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응회암으로 가득한 우치히사르 / 괴뢰메 지역
3일 차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우치히사르(Uchisar)였다. 우치히사르 지역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절경을 자랑한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응회암이 끝없이 존재하는 지역으로 응회암의 경도가 낮은 특징을 활용하여 동굴 형태의 집을 만들어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다. 처음에는 박해를 피해 숨어든 기독교 신자들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된 후에는 종교적인 순례의 장소나 수도원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에 인공적으로 파놓은 동굴들에 교회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버스를 타고 오전 내내 황금색의 벌판사이 도로를 이동한 후에 점심식사 시간즈음하여 우치히사르 근처에 도착하였다.
멀리서 보이는 약간 짙은 아이보리색으로 불쑥 올라온 바위산은 기암괴석에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는 모양이었다. 점점 가까이 다가가면서 보니 제법 커다란 동굴을 만들어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니 더 놀라웠다.
우치히사르에서는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10여분 남짓 주어져서 가장 높은 지점까지 올라갈 수는 없었고 시간에 맞춰 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본 후에 다시 버스로 돌아왔다. 어느 정도 경사가 있는 길을 따라 걸어보니 여러 음식점과 호텔들의 입구가 보였는데, 자유여행으로 이곳에 왔다면 이런 곳에서 하룻밤 정도 머물고 가는 일정을 선택했을 것 같다. 절반정도 되는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 꼭대기에 멋지게 자리 잡고 있는 테라스를 가진 음식점이 눈에 들어왔지만 아쉽게도 버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확인하고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점심식사로는 튀르키예의 대표음식인 케밥을 먹었는데, 이번 케밥은 조금 특이하게 항아리 안에 고기와 야채를 넣어 익혀서 요리하는 케밥이었다. 식당 내부 또한 특이했는데 반지하 구조의 식당에 벽과 천장이 모두 응회암으로 꾸며져 있어 우치히사르의 분위기를 그대로 실내에 반영해 놓았다. 우리 일행은 식당안쪽 테이블 세팅되어 있는 자리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식전 수프가 서빙되어 맛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식당내부의 전등이 모두 꺼졌다. 사람들은 정전이 된 줄 알고 놀라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는데 그때 주방 쪽에서 직원이 커다란 항아리를 가지고 우리 테이블 근처로 와서는 항아리에 불을 붙여 보여 주었다. 항아리 안에 이미 요리가 된 케밥이 들어 있었지만 케밥을 손님들 접시에 나누어 주기 전 이 식당만의 특이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것이다. 항아리의 불꽃이 꺼지자 다시 식당 안의 전등이 환하게 켜졌고 케밥은 작은 그릇에 담겨서 손님들 앞에 서빙되었다. 닭고기 케밥이었는데 우리나라의 찜닭과 비슷한 맛으로 제법 괜찮은 점심식사였다.
https://maps.app.goo.gl/7fREiYQt21YSYNdo7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라 5분 정도 이동하여 지프투어가 시작되는 장소인 괴레메 파노라마에 도착했다. 이곳에 오기 전 이름을 보고 180도로 탁 트인 파노라마 전망대가 있는 장소를 떠올렸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우치히사르가 아주 잘 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와 기념품 가게였다.
가게가 오래되어 낡은 느낌은 있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멋진 경치는 부인할 수 없었다.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는 우치히사르의 풍경은 모래사막을 연상시키기도 했지만 울룩불룩하게 솟아있는 언덕과 바위들은 확실히 색다른 느낌을 전해 주었다.
