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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요일의남자 Oct 01. 2020

낮에는 서핑을 하고요,

낮에는 서핑을 하고요 밤에는 와인을 팝니다.

서핑은 삼 년째 하고 있지만 실력은 잘 늘지를 않네요 그래도 파도가 좋아요 매일 매번 새로워요

서핑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면 한 번도 같은 파도가 없다는 거예요 매 순간 다른 방향으로 다른 노력을 해야 파도를 잡을 수 있어요

허리는 바짝 힘주어 무게중심을 들어줘야 하고요

어깨에 힘을 빼고 패들링을 쉬지 말아야 해요

파도가 잡혔다 느껴지는 순간에 번쩍 하고 일어나 파도를 타야 해요 그 순간에 짜릿함은 직접 해봐야만 압니다


밤에는 작은 와인바를 열어요 부족함이 많은 가게인데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너무 고맙네요

와인은 참 어려워요 그냥 술이구나 하며 즐기기엔 부담되는 것도 같고요 그래서 처음엔 많이 헤멧어요

와인도 서핑하고 비슷한 거 같아요 종류가 셀 수 없고 모든 와인이 코르크를 따는 순간부터 시시각각 맛이 변해요 어떤 와인은 풍미가 더 좋아지기도 하고하고 어떤 와인은 너무 빨리 맛이 가버려서 아쉽기도 하고요 마시는 법이 어떻네 색깔이 어떻네 바디감이 어떻네 하는 교양 이야기는 병을 오픈하고 얼마 뒤면 잦아들고 다들 취해서 결국 다시 사는 얘기들을 하기 바빠져요

제 역할은 그 얘기를 들어주는 겁니다


마지막에는 꼭 사랑이야기로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요

언제 누구를 만났는지

어디서 뭘 했는데 좋았다던지

얼마 전에 헤어져서 힘들다 던 지

듣고 있으면 내 이야기 같은 일들도 많고요

듣고 나면 내 이야기들도 하면서 공감도 하고요

그러고 나서 손님들을 보내고 나면 내 지나온 자리들이 정리되는 것 같을 때도 있고 참 재밌어요

이렇게 매일 매일 새롭고 많은걸 배우고 있답니다


저는 서른두 살 남자에요

낮에는 서핑을 하고 밤에는 와인을 팔아요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제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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