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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시장의 트렌드 5. 돼지고기 미디움 시대

5) 돼지고기 미디움 시대

요 몇 년새 가끔 방송 인터뷰를 하게 되고 방송 작가들이나 잡지사 기자들의 문의 전화를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돼지고기를 바싹 구워 먹지 않아도 되나요? 또 하나는 돼지고기도 숙성이 가능한가요? 어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돼지고기 미디움과 숙성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이가 필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세계적인 트렌드다.    

우선 돼지고기 미디움 시대 이야기를 하자. 

1920년부터 최근까지 신문을 검색해 보면 여름철에 썩은 돼지고기를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리거나 심지어는 사망하는 기사를 종종 만나게 된다. 그래서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말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열악한 유통환경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는 건 돼지고기 기생충 때문이다. 갈고리촌충과 그 유충인 유구낭미충이 사람 몸 속에 있다가 똥을 통해 알이 유출되고 그걸 먹고 자란 돼지의 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장속에서 기생충이 성장을 하기 때문에 이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서는 섭씨77도 이상 바싹 익혀야 한다고 널리 인식되어 왔다. 이는 똥돼지를 키우던 옛날 이야기다. 

공장식 축산이 도입되고 사람과 전문 돼지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거의 만날 수 없는 환경에서 돼지가 사람똥을 먹을 기회가 완전히 박탈당하고 나서는 돼지에서 기생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단국대학교 의학과 서민교수는 “ 유구낭미충은 박멸됐어요. 우리나라 돼지에서 선모충이 그러니까 야생이 아니라 사육하는 돼지가 실제로 선모충을 갖고 있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라고 인터뷰 하였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 레스토랑에서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미디엄레어 피가 보일 정도의 상태로 내놓는 메뉴들이 많은데 사실 외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화제가 되긴 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프랭크 부루니는 자신이 “미디엄 레어 돼지고기를 좋아하는데 사람들은 꺼린다. 내일 아침에 멀쩡히 일어날테니 먹어보라고 권한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고 영국 가디언지도 “음식평론가들이 핑크빛 돼지고기를 선호한다. 많은 레스토랑이 이런 고기를 내놓고 있다” 고 보도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자 2011년 미국 농무부에선 새로운 돼지고기 요리 기준을 내놨는데 섭씨71도로 가열해야 한다던 당초 기준을 62도로 낮췄다. 이렇게 해야 더 육즙이 풍부한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상적인 사육환경과 도축 그리고 등급판정을 받은 고기는 안전하다. 이런 미디엄 레어의 가능은 많은 걸 말해 주는데 우리나라처럼 돼지고기를 햄 소시지 보다는 직접 구이용으로 많이 먹고 있는 겨우 지방이 다소 적은 앞다리나 등심 부위를 미디엄레어로 먹으면 아주 부드러운 식감으로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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