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

5. 살짝 거쳐 지나간 도시 시바스(Sivas)

by Will

두 번째 숙소는 트라브존을 떠나 카파도키아를 향해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한 시바스(Sivas)라는 도시에 위치하고 있었다. 전날의 일정을 마치고 저녁때쯤 시바스에 도착했다. 시바스는 트라브존 보다는 제법 도시 느낌이 나는 장소였다. 제법 많은 차들이 돌아다니는 넓은 차도를 끼고 늘어서 있는 깔끔한 음식점과 상점들의 불빛이 거리를 환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시바스(Sivas) 거리의 모습


시바스에서 묵은 호텔은 트라브존의 숙소보다는 훨씬 깔끔하고 괜찮은 숙소였다. 이스탄불의 라마다 호텔을 제외하고는 이번 숙소의 룸 컨디션이 가장 좋기도 했다.

https://maps.app.goo.gl/ggcSoMZNQJQ1oR3e9?g_st=ic​ ​

<< 우리가 묶었던 Sivas Revag Otel >>


숙소에 도착해서 우리 일행을 바로 식당으로 올라갔다. 자리를 잡고 테이블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자 곧 준비된 음식이 나왔다. 저녁식사는 간단한 케밥이었다. 튀르키예 여행을 오기 전에는 케밥이라고 하면 빙글빙글 회전하는 고기 덩이에서 얇게 발라낸 고기 조각과 야채를 얇은 토르티야(밀가루 전병)에 말아서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지에 와보니 고기를 구워서 먹는 음식은 전부다 케밥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여행 중에 먹었던 케밥은 보통 한 개의 넓은 접시에 고기, 밥, 야채가 한꺼번에 올려 저 나오는 플레이팅이었다. 고기의 종류는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와 같이 음식점마다 달랐지만 돼지고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아서 특이했다. 물론 고기에 곁들여 먹는 소스도 서로 달랐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오후 7시쯤이 되었다. 아직 잠들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동네 구경을 나가기로 했다. 특히 엄마가 꼭 현지 가게에서 파는 과일을 사 먹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우리 가족은 식후 과일을 사 오는 것을 목표로 가볍게 거리로 나섰다.


튀르키예의 동네 거리를 걷다 보면 ‘Market’이라고 간판을 붙여 놓고 장사를 하는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과일, 채소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가 있었는데 이름도 튀르키예 말로 적혀 있어 전혀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것도 많았다. 큰길을 따라 걸어가며 몇 개의 가게를 만났지만 우리는 소심하게도 눈으로 구경만 하고는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큰 거리가 거의 끝나는 지점에 가서야 한 가게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점원에게 무슨 과일인지 영어로 물어봤지만 의사소통은 전혀 되지 않았다. 결국 휴대폰 번역기 어플을 통해 사고 싶은 과일이 맛있는지 정도만 물어보고는 포도, 자두 그리고 배를 사들고 나왔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튀르키예 맥주인 에페스(EFES)를 사 와서 마시고 싶어 몇 군데 가게를 더 들러 보았는데 맥주를 파는 가게가 없었다. 제법 큰 슈퍼마켓의 점원에게 물어봤는데 영어로는 소통이 어려워 번역기를 사용했지만 정확히 어디서 맥주를 살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술을 파는 상점이 따로 있다고 설명해 주는 것 같다고 짐작하고는 맥주대신 탄산음료 몇 개만 사들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방에 옹기종이 모여 앉아 사온 과일을 먹어보기 시작했다. 자두는 신맛이 다소 강해서 인기가 제일 없었고, 포도는 아주 맛있었다. 배는 우리나라의 동그란 배와는 다른 오뚝이 모양을 한 서양배였는데, 한입 베어 물자 의외로 상큼함과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 퍼져 맛있었다. 피곤한 때문이었는지 저녁을 든든히 먹어서인지 우리 가족 모두 과일을 많이 먹지는 못하고 다들 잠자리에 들었고 이렇게 2일 차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튀르키예에서 먹었던 자두, 포도 그리고 배

3일 차 새벽녘 동이 트기 시작할 즈음, 시차적응에 실패하여 이미 잠에서 깨어 있던 우리 가족은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 호텔을 나섰지만 딱히 정해진 목적지 없이 우선 방향만 정한고 걷기 시작했다. 호텔을 끼고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서 휴대폰으로 구글맵을 켜보니 지역에 유명한 장소 몇 개가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서너 군데를 빠르게 클릭하여 살펴보고는 그중에 제일 멋있는 사진이 보이는 곳을 목적지로 선택한 후 본격적인 산책을 시작했다.

