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 Jun 11. 2020

조회수 10000을 돌파 했습니다


일주일에 나흘은 카페에 간다. 눈뜨자마자 오전 9시에 카페 명당자리를 확보하고 공부를 하며 글도 쓰는 슬기로운 백수생활을.. 보냈으면 좋겠건만. 정오가 넘어야 정신이 개운해지는 인간인지라. 느지막이 일어나서 그날 뭐할지, 그제야 생각이란 걸 한다. 정신을 깨워보고자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시청한다.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으로. 이런 거 말고, 좀 똘똘하게, 먹고사는데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알아보란 말이야,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무엇을 하란 말이다! 라며 마음속으로 외쳐보지만 눈은 넷플리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얼씨구, 한편만 봐야지, 라는 다짐은 온데간데없고, 손가락은 다음 편을 누르고 있다.


누구나 한 번씩 인생 노잼 시기가 온다고 한다. 뭘 해도 흥미가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시기.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보다 더 끝도 없이 내려갈 것 같을 때, 할 일(?)을 바리바리 챙겨 카페를 가거나 도서관에 간다. 노잼 시기가 무서운 건 카페까지 와서도 노트북을 켜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다. 이럴 거면 차라리 집에서 맘 편히 넷플리스를 마저 보면 될 것을. 누가 그랬던가. 글은 손가락으로 쓰는 게 아니고, 엉덩이로 쓰는 거라고.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더라도 카페에 있으면 커피값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엉덩이 딱 붙이고 워드프로세서를 만지작거린다. 게다가 읽지도 않을 책을 챙기고, 문제집(?)도 가지고 나온다. 덕분에 가방이 무거워 쉽게 자리를 뜨지 않게 된다. 책상에 노트북만 딱 놓고 집중한다는 누구의 얘기는 남 얘기다. 테이블에 노트북, 종이 노트와 펜은 있어야 마음이 안정된다.

  

브런치를 시작한 건 2015년이다. 종종 브런치 작가 신청 몇 번이나 거절을 받았었다는 글을 볼 때면, 가슴 한구석이 콕콕 찔린다. 나는 브런치 플랫폼 초기에 작가 신청을 해서, 어렵지 않게 작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만 5년 동안 브런치에 발행 글이 고작 스물두 개. 발행했다가 취소한 글은 스물두 개가 훨씬 넘는다. 나는 변덕이 죽 끓듯 하다.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한다. 쓰고 나서도 시시각각 생각이 업데이트된다. 환장할 노릇이다. 그렇다면 자기 고백형 에세이 말고, 다른 종류의 글을 써도 될 것이다. 글쓰기의 형식이 에세이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어떤 글은 쓰면서 스스로를 파먹는 기분이 들고, 어떤 글은, 글감을 찾아 헤매다가 지우고 싶었던 기억이 되살아나, 며칠을 축 처진 채로 보내게 만든다. 내 글을 읽고 어떤 감상인가, 라는 문제를 낸다면 어두움, 무거움, 처량함이라는 선택지가 답이 될 것이다. 발행된 스물두 개의 글로 내 삶을 하나로 수렴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삶에는 즐거운 날도, 행복한 날도, 성취를 느꼈던 날도 있다. 한데, 글을 쓰려고 할 때면 밝은 면보다는 내 안의 어두운 구석을 파고든다.

 

나는 비주류의 삶을 산다. 아니다. 잘 보이지 않는 삶을 산다. 이 나이가 먹도록 내 밥그릇을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동생 밥그릇, 엄마 아빠 밥그릇에 숟가락 얹히고 산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는 내내 신경이 쓰인다.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인간이 글이랍시고 제 밥그릇 못 챙긴 이야기를 풀어도 될까. 몇 개월 다니고 회사 관둔 이야기, 삼십 대 후반에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야기, 누가 이런 이야기를 읽고 공감해줄까.


몇 주 전 <서른일곱 먹고 아르바이트합니다>란 제목으로 발행한 글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일일 브런치 조회수는 많으면 23회였다. 하루에 1만이 넘는 조회수라니. 평소의 나라면 쓰지 않을 제목이어서 많이 찔렸다. 자극적인 제목에 낚여서 내 글을 클릭했을 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조회수와 비례하여 적긴 하지만 ‘좋아요’는 나를 설레게 했다. 어떤 마음으로 좋아요,를 눌러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며칠 동안 좋아요와 구독 알람으로 들떴다. 빨리 다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주었다. 며칠은 들떴고, 며칠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에너지를 썼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을 테지만 다음 글에 대한 부담을 갖기도 했다. 알바 생활을 청산하고 회사를 다시 들어갔다든가. 뭔가 기승전결이 있는 글이라면 완벽할 텐데. 그다음 글도 여전히 찌질 라이프다. 또한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집에서 흐느적거리다 카페 와서 엉덩이 딱 붙이고 이 글을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적게 먹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