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

7. 튀르기예 여행의 하이라이트 - 열기구 투어

by Will

3일 차의 숙소는 카파도키아 지역에 있는 Vera Otel Taşsaray였다. 응회암 지역 한가운데 자리 잡은 아담한 동네에서도 외곽 부분에 위치한 오래된 호텔이었다. 그래도 호텔 맞은편에 꽤 큰 마트(Mıgros)가 있어 둘러보며 간식거리를 사러 가기에는 아주 좋았다.


https://maps.app.goo.gl/qXpP8qZiDRiN3ab6A?g_st=ic


튀르키예에 오기 전에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백종원 님께서 튀르키예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극찬했던 먹거리 중 하나가 카이막이었는데 여행을 오면 아침 조식 뷔페에서 카이막을 실컷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3일 차까지 구경도 못해보고 있었다. 마침 제대로 된 마트가 숙소 근처에 있어 3일 차 저녁에 산책 겸 둘러보러 나섰고 냉장 코너에서 카이막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두세 종류의 카이막을 판매하고 있었고 어떤 것의 맛이 더 좋은지 알 수가 없어 손이 가는 대로 집어서 나왔는데 다행히 호불호 없이 맛이 있었다. 카이막 덕분에 조식 뷔페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빵을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었다. 방조각 위에 카이막을 한껏 올린 뒤 그 위에 꿀을 살짝 얹어 먹으면 약간 뻣뻣할 수 있는 빵의 식감이 카이막의 부드러운 느낌 때문에 케이크의 식감으로 바뀐다. 거기에 달콤한 꿀이 더해져 맛과 향을 완벽하게 끌어올려 준다.

처음에는 카이막을 하나 사다가 우리 가족끼리 먹었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아무도 먹고 있지 않아 다음에 마트에 가서는 몇 개를 사다가 나누어 먹기도 했다. 여러 명과 나누어 먹었는데도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모두 마음에 들어 할 만큼 맛이 좋아서 귀국할 때 몇 개 사 오고 싶었지만 냉장보관이 필요하여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3일 차의 투어는 늦은 오후에 끝났고 이후에는 저녁식사를 제외한 일정이 없이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3일 차 일정이 꽉 차있지 않고 다소 빠르게 끝난 데는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4일 차의 첫 일정, 바로 튀르키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열기구 투어 때문이었다. 열기구 투어를 위해 새벽에 일어나 탑승장소로 이동해야 했는데, 동이 트기 전에 도착하여 준비를 하다가 지평선으로 해가 올라오는 시간에 맞추어 함께 하늘로 올라가야 동틀 녘의 고요함과 황금색 햇빛이 뒤섞여서 만들어 내는 장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차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가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님이 ’오늘 날씨가 좋은 것을 보니 내일 열기구는 무조건 탈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을 해주셨고 우리 일행은 아무런 걱정 없이 부푼 마음만을 가지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4일 차 새벽 5시. 모든 일행이 한 명도 늦지 않고 열기구 투어행 미니 버스를 타기 위해 호텔 로비에 모였다. 아직 시차 적응이 완벽히 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일찍 눈이 떠진 이유도 있겠지만 열기구 투어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시간에 맞춰 호텔 앞에 도착한 미니 버스가 우리 일행을 모두 태우고 드디어 출발했다. 10분 정도를 달려 버스는 잠시 정차했고, 열기구 투어사의 직원이 버스로 와서 간식 꾸러미가 들어 있는 작은 가방을 하나씩 나눠 주었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출발하느라 비어 있는 속을 간단한 음료수와 과자로 채우고 있으니 다시 버스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10여분 정도를 달려가니 도로 주변의 이곳저곳에서 열기구에 바람을 넣고 있는 장면을 보이기 시작했고 곧 저 열기구 중 하나에 탑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버스는 도로에서 샛길로 빠져서는 두 개의 열기구에 바람을 넣고 있는 넓은 공터에 우리를 내려 주었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열기구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점점 가까이 걸어갔다. 지평선 근처만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하는 어두운 시간이어서 우리는 열기구의 실루엣만 보며 두 개 중 어느 것을 탑승하게 될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고가 날 수도 있는 투어이기 때문에 가이드님은 열기구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열기구는 우리의 기대만큼 빠르게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한 시점에 부풀어 오르는 속도였다면 지금쯤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열기구를 보고 있어야 했는데 열기구는 아직도 땅에 누워 있었다. 그 와중에 가이드님은 더 바쁘게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갑자기 우리를 향해 다가와서는 다시 버스에 탑승해 달라는 말을 전해 주었다. 영문도 모른 채 우리는 일단 버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우리가 탑승하는 열기구가 다른 위치에 있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버스에 모든 일행이 탑승하여 자리를 잡고 앉은 것을 확인하고는 가이드님이 입을 열었다. ‘지금 바람이 제법 불고 있어서, 튀르키예 관광청에서 모든 열기구 투어를 취소시켰습니다.’ 가이드님을 통해 듣게 된 갑작스러운 열기구 투어 취소의 소식에 모든 일행은 당황함과 아쉬움에 아무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 나는 그제야 왜 우리가 타려던 열기구가 빠르게 부풀어 오르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그 열기구 두 개는 느리게 부풀어 오른 것이 아니라 철수를 위해 다시 바람을 빼고 있었던 것이다.

