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

16. 이스탄불 여행 마지막 날 - 보스포러스 해협, 돌마바흐체 궁전

by Will

어느새 패키지 투어의 마지막 관광 일정의 날이 다가왔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하는 날짜는 하루뒤이지만 오늘로써 튀르키예에서의 관광은 모두 끝나게 된다.


아침의 첫 일정은 보스포러스 해협 유람선 투어로 시작되었다. 버스를 타고 선착장 근처로 이동하여 유람선을 타고 관광하는 일정이었는데,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 뒤 이동하게 되어 더 이상은 휠체어를 이용할 수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유람선을 타고 오는 동안 삼촌은 버스에서 기다리시기로 하였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선착장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다. 최신식의 커다란 유람선과 오래된 유람선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었는데 그중 우리는 적당히 오래된 빨간색 페인트로 꾸며진 유람선에 승선했다.

유람선은 조금 낡았지만 매우 크고 깔끔했고, 2층 루프탑에 좌석이 잘 꾸며져 있어 보스포러스 해협의 시원한 하늘과 좌우의 멋진 건물들의 풍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그리 덥지 않은 날씨에 햇빛도 아주 좋아서 파란 하늘아래 바다 위를 떠다니며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이어서 그런지 조금 피곤하고 나른한 느낌이었는데 유람선을 타고 여유롭게 경치를 구경하고 있자니 어느 정도 체력이 다시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돌마바흐체 궁전 입구


30여분 정도의 유람선 투어를 마치고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오스만 제국의 궁전인데 ‘뜰로 가득 찬’이라는 의미의 ‘돌마바흐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이름이 상징하는 의미에 걸맞게 들어가자마자 분수가 있는 아름 다운 정원을 만날 수 있었는데 매우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건물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전체적으로는 단순한 형태였지만 겉면이 매우 화려하고 섬세한 조각과 문양으로 꾸며져 있어 고급스럽고 호화로운 분위기를 뽐내고 있다. 건물의 내부가 더 장관이었는데 유럽의 각국에서 수입한 샹들리에와 가구, 장식품이 셀 수 없이 많은 방들과 복도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어 놀라웠다. 아주 먼 옛날부터 육로로 연결되어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서로 교역을 했던 품목들에 크기는 중요치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 오스만 제국이 한때 얼마나 융성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정해진 코스를 따라 복잡한 궁전 내부를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자 다시 보스포러스 해협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다른 일행들이 궁전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며 우리 가족은 한가롭게 사진을 찍고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긴 여행동안 체력을 많이 소진해서 인지, 여행이 끝난다는 게 아쉬워서인지 서로 간에 많은 대화도 없이 다소 조용한 시간을 잠시 보냈다.


버스는 다시 우리를 태우고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이스탄불 공항으로 이동했다. 패키지여행이었지만 출발 전에 여행사를 통해 비행기 항공 편명과 예약번호를 확인해 놓아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 탑승 시에는 삼촌의 휠체어 에스코트를 미리 신청해 놓을 수 있었다. 공항 안까지 들어가는 길이 조금 힘겨웠지만 아직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우리 가족은 걱정 없이 천천히 버스에서 내려 공항건물로 들어갔다. 공항건물에 들어가자마자 1차로 짐검사를 한 후에 티켓부스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삼촌을 부축하고 캐리어를 3개 끌고 티켓팅하는 곳 까지는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 검색대에 있는 직원에게 휠체어를 요청했다. 직원은 바쁜 와중에도 요청을 들어주었고 우리에게 옆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말해 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절차가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았었는데…

