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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도 전략이다. 11월 18일

92일차 내가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

다이어트도 전략이다. 11월 18일

92일차 내가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

난 1965년생이다.

한국 나이로 쉰둘

대기업 다니던 동기들도 하나 둘 명퇴를 하기 시작한 나이다.

이주전인가? 전체관람가라는 프로에서 랄라랜드라는 제목의 단편연화를 했는데

쉰이면 간주중인데 이제 겨우 반을 살았는데

직장에서 명퇴를 하게 되는 나이다.

난 이번 4월에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원래 2010년이후 더 이상 부자들을 위한 마케팅을 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마케팅을 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나름 계속 조직에서 월급쟁이를 했었다.

이제 정말 나도 인생의 후반전에 위한

아니 인생 2절을 위한 간주중인지 모른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딸아이가 하나 있는데 재수중이다.

어쩜 오늘이면 수능이 끝났어야 하는데

지진때문에 일주일 더 수험생 생활을 해야 한다.


내 생에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처음 들어 온 건 

아마도 2000년대 초 였던 것 같다.

간간히 회사앞 헬스장도 다녔지만 굳지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것 보다 

남들도 운동을 한다고 하니 

나도 따라서 폼으로 정도 였지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심각한 고민을 한건 

2000년대 초반 

고지혈에 이어 당뇨가 찾아 왔다.

가족력이 있는 병이다.

할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이제 내 차례

워낙 식탐이 많은 내 식습관을 보면 가족력이 있는 당뇨가 찾아 온 건 당연한 일이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평생 가야하는 친구 하나 정도를 사귄 것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체중이 78킬로그램까지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체중을 좀 줄여 볼 생각을 하고 

행신동 시절 집앞 헬스장에 등록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마 이때가 첫번째 이직을 결심한 때였을 거다.

운좋게 영화배우 전도연이 결혼전에 행신동에 살았고

영화 촬영이 없는 시즌에는 별 볼일 없는 시설의 헬스장을 이용했다.

전도연이 오는 날은 농담처럼 호텔 헬스장 이상의 아우라가 

하여간 다시 정리해 보겠지만 

이후 가끔씩 이직을 결심하면 이상하게 헬스장에 가서 다이어트를 한 것 같다.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하여간 나의 체중은 67킬로그램까지 감량에 성공했다.

그러나 당뇨는 계속 나와 같이 다녔다.


2015년 10월부터 만덕식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땅에서 한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제주도 돼지고기를 가지고 교차 숙성법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숙성육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식당이다.

처음부터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이고 이미 180개가 넘는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 업체의 세컨 브랜드 였기 때문에 난 그냥 교차 숙성법만 완성시켜 주면 되는 줄 알았다.

난 사실 운영팀 경험이 없어서 전문적인 식당 운영에는 별로 자신이 없고

약간의 안면 인식 장애가 있어 점장이나 매니저를 하는데는 문제가 많다.

한마디로 난 외식형 인간은 아닌다.

그래서 난 만덕식당 프로젝트가 더 자신이 있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만 책임지고 완성하면 나머지 내가 부족한 분야는 채워 줄 수 있는 조직이 있다고 믿었다.

결과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프로젝트팀 자체에서 만덕식당 운영까지 다 책임져야 했다.

프로젝트팀에 합류했던 그 프랜차이즈 직원들은 다 철수해 버렸다.

급히 팀을 만들었다.

고기운 청년단이라는 공유 경제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기본급을 일하는 청년들에게 지급하고 다시 수익금의 50%를 고기운 청년단에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놀라운 프로젝트였다.

다행하게도 

2016년 3월 오픈한 만던식당 응암점은 서울 외곽인 응암동 그것도 이층임에도 페이스북을 통한 입소문이 나고 장사가 잘 되었다.

테이블 13개인 작은 식당에 평일 다섯 여섯 테이블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방문을 해 주니 

몸둘 봐를 몰랐다.

특히 월향의 이여영 대표는 그냥 페이스북 친구일 뿐인데

직접 방문도 해 주시고 

늘 페이스북 포스팅을 공유해 주는 착한 행동으로 월향의 단골들이 자주 찾아 주는 맛집이 되었다.