https://maps.app.goo.gl/QuiPuEVvLRWpr9Nu6
괴뢰메 파노라마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시 쉬고 있으니 어느새 주차장에 형형색색의 지프들이 주차를 마치고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중 진한 파란색 지프를 배정받았고 기사님의 도움을 받아 차량에 탑승했다. 가이드님이 오프로드의 지프투어를 확실히 느끼려면 기사님께 거칠고 재미있게 운전을 해 줄 것을 요청해도 된다고 설명해 주었지만 우리 가족은 평균연령을 고려하여 얌전히 투어를 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우리가 탄 차의 기사님께서는 최대한 살살 운전을 하시는 것처럼 보였으나 포장된 도로가 아닌 곳을 통과해서 투어를 하다 보니 차가 꾀나 많이 흔들리는 곳도 있었고 앞차가 만들고 지나간 자욱한 먼지를 뚫고 지나가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게다가 길이 없는 곳을 그냥 지나가다 보니 기사님이 앞차를 놓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황도 생겨서 조금 당황스럽고 웃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워낙 이곳 투어를 많이 진행한 기사님이어서 그런지 앞차를 놓쳤어도 뒤에 따라오는 차와 상의하며 목적지에는 무사히 도착하였다.
지프투어는 4개의 관광 포인트를 들러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중간 포인트마다 응회암이 바람에 풍화되어 만들어진 특이한 모양의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신기하고도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첫 번째 포인트에서는 튀르키예의 특산물인 석류와 오렌지를 직접 착즙 해주는 주스를 판매하고 있었다. 가공하지 않은 석류와 오렌지를 반으로 잘라서 그대로 손으로 핸들을 눌러 짜는 착즙기에 넣고 주스로 만들어 주는 모습이 신기하여 마셔 보았는데 더운 날씨에 시원하지 않은 주스를 마시니 그 맛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투어는 각 포인트에 들러 10여분 정도 둘러볼 시간을 주고 차량의 기사님들이 따라다니며 일행의 단체 사진을 계속 찍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기사님들이 워낙 이곳에 많이 오셨던 분들이다 보니 사진이 잘 나오는 포인트를 잘 알고 계셔서 멋진 단체 사진도 많이 남길 수 있어 좋았다. 튀르키예의 햇빛이 워낙 강렬하고 투어경로에 그늘도 거의 없어서 많이 더웠지만 건조한 환경 탓에 차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만 쐬어도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투어의 마지막 포인트에서 여러 대의 지프에 나눠 타고 투어를 하던 일행이 모두 모이면 기사님들이 미리 준비한 샴페인을 꺼내어 간단한 파티를 열어준다. 사실 이 샴페인 파티는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팁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한 시간인데, 관광객들은 무알콜 샴페인을 한잔씩 받아 마시고 빈 잔에 원하는 만큼 팁을 넣어서 돌려주면 된다. 우리가 여행했을 때는 팁으로 미리 환전해 간 1달러 지폐를 한 장씩 넣어서 돌려주었고, 투어 내내 이동이 불편한 삼촌을 배려해 주고 도와준 우리 차의 기사님께는 별도로 팁을 드렸다. 샴페인 파티 후에 모두 지프를 타고 투어의 시작점인 괴뢰메 파노라마로 돌아왔다. 지프투어는 그렇게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카파도키아의 위르귀프(Ürgüp)로 이동했다.
트라브존을 출발하여 시바스를 거쳐 카파도키아로 이동하면서 튀르키예가 정말 넓은 땅을 가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버스를 타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할수록 버스의 창밖으로는 초록으로 뾰족하게 솟은 산들은 점점 줄어들고 끝없는 평야가 있는 지역을 지나 사막의 모래색을 띤 응회암이 펼쳐지게 된다.
여행자에게 이국적인 풍경이나 환경은 설렘을 안겨주는 원천이 된다. 튀르키예의 급변하는 이국적인 풍경을 보며 먼 거리를 여행하고 있었지만 이전의 여행들만큼 큰 설렘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뭔가 크게 걱정이 되거나 기분이 우울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는데 아마도 부모님과 몸이 불편하신 삼촌을 모시고 여행을 계속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마음 한국석에 숨어 자리 잡고 여행의 설렘을 상쇄시켰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전까지의 여행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복잡한 심경이 신기하기도 하다. 여행의 설렘은 모두 비슷할 것이라는 이전의 생각이 이번 여행을 통해 깨져버렸다. 거기에 더해 새로운 여행에서는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