5분, 10분, 20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휠체어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검색대 직원에게 몇 차례 이야기를 해보았고, 그 직원도 어딘가에 연락을 취하는 듯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우리 가족 앞으로 꽤 많은 직원들이 빈 휠체어를 밀며 지나가는 것을 보며, 멍하니 한참을 또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었다. 거의 포기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즈음에 직원 한 명이 휠체어를 끌고 우리에게 다가왔고, 우리는 그제야 티켓부스로 이동할 수 있었다. 티켓부스 근처에는 거동이 불편하여 여행이 어려운 사람들이 꽤나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공항에서 혼자 움직이기 힘든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었는데, 이곳에서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공항과 항공사 직원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해 주는 관문인 여행 대국이라 워낙 많은 사람들이 공항을 이용하기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몸이 불편한 광관객들을 위한 시설과 시스템이 잘 갖춰줘 있어서 자연스럽게 여행을 다니고 있는 것일까? 티켓을 발권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후 잠시 기다리니 다른 직원이 휠체어를 끌고 와서 삼촌이 이동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번에 온 직원은 작은 키의 여자분이셨는데, 여행 중 만났던 공항의 직원분들 중 가장 친절한 사람이었다. 우리 가족이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 속도도 조절하며 맞춰주었고, 이동하는 중간중간에 필요한 내용들을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 직원의 인솔 덕분에 출국 수속을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고, 우리는 공항 면세점 한가운데 설치되어 있는 대기 공간에 도착하였다. 아쉽지만 친절했던 직원의 임무는 여기서 마무리되었다. 우리 가족은 여기서 한동안 더 기다린 후에 또 다른 직원의 도움을 받아 게이트 앞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게이트 앞에서 다시 대기하고 있다가 탑승 시간에 맞춰서 온 다른 직원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 안의 좌석까지 삼촌을 모실 수 있었다.

삼촌이 허리가 아프다며 계속 움직이실 것 같아 옆좌석의 승객에게 폐를 끼치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비행사 직원이 센스를 발휘해 주었는지 3열 좌석에 나와 삼촌만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해 주었다. 비행기는 금세 이륙하였고, 다시 긴 비행이 시작되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게 느껴졌다. 원해 비행기에 타면 잠을 잘 못 자는 편이었지만 긴 여행의 피로가 쌓여서인지 중간중간 계속 졸기도 하고 자기도 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두 번의 기내식을 먹고 나서야 비행기는 한국에 도착했고, 우리는 모든 승객이 내린 후 한국 공항 직원의 도움을 받아 삼촌을 휠체어에 태우고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었다. 역시 한국답게 휠체어를 타고 입국 수속을 하는 과정에서 전혀 지체되거나 대기하는 시간이 없이 빠르게 모든 일이 처리되었다. 모든 짐을 찾고 가이드님과 패키지여행의 다른 일행들과 인사를 마친 후, 공항의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휠체어를 밀고 도와주신 공항직원은 원래 게이트까지만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게이트 밖에서는 안내소에서 다른 휠체어를 빌려 사용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안내해 주었다. 곧바로 공항의 안내센터에 달려가 휠체어 대여와 사용 방법을 물어보았지만 안내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은 휠체어는 다른 층에 가서 직접 가져와야 하는데 지금은 모두 사용 중이라 그나마 남아 있는 휠체어도 없다는 대답만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해 주었다. 귀찮아하는 직원의 태도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비행기에서부터 휠체어를 끌고 도와준 직원분께 택시 승강장까지만 도움을 요청하였고, 그 직원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택시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부모님과 삼촌을 태운 택시가 출발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 집으로 가는 버스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공항건물로 다시 한번 들어갔다. 우선 가장 빠른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티켓을 구매한 후, 편의점으로 달려가 시원한 음료를 한 병 사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제야 겨우 여행 일정이 끝나고 모든 긴장감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차가 꽤 나는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왔지만 이상하게도 버스에서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에 잠을 안 자고 버티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집 근처까지 버스를 타고 온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오는 십여분 정도의 시간도 낯섦과 익숙함의 중간즈음에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집에 도착해서 너무도 포근하고 편안한 마음을 맞이했지만 내일 아침에 또다시 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떠날 것 같은 여운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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