교차 숙성육의 특성상 일정한 회전이 안되면 숙성육의 품질유지가 어려운데 만덕식당 응암점은 오픈후 지속적인 방문 고객들 덕분에 최상의 숙성육을 제공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나의 체력이다.

2015년 10월 부터 2016년 3월까지 만덕식당 프로젝트 기획을 한다고 하루 열여섯시간이상 휴일없이 근무를 했다. 어릴 때부터 프로젝트를 한번 시작하면 늘 이렇게 일했다.

다시 2016년 3월 식당 오픈일부터 5개월동안 거의 매일같이 매장으로 나가서 매장을 지켰다.

그리고 몸에 이상이 왔다.

원인도 모를 이상이 

스트레스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모든 병은 주범이다.

일단 살아야 하니 

식당 일에서 한발 물러섰다.

가능한 식당에 나가지 않았다.


만덕식당은 몇개의 가맹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부 투자도 유치 할 수 있게 되어서 

난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시작했고

만덕식당 스탭들과 약속한 오사카 미식 여행을 떠났다.

거기서 코카콜라를 만났다.

코카콜라는 한국에도 있지만 

일본 코카콜라가 그렇게 맛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사실 일본을 자주 가지만 

어린애처럼 콜라를 사먹지는 않았는데

왜? 콜라는 먹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귀국후 매일같이 콜라를 마셨다.

콜라뿐 아니라 핫식스도 열심히 마셨다.

내가 원래 커피도 좋아하고 

박카스도 무지 좋아하는데 (박카스는 동사무소 방위 출신이라 행정업무를 잘 처리해 주면 주민들이 감사하다고 박카스 무진장 선물해 주어서 그때부터 매니아가 되었던 것 같다.)

핫식스 박카스 맛이 난다.

하여간 이렇게 생각없이 아니 스트레스때문에 줄기차게 마셨다.

그 결과 

체중은 만덕식당 초기에 힘들어서 64킬로그램정도로 내려갔던 것이 다시 67킬로그램을 회복하고 

문제는 혈중의 지방이 장난이 아니고 지방간이 심해지고 배가 92CM가 되었다.

그래도 체중이 78킬로그램에서 67킬로그램이 되면서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허리도 좀 줄였던 것 같은데 완전히 망가진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잘 나가던 만덕식당 프로젝트는 2017년 4월10일로  회사 내부 사정으로 막을 내리고 

난 그날부로 실직자가 되었다.

3월초 우연한 기회에 알고 지내던 후배가 숙성육에 관한 이북을 하나 출판해 보자고 제안을 했다.

그동안 쓴 원고들을 던져 주었더니 

이게 뭐냐고 퇴짜를 맞았다.

하루는 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김재민 실장이 전화가 왔다.

한번 보자고 

백수가 할 일도 없는데 보지

공저로 책을 쓰자고 한다. 고기에 관한 책을 

김재민 기자는 닭고기에는 우리나라 일인자이고 이미 책도 몇해전에 한권 쓴 저력이 있는 친구인데

좋다고 이야기 하고 집에 와서 이런 글 써 둔 것 있는데 

하면서 숙성육 원고를 메일로 보냈다.

한 3주 정확히 4주인가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날 메일이 하나 왔다.

목차 까지 잘 정리된 숙성육 원고

연구소에서 출판 사업도 하는데 내 책을 첫번째로 출판하고 싶다고

좋다. 이건 행운이다.

축산업계에 발이 넓은 기자 출신들이 만든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하면 홍보도 잘 해 주지 않을까?

그리고 여름 드디어 나의 첫 책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이 출판되었다.


그리고 휴가 기간이 지나고 8월 중순에 북콘서트를 열었다.

연부장이라고 연구소에 사진을 잘 찍는 부장이 있다.

그 친구가 북콘서트를 하는 동안 강의하는 나의 모습을 사진을 찍어서 보내 주었다.

한마디로 망가진 중년의 아저씨가 있었다.

다이어트를 해야지 하고 처음 결심한 이유는 그 사진때문이다.


언제는 PT를 받았던 적이 있다.

거의 한달에 백만원 가까운 돈을 내고 

요즘은 많이 싸진 것 같지만 

실업 급여를 한달에 백만원 조금더 받는 처지에는 사치다.