우리가 호텔을 나선 시간은 오전 6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리의 약간 서늘한 공기가 마치 우리나라의 10월 초가을 같은 느낌을 안겨 주었다. 작은 골목길에는 사람 하나 없이 아주 조용했지만 조금 큰 골목으로 접어들자 벌서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는 빵집이 눈에 띄었다. 빵집에는 호텔 조식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바로 그 빵 한 가지만 줄줄이 가득 쌓여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빵집 옆을 지나치며 안을 들여다보자 넉살 좋게 생긴 사장님이 티르키예어로 무언가 말하며 우리에게 들어오라는 듯 손짓을 해 주었지만 우리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손만 흔들어 주고는 산책을 이어갔다.


10분 정도나 걸었을까, 우리가 목적지로 삼았던 건물에 있는 두 개의 뾰족한 탑이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 동네에 있는 큰 모스크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박물관이라고 표지판에 적혀 있었다. 아마도 모스크로도 사용하고 박물관처럼 전시도 하고 있는 듯했는데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시간이어서 정확히 어떤 곳인지 확인해보지는 못하고 주위만 한 바퀴 빙 돌아 다시 호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https://maps.app.goo.gl/RxBtDS3342HJ9DnP9?g_st=ic

Sivas 아침 산책길에 만난 멋진 건물

튀르키예에는 길거리에 개와 고양이들이 아주 많다고 들었는데 이곳 시바스의 거리에서는 동물들을 찾아볼 수가 없어 조금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길을 걷던 중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표지판을 발견했다. 아마도 개와 고양이 들도 이른 시간이라 어디선가 잠자고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고양이 모양 표지판

호텔로 돌아온 우리 가족은 쉬는 시간도 없이 부지런히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조식의 뷔페의 메뉴들은 치즈의 종류가 몇 가지 달라진 것을 제외하면 이전 호텔과 비슷했다. 여행을 오기 전부터 부모님 입맛에 음식이 맞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의외로 다들 너무 잘 드시며 식사에 대한 불만은 없으셔서 다행이었다. 특히 엄마는 튀르키예 빵이 너무 맛있다고 하시며 여러 번 리필해서 드시곤 했다. 아침식사를 하기 전 이미 짐을 다 정리해서 나온 우리 일행은 3일 차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튀르키예 여행에 오기 전까지는 패키지여행이 자유여행 보다 훨씬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적으로 짜여 있는 일정, 현지상황을 잘 아는 가이드님과의 동행, 모든 관광지 바로 앞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기 위한 전세버스등 여러모로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기에 문제도 없고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조금 바뀌어, 혹시 노령의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적극적으로 자유여행을 추천해 주고 싶다. 패키지여행은 여러 가지로 최적화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해 주지만, 그만큼 또 타이트한 일정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 가족만이 아닌 다른 일행과 그 일정에 벗어나지 않게 동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다소 힘들게 느끼 실 수도 있다. 걷기가 힘들어 일정 중에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버스나 그 근처에서 기다리셔야 했던 삼촌, 바쁘게 가이드님을 따라다니느라 다소 벅차하시던 부모님을 보면서도 돌아보아야 하는 관광지 개수를 좀 줄이고 한 곳이라도 더 여유 있게 돌아보도록 일정을 조정할 수가 없던 점은 여행 내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그 당시 나는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면 모두가 편해질 것이라고 착각했었던 것 같다. 아니,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내가 조금이라도 더 편해지는 방법으로 패키지여행을 선택했던 것 같다.

아마도 힘들겠지만, 혹시라도 부모님과 다시 한번 멀리 여행 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꼭 내가 계획을 세운 여유 있는 자유여행으로 함께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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