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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요일의남자 Oct 02. 2020

추석이니까 가족 이야기

조카가 하나 있어요

6살 난 귀여운 여자 아이입니다

삼촌이 타향살이를 좀 하다 와서 그런지 많이 낯설은 가봐요 손에 만원 짜리 하나 쥐어줘야 질문 한 개 대답해 주네요 고맙다는 말을 기대하긴 어려워요 애초에 돈으로 ‘삼촌 고맙습니다’ 하는 말을 들으려고 한 제가 속물인 거겠죠

그래도 손에 만 원 한 장 꼭 쥐고 온 집안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냥 귀엽기만 합니다

그거 너네 엄마 주지 말고 잘 숨겨놔라~


누나와 매형은 9살 차이가 나요

대학 동아리 선배로 만났댔나 아휴 절절한 연애사는 관심이 없지만 놀라운 건 나이 차이 보다도 이 두 사람이 연애를 10년이나 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매형은 자기 나이 마흔이 될락 말락 할 때 결혼을 한 거네요 듣자 하니 매형은 누나가 오케이 할 때까지 10년을 마냥 기다리기만 했데요

찐 사랑이군요


사실 우리 가족은 가족애라는 게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너무 어릴 때 엄마 아빠는 싸우고 이혼을 했고 우리 남매는 할머니 손에 컸어요 아버지는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이었고요 할아버지는 무뚝뚝하고 무서운 사람이었고 할머니도 손주들 보는데 힘이 많이 부치셨을 거예요 우리 집엔 웃음이 별로 없었어요 친척들이 말하길 저는 항상 그늘진 아이로 기억된데요


누나가 결혼을 하고 조카가 태어난 뒤로 일 년에 두 번 명절에는 가족이 다 모이게 되었어요

아이는 사랑의 결실이고 집안의 보물이라 덕분에 이 공간 안에 가족들이 웃음 짓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네요 참 행복하지 않을 수 없군요


어쩌면 삼십 년 전 누나가 이제 막 말을 하고 내가 겨우 걸음마를 시작할 그 무렵에도 우리 집엔 웃음꽃이 피었을 겁니다


원망스러운 날들이 너무 많았어요

다만 당신들 께서도 사는 게 여의치 않았을 거예요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같은 날이면 우리 엄마 아빠에게 삼십 년 전 그 웃음을 되찾아준 매형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입니다


10년을 사랑 하나만 보고 달려와서는

사랑을 잃고 살던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선물해 준 우리 매형 

당신을 보면서 나는 사랑만이 구원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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