내가 고3일 때 

엄마가 대학원을 다니셨다.

공부하는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당신도 공부를 하신다고 

사실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지만 엄마의 마음은 이해가 되고 고마왔다.

재은이가 재수를 시작했다.

그리고 100일이 남았다.

지쳐가는 재은이를 위한 아빠의 응원

수능이후 건강해진 아빠를 선물하기로 했다.

PT를 하는 건 

스스로의 임계점을 PT 강사의 도움을 받는 거다.

마지막 선을 인간은 혼자서 잘 넘을 수가 없다.

난 나의 PT 선생을 딸의 수능을 응원하는 일에 걸었다.

그리고 수능 90일전부터 아파트 지하의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달만 신청을 했다.

이사 오고 아파트 지하에 헬스장 있다고 1년 신청하고 

서너번 간 기억이 있다.

지난 겨울도 사우나랑 헬스장이랑 같이 있는 헬스장 등록하고 

사우나만 했다.

단 하루도 운동한 적이 없었다. 

무려 6개월동안 

그래서 이번에는 한달만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한달 동안 거의 매일 헬스장에 나갔다.

식사도 조절하기 시작했다.

동네 마트에서 연두부가 3개 천원이라 그걸 먹고

양배추 다이어트를 본 기억이 있어서 양배추를 생으로 먹기 시작했다.

문제는 육식주의자인 난 야채가 너무 맛없다는거다.

도저히 양배추 건 토마토건 씹어서는 못 먹겠다.

그래서 양배추를 어느 날 믹서에 갈아 봤다.

이상한 맛일 거라고 상상하고 마셨는데 마실만했다.

그렇게 야채와 과일을 아침 저녁으로 갈아 마시고 가능한 한끼는 일반식으로

한 십년이상 다이어트를 하면서 내가 알았던 모든 다이어트의 지식을 동원하고

유투브를 보고 운동법을 배우고 

강의들을 찾아 듣고 다이어트에 관한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먹고 있는 것이 그린스무디랑 가깝다는 걸 알았다.

해독쥬스, 생쥬스 다이어트 법등의 다이어트 법이 있는데 

착즙이나 야채를 삶는 것이 아니라 

그냥 믹스에 갈아서 식이섬유까지 다 먹는 그린 스무디가 있다는 것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보니 요즘 유행하는 클렌즈 프로그램 

3일치가 십만원이 넘어가는데 난 거의 만원도 들지 않는다.

직접 만들어 먹는다.


중년의 다이어트는 저울이 아니라 거울이다.

허리 벨트에 구멍을 총 8개를 새로 뚫었다.

건강 검진을 받으려 지난 주 병원을 갔는데

간호사가 측정한 허리가 82CM 다.

그럼 10CM 가 줄었다.

체중은 4에서 5킬로그램정도 빠졌는데 허리는 장난이 아니다.


몇일전 사우나를 갔는데

주위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전과 다른다.

이제는 중년의 아저씨들중에는 제법 체형이 잘 잡힌 측에 속하게 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신기하다.

이렇게 변한 내 모습이 딸아이에게도 많은 응원이 되는 것 같다.

아니 되었으면 한다.


이제 지진때문에 일주일 더 수험생으로 사는 딸을 위해 강도높은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해야겠다.

수능공부한다고 몸이 엉망이 된 딸도 그린 스무디로 건강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오늘은 지인들이 제주도 귤과 의성 사과를 박스로 보내 주었다.

맛있는 그린 스무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이 많아져서 좋다.


조금더 다이어트에 관한 책들을 읽고

체지방을 15% 선까지 만들고 

사실 다이어트 시작 초기의 나의 체지방율은 31%였는데

헬스장 인바디가 고물이라 정확한지 모르겠다.

이제 보건소에 다니면서 체지방을 측정해야 한다.

지금 체지방율이 내 생각에 25% 정도 되지 않을까? 

아직도 체지방과는 계속 싸워야 한다.

내장지방을 녹이는데는 파인애플 식초가 좋다고 하는데

2번 집에서 만들어 봤는데 대 성공이다.

이렇게 집에서 만들면 1/3 가격이면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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