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패키지여행의 필수 코스 쇼핑
4일 차의 관광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오전의 첫 번째 방문지는 패키지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쇼핑! 다른 패키지여행과 마찬가지로 이번 여행에서도 의무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쇼핑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보통 자유여행을 가면 기념품샵에서 소품을 구경하거나 쇼핑몰을 둘러보게 되겠지만 패키지여행에서의 쇼핑은 여행사 계약된 판매 업체들이 미리 준비해 놓은 투어 형식의 쇼핑을 하게 된다. 여행 일정 간에 총 5회의 쇼핑 일정이 있었는데 간혹 흥미로운 것들도 있었다.
첫 번째 쇼핑은 3일 차에 방문하였던 카펫 쇼핑이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곳은 ‘Matis carpet’이라는 꽤나 큰 건물의 카펫 쇼핑몰이었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방법을 실제로 보여준다. 그리고 긴 복도를 따라 들어가며 카펫 생산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를 설명해 주며 실제 카펫 장인들이 카펫 도면에 따라 한 땀 한 땀 무늬를 넣으며 카펫을 짜는 모습도 보여준다.
https://maps.app.goo.gl/sEqbWELhTgBpGnBX8?g_st=ic
이곳에서는 한국의 신대방동에서 몇 년 일하고 왔다고 하는 튀르키예 남자분이 유창한 한국어로 카펫에 대해 소개해 주셨다. 복도를 이동하며 설명을 다 듣고 난 후, 우리를 커다란 방으로 안내해 주었는데 여기에서 실제로 구입할 수 있는 카펫들을 한 장 한 장 꺼내어 바닥에 깔아 보여주기 시작했다. 카펫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10명 정도 되는 직원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고 우리에게 신발을 벗고 카펫을 밟아보며 구경하기를 권유했다. 이곳에 오기 전엔 카펫은 매우 클래식한 디자인의 전통적인 문양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바닥에 깔리는 카펫들의 디자인은 매우 세련되고 색상도 아름다워 가격만 괜찮다면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한국까지 무료 배송도 해주고 카펫을 사용하다가 디자인이 마음에 안들 경우, 배송비만 지불하면 평생 새로운 디자인의 카펫으로 교환까지 해준다고 하니 솔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을 한 번에 날려버린 것이 바로 카펫의 가격이었는데… 내가 마음에 들었던 디자인의 카펫은 대략 일반 가정집에서 깔아 두는 어린이 매트 정도의 크기였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깔끔하게 천만 원이라고 알려주었다. 보통 그 정도 크기의 카펫을 장인 1명이 1년 전후로 걸려서 만든다고 하며 카펫가격의 70~80%는 장인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카펫 장인의 연봉이 대략 700~800만 원 선이라는 건데 그렇게 따지면 비싸다고만은 할 수 도 없는 느낌이기도 했다. 어쨌든 카펫 가격 덕분에 구매욕을 깔끔하게 잠재우고 전혀 아쉬움 없이 가게를 떠나올 수 있었다.
두 번째 쇼핑은 4일 차 오전에 들렀던 터키석 쇼핑이었다. 이곳도 카펫 쇼핑과 마찬가지로 터키석이 왜 특별한지에 대해 설명을 쭉 해주고 진짜 터키석과 모조품을 구분하는 법을 자세히 보여준다. 한국에도 흔하게 있는 주얼리 매장같이 꾸며진 곳이었는데 조금 특이한 점은 보기 좋게 가공된 보석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돌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살려서 역어 놓기만 한듯한 목걸이라던가, 심지어 그냥 다듬어 지지도 않은 돌(터키석)을 판매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곳에도 한국어를 그럴듯하게 구사하는 여러 명의 직원들이 군데군데 서서 설명을 해주고 구매를 권유하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면화 쇼핑이 있었는데, 면화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소재로 만든 옷이나 여러 가지 상품을 판매하는 곳인 줄 알았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그냥 명품 옷, 가방, 액세서리를 파는 쇼핑몰이었다. 이곳에서 명품들을 시중가 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유럽에 공급되는 명품 브랜드의 공장들이 튀르키예에 많이 있고 그 공장들에서 생산된 제품 중 명품회사에 납품을 하고 남은 물건(불량등을 대비해서 만든 예비 물량)을 가져다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명품 브랜드에서 이와 같은 잔여 제품들을 절대로 따로 저렴하게 판매하도록 그냥 두지 않을 것 같아서 이렇게 공식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조금 놀랍기도 했다.
가죽쇼핑도 일정 중에 한번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곳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명품 브랜드의 가죽 제품(옷, 가방 등)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특이한 점은 처음에 작은 런웨이 주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패션쇼를 관람하는 방식으로 쇼핑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각 좌석에는 수많은 번호가 적혀있는 종이와 펜이 준비되어 있어 패션쇼를 보는 중에 마음에 드는 옷을 미리 체크하여 나중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패션쇼 중간에는 관람석에 앉아있는 우리 일행 중 몇 명을 런웨이 위로 데리고 가서 판매하는 옷을 입혀 모델들과 함께 워킹을 해보도록 해서 재미를 주기도 했다.
6일 차에는 블랙커민 쇼핑이 일정 중에 포함되어 있었다. 블랙커민은 건강에 좋다는 여러 가지 성분을 다수 함유하고 있는 곡물의 일종인데 튀르키예에서 많이 생산되어 이것을 이용한 오일이나 건강식품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블랙커민 시드 오일 외에도 악마의 발톱이라고 불리는 식물로 만든 크림(우리나라의 안티푸라민과 비슷)등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게 안에 들어가자마자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퀴즈를 맞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정답을 맞혀서 상품으로 차 티백 두 박스를 받기도 했다. 주로 판매하는 블랙커민 오일은 제법 가격이 있어 악마의 발톱 크림만 구매하였는데 여기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국의 같은 동네 출신이어서 서비스로 크림 한두 개를 더 넣어 주셨다.
마지막 쇼핑은 장미수 쇼핑이었는데 튀르키예산 기름장미에서 추출한 오일을 활용한 스킨케어 제품들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여러 가지 제품이 있었지만 장미수는 꽤나 가격이 높은 편이었다. 그 외에 터키쉬 딜라이트(튀르키예 전통 과자 로쿰)등 자잘한 기념품도 판매하는 곳이었다.
패키지여행에서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쇼핑이기 때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필수로 들러야 하는 코스이다. 우리 가족 중에서는 삼촌이 버스에 오르내리기 힘들어하셔서 처음 두 번 쇼핑을 제외하고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기다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기도 해서 조금 마음 편히 둘러볼 수 있었다. 가게에 따라서 흥미롭고 볼만한 곳도 있고 다소 허름하고 오래돼 보이는 곳도 있었지만 평군적으로 괜찮은 경험이었다. 패키지에 포함된 쇼핑 일정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은 면세점이나 튀르키예 마트, 길거리 상점등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어디에서 구매할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