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종의 다양성
1930년 전국의 가축 통계를 살펴 보면 소는 1,611,585두를 사육하고 있었으면 돼지는 1,386,891두 이중 조선종이 59.6% 버크샤종이 35.4% 요크샤종이 0.9% 중국종이 3.9% 였다.
1931년 동아일보 기사 내용이다. 1930년에 조선반도에 소가 160만두나 키우고 있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돼지 이야기만 해 보자.
1,386,891두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었는데 이중 조선종이 59.6% 버크샤종이 35.4% 요크샤종이 0.9% 중국종이 3.9% 였다는 기사를 보면서 그럼 2017년 천만두가 넘어가고 있는 지금의 돼지 종은 어떻게 될까? 일제강점기보다 통계조사가 발달된 지금 필자는 한번도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돼지의 종별 분포를 본적이 없다. 아니 필자가 관심이 없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
전세계에 1000여종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아는 한에서는 우리나라에 사육되고 있는 돼지도 크게 5종 정도는 개발집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첫째, LYD 랜드레이스(Landrace) 요크셔(Yorkshire), 듀록(Durce) LYD는 몸집이 크고 새끼를 잘 낳는 요크셔와 번식력이 좋고 새끼를 잘 돌보는 랜드레이스를 교배시켜 나온 1대잡종을 육질이 우수하고 고기 생산량이 많은 듀록과 교잡해 만든 품종으로 생산성 측면에서는 최고인 품종이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육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돼지고기의 품종을 개량 개발하는 선진국에서는 돼지고기 소비의 60% 이상을 육가공품으로 소비한다는 것이다. 어쩜 고기맛에 그렇게 민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버크셔다. 버크셔는 영국 남부 지방에서 개량된 종으로 앞의 1930년대 통계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1900년대 초반 외래종으로 조선반도에 도입되어 1930년대 전체 사육두수의 35.4%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아마도 육백이라고는 하지만 몸통이 검은 색이었고 체중이 그렇게 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재래종 흑돼지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친숙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우리나라 육류 소비 문화가 구이보다는 삶고 끓여먹는 문화인 걸 감안했을 때 독특한 국물맛을 가지고 있어 인기가 있었을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버크셔는 근섬유가 촘촘해서 저작감이 매우 우수하고 감칠맛이 좋으며 지방맛도 고소하다. 지금은 육종전문가 박화춘 박사가 2004년 미국에서 순종버크셔를 들여와 우리 기후와 환경에 맞게 토착화시킨 버크셔K가 유명 세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셋째 YBD다.
YBD는 종돈전문업체인 다비육종이 개발한 품종이다. 육질이 뛰어난 버크셔와 듀록의 교잡종으로 피부표면에 거뭇거뭇한 얼룩무늬가 있어 얼룩도야지라는 브랜드로 출시되고 있다.
YBD 는 육질이 좋은 버크셔와 새끼를 잘 낳는 요크셔를 교배시켜 만든 다비퀸 골드에 마블링이 풍부한 듀록을 교배시킨 삼원교잡종이다. LYD보다 생산성은 떨어지만 고기의 조직감과 지방의 풍미가 좋으며 최종산도와 보수력등이 우수하고 붉은 고기색과 가는 근섬유로 식감 또한 부드럽다. 최근 신도세기라는 최고급 삽겹살 식당에서 브랜딩을 책임지고 판매 홍보하고 있다. 삼겹살은 전문 식당을 운영하면서 홍보하는 것이 마트에서 홍보하는 것 보다 홍보 효과가 크다. 도드람포크(한돈)이 지금처럼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건 1990년대 중반 도드람 한마당이라는 식당 운영이 큰 몫을 했다.
넷째, 제주 흑돼지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돗통에서 재래 흑돼지를 한두 마리씩 키웠다. 밭농사가 많은 제주에서는 흑돼지 똥이 최고의 퇴비였기 때문이다. 몸 전체가 빛나는 검은 털로 덮여 있으며 얼굴이 좁고 턱이 곱다. 알으로 쫑긋 곧추선 작은 귀가 특징이다. 30KG 이 넘지 않을 정도로 몸집이 작고 날씬하며 성장이 느린 것이 단점이다. 한때는 번식이 잘 되고 몸집이 큰 외래종과 교배를 권장하며 순종 재래 돼지가 멸종되다시피 했다. 현재 복원되어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상업적으로는 외래종과 교잡된 흑돼지가 사육 유통되고 있는데 2012년 조사에는 전문 흑돼지 농장은 약 17 농장으로 5만에서 7만두 정도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금은 일일 약 300여두가 도축되고 있다. 흔히 제주 흑돼지와 교잡한 외래종이 버크셔일거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유전자 분석 결과는 버크셔보다는 요크셔가 강하다고 한다. 아마 1950년대 중반에는 일본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의 80%가 중요크셔였다고 하는데 일본의 양돈과 제주도의 양돈의 연관성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섯째, 듀록, 듀록은 미국 뉴저지의 적색 대형종 저지레드와 뉴욕주에서 사육하던 털이 붉은 듀록을 교잡해 만든 품종이다. 그래서 듀록 저지라고도 부른다. 담홍색부터 적갈색까지 털색깔이 다양하다. 머리에서 엉덩이까지 둥그스름한 반월형이다. 체격에 비해 머리가 작은 편이며 귀는 앞으로 서있거나 끝이 아래로 처진 형태다. 듀록은 일반 돼지고기보다 고기 색이 진하고 근내 지방 함유량이 많아 육질이 부드럽다. 육즙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고기의 맛과 품질이 우수하지만 순종 듀록은 개체수가 적어 육질 향상을 위한 교잡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듀록 역시 다비육종에서 키우고 신도세기라는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다.
최근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 돼지있는 돼지의 품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육되고 있지만 확실한 사육두수나 도축 두수의 통계 자료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YD를 제외한 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버크셔는 세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YBD, 듀록은 이미 시작된 식당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제주 흑돼지는 이미 명실공히 대한 민국 최고의 스페샬티 돈육으로 명성을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도 그 명성은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돼지 품종의 다양성을 이야기하면서 많은 이들이 스페인산 이베리코를 이야기하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스페인산 이베리코가 돼지 품종의 다양성의 화두가 되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지금 우리 시장에서 이베리코돼지가 화제가 되는 건 한우 시장의 어려움과 연관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한우 전문점들이 김영란법이후 소비 둔화를 극복하는 차별화의 방향으로 차별성이 강한 이베리코 돼지를 취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생햄등의 원료육으로 사육되고 있는 이베리코 돼지가 단순 구이 시장인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인 인기가 있을지는 더 지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