는 경험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수없이 했던 여행이었다.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걷기, 계단 오르기 정도의 활동만 불가능해지더라도 여행지의 대부분 지역을 둘러보는 것에 매우 큰 어려움이 생긴다. 아마도 그 이상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대부분 옆에서 도와주는 여러 사람들이 있지 않는 한 여행은 포기하고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부모님께서는 크게 아픈 곳 없이 여행을 마무리하셨지만, 이번 여행 이후, 아버지가 싸우고 계신 파킨슨 병의 증상이 조금씩 심해지고 있고, 기력도 점점 약해지시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삼촌도 아직 목발이 없이 걷지 못하고 계셔서 아마도 세분을 다 모시고 먼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이번 튀르키예 여행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내가 어린이 폈을 때 나를 돌봐주시던, 나에게는 너무도 큰 존재여서 항상 우러러보던 세분의 어른이 이제는 너무도 약한 노인이 되어 있다. 내 어린 시절의 많은 여행들은 모두 이 세 어른들이 계획하셨고, 여행 내내 어린 나를 이끌어 주셨고, 배려해 주고 돌봐주셨다. 내가 철이 들 때즈음에 언젠가 어른이 되면, 나에 유년시절에 많은 행복한 여행의 기억을 심어주신 세분을 모시고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생각을 실행으로 옮겼지만 지금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일 년만 일찍 이런 기회를 만들었더라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되었을 텐데… 아니, 육 개월만 빨랐더라도…’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동안 어른들을 모시고 많은 여행을 가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자책을 멈출 수가 없다. 후회는 과거를 바꿔주진 못하지만 미래에 대한 방향을 조금을 틀어 줄 것이다. 이번 튀르키예 여행이 어른들과의 마지막 여행이 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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