열기구 투어 취소로 바람을 빼고 있는 열기구들

바람이 심한 날의 열기구 투어는 사망사고까지 일어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튀르키예 관광청에서 기상상태를 매우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지침을 내려준다는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 일행은 버스를 타고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에 아쉬움 마음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지만 내일 아침에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다는 가이드님의 위로가 섞인 설명을 들으며 숙소로 이동을 했다. 보통 패키지여행은 카파도키아 지역에서 1박을 하며 머물러 자고 일어나는 새벽에 딱 한번 열기구 투어의 기회가 있지만, 우리가 선택한 패키지는 조금 특이하게도 카파도키아지역 세어 2박을 하는 일정으로 짜여 있어 우리 일행은 2박 후 맞이하는 새벽에 다시 한번 열기구 투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는 어느새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날 아침에 열기구 투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며 숙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동이 트기 직전의 아름다운 색깔을 품은 지평선과 반대쪽 지평선으로 아직 숨지 못한 달이 동시에 보이는 멋진 풍경이 버스 창밖으로 보여서 조금 더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다.


열기구 투어가 취소된 후 숙소로 돌아오니 아직도 6시 전후의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 최근에 여행을 가게 되면 일정 중에 최소 한번 정도는 시간을 내서 조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항상 집 근처를 달리다 보니 매일 익숙한 풍경 사이를 달리게 되어 지루함을 쉽게 느낀다. 그래서인지 여행지에 와서 낯선 길을 따라 달리게 되면 내 시야로 들어오는 새로운 풍경에 힘든 줄도 모르고 달리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국내 여행에서 잠시 머물게 된 동네의 거리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많은 새로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여행의 경우에 새로운 풍경이 이국적이기까지 하니 그 즐거움이 배는 커지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여행지에서 달리고 나면 그동안 평소의 조깅에서 누적된 지루함으로 인해 점점 줄어들고 있던 의지를 어느 정도 다시 복구시켜 준다.


아침 조깅 코스

여행이 오기 전 패키지여행의 빽빽한 일정을 살펴보았는데 대부분 아침 일찍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2박을 하는 카파도키아의 일정마저도 2일 차 아침은 열기구 투어가 예정되어 있어 아침조깅은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열기구 투어가 취소되어 아침조깅의 기회가 돌아오게 된 것이다. 숙소에 돌아와서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엄마, 아빠와 함께 다시 숙소를 나섰다. 일단 염두에 둔 조깅 코스가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어제 숙소로 오면서 보았던 이 동네의 중심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나는 달리고, 엄마와 아빠는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서 산책을 시작했고 내가 어느 정도 달리다가 갔던 길을 그대로 돌아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나는 속도를 내어 앞서 가기 시작했다.


동네 중심가에는 여러 갈래길이 만나는 광장 같은 공간이 있었다. 광장둘레로는 음식점, 기념품점등 많은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한쪽방향으로 높은 바위언덕에 커다란 튀르키예 국기와 한 남자의 사진이 걸려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난 우선 그쪽을 향해 방향을 잡고 길을 따라 가볍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광장의 바깥쪽에 다다르자 여러 가래의 갈림길이 보였다. 당초에 목적지를 두고 출발한 것이 아니라 우선은 그냥 가까운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튀르키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커다란 국기

동네에서 살고 있는 개들이 쫓아오기 시작한 건 그때쯤이었다. 튀르키예에는 동네에 주인이 없는듯한 개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 개들의 몸집이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 크기의 개가 지나간다면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 큰 커다란 개들이 동네 곳곳에 누워서 쉬고 있다. 조깅을 하는 중에 멀리서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조금 무서운 마음에 살짝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지만 그 녀석도 성큼성큼 속도를 내어 점점 더 빨리 내쪽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내가 선택한 길이 점점 오르막으로 변하고 있었다. 차오르는 숨에도 불구하고 더 속도를 내었지만 그 녀석은 곧 나를 따라잡았다. 다행히 나에게 붙어 냄새만 몇 번 맡았는데 내가 좀 더 빨리 달려 거리를 벌리자 그 녀석도 관심이 없다는 듯 다른 쪽으로 가버렸다. 결국 큰 개의 위협(?)으로부터는 멀어졌지만 난 어디인지도 모르는 언덕길을 한참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보니 호텔과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리조트의 초입 같은 곳이 나왔다. 그리고 입구를 지나자 이 동네를 다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의 끝에 다 다랄 수 있었다. 이른 오전시간이었지만 이미 해는 하늘 가운데 거의 올라가 뜨겁게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동네의 건물들은 마치 수백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며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나라처럼 형태도 색깔도 모두 다른 건물들이 마구 섞여 조화를 이룬 모습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쭉 이어졌을법한 비슷한 모양과 색깔로 통일된 건물들이 통일된 느낌을 주며 동네를 이루고 있었다. 언덕길은 더 높은 곳으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차단기로 막혀 있어 더 올라가 보지 않고 내가 왔던 길을 따라 다시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이제 어느 정도 이 지역에서 방향감각이 생겨서 호텔 방향을 유지하며 동네의 골목길들을 지나서 무사히 부모님을 만나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비슷한 색깔의 건물들이 주는 통일감있는 도시의 모습

언제부터인가 여행지에서 평소처럼 생활하며 여행지와 내가 사는 지역의 차이점을 느껴보는 여행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여행을 가면 항상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관광지를 중심으로 여행의 모든 일정과 루트가 결정되었다. 하지만 최근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면 그 지역의 관광지를 찾아보기보다는 그냥 구글맵을 켜놓고 그 동네에 뭐가 있는지 여기저기 선택하여 찾아보게 된다. 그 지역 사람들이 가는 상점, 공원, 음식점들 중에 나와 우리 가족의 취향에 맞을 법한 장소들을 찾아가 보기 위해 저장해 둔다. 물론 그 지역에만 있는 멋지고 특이한 장소를 방문하게 되면 기억 속에 그 여행을 대표하는 강렬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소소한 일상의 작은 차이를 몸소 경험해 보며 재미를 느끼고 신기해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에 못지않은 긴 여운이 남는 기억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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