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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후, 잠시 동안 고기가 부드러운 이유

도축 후, 잠시 동안 고기가 부드러운 이유

정육점 매장에 있는 고기는 부엌칼이나 슬라이서로 자를 수 있지만, 도축 후 잠시 동안은 일정한 형태나 크기에 맞추어 자르는 것이 힘듭니다. 동물의 고기는 왜 사후에도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움, 즉 탄력성을 갖는 것일까?

식육이 되는 근육은 골격근으로, 이것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근원섬유가 2종류의 섬유, 즉 액틴이라고 불리는 가느다란 섬유와 미오신이라고 불리는 굵은 섬유로 이루어져 있으며, 실제로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그림1).

화학적인 연구를 통해 근원섬유 전단백질의 약 70%가 액틴과 미오신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액틴과 미오신은 우리의 영양을 위한 중요한 동물성 단백질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할 수 있는 것은 액틴과 미오신이 결합하거나 떨어지기 때문이며(그림2), 이 때 칼슘이온과 ATP(아데노신3인산)가 필요합니다. ATP라는 물질은 모든 생물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에 반드시 존재합니다. 즉 생체 내에서 사용되는 연료와 같습니다.

근육수축의 경우, 미오신의 돌기부는 ATP를 분해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액틴과 미오신의 결합에 의한 수축과 이완에 사용됩니다. 이 일련의 반응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칼슘이온입니다. 동물이 죽으면 체내의 모든 계통적인 대사는 멈추지만, 각 조직은 각각의 부위를 조절하면서 특유의 대사를 계속합니다. 이 시기에 근육은 활발히 수축은 하지 않지만, 다른 부분에서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즉 ATP소비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축 후 잠시 동안은 근육 속의 ATP양이 살아 있는 근육과 같게 유지됩니다. 그 이유는 사후에도 근육세포 속에서 ATP재생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비되는 ATP의 양과 재합성되는 ATP의 양이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는 동안, 근육은 살아 있을 때와 같이 외부의 힘에 의해서 신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수축과 이완은 아닙니다. 근육이 탄력성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탄성단백질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 ATP재생 원료가 없어지면 ATP양이 저하되기 시작하고, 사용해야 할 ATP공급이 늦어지면서 근육은 탄력성을 잃어갑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칼슘이온을 저장하고 있던 기관도 그 기능을 잃고, 칼슘이온이 근세포 내에서 빠져 나와 액틴과 미오신의 결합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유연제 역할을 하고 있던 ATP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에 이 결합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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