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삼겹살 시장의 트렌드 3. 돼지곰탕의 출현

3) 돼지곰탕의 출현

“왜? 서울에서는 순대국밥은 되는데 돼지국밥은 안되는 거야?”

10년전에 도드람양돈조합 진길부 조합장이 우리도 돼지국밥 한번 해 보자.

그래서 시범적으로 돼지국밥 사업을 검토 어느 대학 구내 식당에서 시범 판매를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이 돼지국밥이 앞다리를 이용해서 만드는 거라 원가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 그리고 역시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무리라는 것였다. 그리고 도드람은 본래 순대국 사업을 시작했으니 부산물과 저지방부위를 활용하는 식당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돼지는 복합유기 생산체라 돼지한마리 부위별 균형있는 판매가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삼겹살에 편중된 소비 선호하에서는 기타 부위를 어떻게 소비하는가가 늘 숙제다.

올해초 몽로의 주방장 박찬일이 전화가 왔다. 돼지국밥집을 하나 열어야겠으나 제주산 돼지고기를 좀 보내 달라는 거다. 돼지국밥이라! 그것 서울에서 그것도 광화문 한복판에서 될까?

이런 의문을 가졌지만 나름 백년식당을 찾아 다니고 취재한 박찬일 세프의 내공을 기대하고 고기를 보내 주었다. 그런데 소식이 없었다. 그리곤 광화문 국밥집이 진짜 오픈을 했다.

질문 : 돼지국밥의 본향이라 할 부산하고는 전혀 다르다.

응답 :이름은 같지만 서울음식이라고 봐야 한다. 장국밥에 가깝다. 기록에 남은 ‘무교탕반’의 맥을 잇는다고 생각한다. 돼지장국밥이라고 하면 맞겠다. 부산도 돼지국밥이 동네마다, 음식점마다 다르다. 터프하다는 공통점은 있다. 부산에 가면 ‘신광국밥’이나 ‘할매국밥’에 많이 가는 편이지만 다른 집에 가도 맛이 없었던 적은 별로 없다. 동네마다 웬만큼 하는 집은 곳곳에 있다    .크셔K는 일반 돼지보다 비싸고 맛도 다르다. 아미노산 구조가 다르다. 소고기국 맛도 난다. 감칠맛이 일반 돼지의 2배쯤 된다. 고기는 10일~2주 숙성해서 쓴다. ‘몽로’에서는 3주 숙성한다. 그렇게 해서 국밥을 만들면 소고기로 끓이던 서울 장국밥 맛과 비슷하다. 해보니까 예전 무교동

버크셔K는 일반 돼지보다 비싸고 맛도 다르다. 아미노산 구조가 다르다. 소고기국 맛도 난다. 감칠맛이 일반 돼지의 2배쯤 된다. 고기는 10일~2주 숙성해서 쓴다. ‘몽로’에서는 3주 숙성한다. 그렇게 해서 국밥을 만들면 소고기로 끓이던 서울 장국밥 맛과 비슷하다. 해보니까 예전 무교동 장국밥과 비슷하게 나왔다

박찬일의 광화문 국밥은 초기 사골등 돼지 뼈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버크셔 앞다리, 뒷다리를 5:5로 사용해서 국물이 곰탕처럼 맑다. 버크셔를 끓였더니 닭국물 맛이 난다. 사람들이 광화문 국밥에는 닭발이나 닭뼈가 들었다고 추측하고 블로그에 아는 척을 한다. 아마도 버크셔라는 전혀 새로운 경험 때문이다. 요즘 광화문국밥에서 초기 버크셔 대신 듀록 앞뒷다리로 광화문 국밥을 끓이고 있다.    

박찬일의 광화문 국밥집과 거의 같은 시기에 합정동에 옥동식이란 돼지곰탕집이 생겼다. 

돼지곰탕은 낯선 이름이다. 음식점 메뉴로는 쓴 적이 거의 없는 말이다. ‘돼지국밥의 새로운 장’이라거나 ‘새로운 장르’라는 평이 나온다. 부산·경남지역에서 흔히 먹는 돼지국밥과는 보기에도 같은 음식이 아니다. 곰탕은 놋그릇에 한 김 뺀 쌀밥을 담고 종잇장처럼 얇게 저민 수육을 몇 장 얹어 뜨거운 국물에 몇 차례 토렴(더운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어 덥히는 일)을 해서 낸다. 투명에 가깝게 맑은 국물 맛은 시원하고 깔끔하다. 첫 인상이 하동관 곰탕과 흡사하다. 버크셔 K의 앞다리와 뒷다리를 5:5로 사용하는데 역시 닭국물 맛이 난다.

어쩜 이런 버크셔의 국물맛이 20세기 초반 수입된 외래종중 가장 보급이 팔랐던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박찬일 세프의 말에 의하면 같은 고기를 끓였을 때 버크셔나 듀록이 일반돼지(LYD)보다 더 진한 국물이 나온다고 한다.     

사람들은 광화문국밥과 옥동식의 돼지곰탕을 서울식 돼지국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서울식 돼지국밥의 의미는 두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앞다리와 뒷다리 요리의 확대다. 구이 중심의 고기 문화속에서는 앞다리와 뒷다리는 환영받지 못했지만 끓이는 탕고기로는 아주 훌륭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습식음식문화가 강한 우리에게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버크셔나 듀록 같은 특수 품종은 생산량이 적고 원가가 높아 유통가격이 비싼 편인데 서울시 돼지국밥같은 메뉴가 보급되어 앞다리와 뒷다리의 소비가 확대되면 삼겹, 목심등의 가격인하 요인이 생긴다. 이는 한돈산업이 늘 고민하던 저지방 부위의 소비확대와 품종 다양성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 의미는 구워먹는 고기와 삶아 먹는 고기의 차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 책에는 이를 지방이 많은 도시형 고기와 지방이 적은 농촌형 고기로 표현하는데 우리가 생산 이용하던 모든 고기는 구이용 즉 도시형 고기였고 이제는 지방이 적고 삶아 먹기에 안성맞춤인 고기 생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삼겹살시장의 새로운 트렌드 2) 종의 다양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