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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Aug 23. 2021

휴무

스타벅스는 조명의 밝기가 낮은 편이다. 카페에 가기로 결정을 하고 집 밖을 나왔다. 할리스는 밝고 환하여 독서 환경에 최적화되어있다. 게다가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아 깨끗하다. 매장도 넓다. 할리스에 출근하듯 갔던 시기가 있었다. 그곳에서 독서를 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최근의 기억으로는 카페에서 도무지 책을 읽을 수 없어, 자리를 몇 번 바꾸고는 바로 나와버렸다. 음악 소리 때문에 독서가 어려웠다. 사람들과 수다를 떨러 왔다면 음악 소리가 성가시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의 카페 방문의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니까.


쉬는 날 아침 눈을 뜨면 카페에 노트북과 책을 챙겨 방문을 나가는 장면이 연상된다. 반납 일이 다가오지만 좀처럼 넘기지 못한 머리맡 오래된 책을 떠올린다. 읽어야만 하는 책은 아니다. 이걸 읽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나지 않는다. 나는 독서 말고 다른 무엇을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방 책상에 앉아 집중하길 언제나 원하고 있다. 이룰 수 없는 희망 사항일지도 모른다. 의자를 바꿨고, 의자를 잘 못 샀음을 알았다. 앉는 부분이 뒤쪽으로 낮게 비스듬하다. 비싼 건 아니지만 그렇게 저렴한 의자도 아니다. 목 디스크와 등 통증과 함께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 굉장한 의자 같은 건 없을 것이다.


일요일을 사이에 두고 토요일과 월요일 대체 휴무를 썼다. 다음 주에는 풀로 근무를 해야 한다. 오늘은 삼일 차 휴무이다. 마지막 날이다. 아깝지는 않다. 하루 만이라도 제대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나가지 않는 날이면 나는 조금 디프레스 된다. 쉬는 날 이면 악몽을 꾼다.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은 쉬는 날에만 나타난다. 업무가 힘든 건 아니라서, 긴장 상태로 있는 것도 아니다. 월급을 받고 하는 일은 미묘하게 긴장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악몽은 긴장이 풀려도 상관없는 주말이나 휴무에만 허용된다.


 밖을 나오면서 도서관을 갈지 카페에 고민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분명한 목적지가 있다는  상당한 심적 고민과 시간을 절약해준다. 휴무 전날 도서관에대출한   권과 노트북을 챙겼다. 가방이 묵직하다. 오래 지고 있으면 어깨에 무리가  것이다. 10 거리 스타벅스에 가기로 했으니 잠깐 무거운  두렵지 않다. 나는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을 읽으러 카페에 왔다. 언제중요한  뒷전에 두었다. 그렇다고 중요한  무엇인지도 모른다. 살면 살수록 무엇인가 희박해진다. 지나온 다음에야 중요했던 것이 보인다. 사는 내내 후회와 자책은 공기 같은 것이다. 올해는 운이 좋아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를 구했는데 내년에는 어디에서 무얼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말하고 싶지 않고 목적이 없어 나는 독서를 한다.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일상은 어느 구절에서 구해질지도 모른다.


쉬는 날 카페 가기와 더불어서 하고 싶은 것은 수영을 가는 것이었다. 버스로 몇 정거장을 가야 하고 수영복을 챙기고 수영장에 가서 샤워를 해야 한다. 수영이 끝나면 또 샤워를 하고 집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 최소 2시간 소모된다. 이 생각을 하면 귀찮아진다. 가고 싶은 마음보다 귀찮은 마음이 커진다. 예전에 살던 곳은 수영장이 가까웠다.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됐다.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운동을 가지 않고 지낸다. 아무래도 수영을 간다는 건, 등산을 가는 마음처럼 무겁게 여기기로 했다. 가볍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니까 가지 않게 된다. 수영 역시 가지 않아도 된다. 먹고사는 것을 제외하고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요하지 않을 것을 발 벗고 한다. 독서를 하고 수영을 하고,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는 수고를 한다. 그리고 일기도 쓴다.


지금 나는 조명이 적당히 어두운 스타벅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비가 조금 내린다. 8월 중순이 넘어간다. 가을이 조금이 오고 있다. 블랙 카디건을 챙겨 왔다. 적당히 쌀쌀한 날씨다. 나는 이런 날씨를 좋아한다. 이 달의 생활비가 거의 바닥이다. 대출 갚고 월세 내고 비상금으로 40만 원 정도를 따로 챙겨뒀다. 비상금은 쓰고 싶지 않다. 월급 때문에 8월이 어서 지났기를 바랐는데, 9월이 되면 올 해도 금방 끝나겠구나 싶어 섭섭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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