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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식(耽食)의 시대로의 패러다임 시프트

더 맛있는 돼지고기 시대 탐식(耽食)의 시대로의 패러다임 시프트
 
배고픔과 탐식(耽食)의 시대다. 
가난했던 시절, 없어서 못 먹었던 고기를 값싸게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지금까지 돼지고기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아직도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컵라면을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청년들이 사는 나라지만 전세계의 미슐랭 식당을 찾아 다니는 탐식(耽食)가들도 같이 산다. 1인분에 40만원이 넘어가는 한우 오마카세집이 예약이 6개월 밀려 있다고 한다. 
이베리코돼지라고 세계 4대 진미라니 탐식가들이 몰려 들었다.

필자는 최근 돼지고기 시장의 탐식 트렌드를 첫째 느리게 키우기, 둘째 종의 다양성, 셋째 돼지곰탕의 재탄생, 넷째 뼈등심등 세프 스펙의 등장, 다섯째 돼지고기 미디움 시대, 여섯째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숙성, 일곱째 돼지샤브샤브 식당의 출현, 여덟 번째 냉동삼겹살의 뉴트로열풍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들 새로운 돼지고기의 트렌드를 살펴 보면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들 트렌드는 생산성 중심, 가격 중심의 돼지고기 시장이 더 맛있는 돼지고기로의 패러다임 전환(시프트) 되고 있음을 말한 준다. 돼지고기 탐식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한돈산업의 놀라운 양적 성장의 시대, 배고픔의 시대가 서서히 맛과 품질을 중요시하는 질적 시장, 탐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럼 새로운 돼지고기 시장의 탐식 트렌드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1) 느리게 키우기
육전식당, 일미락, 화포식당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최고의 삼겹살집이다.
일반인들은 그냥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집 혹은 우리나라 10대 삼겹살집중 하나 정도로 알고 있겠지만 사실 이들 육전식당, 일미락, 화포식당은 일반인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그건 이들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식당의 삼겹살과 목심이 일반적인 돼지 삼겹살과 목심과 다르다는 거다. 이들 식당의 돼지들은 느리게 키운 돼지다. 일반적으로 규격돈으로 유통되는 돼지들은 생후 180일을 키워서 생체중이 110 ∼120kg 사이 인데 이들 돼지는 그 사육기간이 일반돼지들 보다 최소 20∼30일 정도 더 길고 체중도 130kg 이상 흔히 이야기하는 모돈 후보돈 탈락돈 수준이다. 이렇게 느리게 키우면 지방맛이 달라지고 육질도 일반적인 고기와는 조금 차이가 생기는데 소비자들이 이렇게 느리게 키운 돼지고기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요즘 인기있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도 사육기간이 20개월정도가 되는 느리게 키운 돼지다.
육질이 평소와 다르고 지방맛도 진해지는데 이런 돼지고기를 사람들이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 종의 다양성
1930년 전국의 가축 통계를 살펴 보면 소는 1,611,585두를 사육하고 있었으면 돼지는 1,386,891두 이중 조선종이 59.6% 버크샤종이 35.4% 요크샤종이 0.9% 중국종이 3.9% 였다.
1931년 동아일보 기사 내용이다.  


출처: 동아일보 1931년 6월 26 3면


1970년중반까지는 다양한 종의 돼지를 키웠다. 그러나 지금은 YLD로 통일되었다.
최근들어 버크셔, 듀록, BYD, 제주흑돼지, 이베리코등의 다양한 종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돼지 품종의 다양성을 이야기하면서 많은 이들이 스페인산 이베리코를 이야기하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스페인산 이베리코가 돼지 품종의 다양성의 화두가 되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지금 우리 시장에서 이베리코 돼지가 화제가 되는 건 한우 시장의 어려움과 연관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한우 전문점들이 김영란법이후 소비 둔화를 극복하는 차별화의 방향으로 차별성이 강한 이베리코 돼지를 취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생햄등의 원료육으로 사육되고 있는 이베리코 돼지가 단순 구이 시장인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인 인기가 있을지는 더 지켜 봐야겠다. 

3) 돼지곰탕의 재탄생
“왜? 서울에서는 순대국밥은 되는데 돼지국밥은 안되는 거야?”
10년전에 도드람양돈조합 고진길부 조합장이 우리도 돼지국밥 한번 해 보자.
그래서 시범적으로 돼지국밥 사업을 검토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 구내 식당에서 시범 판매를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이 돼지국밥이 앞다리를 이용해서 만드는 거라 원가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 그리고 역시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무리라는 것였다. 
돼지는 복합유기 생산체라 돼지한마리 부위별 균형있는 판매가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삼겹살에 편중된 소비 선호하에서는 기타 부위를 어떻게 소비하는가가 늘 숙제다.
2017년초 몽로의 주방장 박찬일이 전화가 왔다. 돼지국밥집을 하나 열겠다고 제주산 돼지고기를 좀 보내 달라는 거다. 돼지국밥이라! 그것 서울에서 그것도 광화문 한복판에서 될까?
이런 의문을 가졌지만 나름 백년식당을 찾아 다니고 취재한 박찬일 세프의 내공을 기대하고 고기를 보내 주었다. 
박찬일의 광화문 국밥집과 거의 같은 시기에 합정동에 옥동식이란 돼지곰탕집이 생겼다. 
돼지곰탕은 낯선 이름이다. 음식점 메뉴로는 쓴 적이 거의 없는 말이다. ‘돼지국밥의 새로운 장’이라거나 ‘새로운 장르’라는 평이 나온다. 부산·경남지역에서 흔히 먹는 돼지국밥과는 보기에도 같은 음식이 아니다. 뒷다리와 앞다리만으로 끓여서 맑은 국물이다. 
박찬일 세프의 말에 의하면 같은 고기를 끓였을 때 버크셔나 듀록이 일반돼지(LYD)보다 더 진한 국물이 나온다고 한다. 
사람들은 광화문국밥과 옥동식의 돼지곰탕을 서울식 돼지국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서울식 돼지국밥의 의미는 두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앞다리와 뒷다리 요리의 확대다. 구이 중심의 고기 문화속에서는 앞다리와 뒷다리는 환영받지 못했지만 끓이는 탕고기로는 아주 훌륭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습식음식문화가 강한 우리에게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버크셔나 듀록 같은 특수 품종은 생산량이 적고 원가가 높아 유통가격이 비싼 편인데 서울시 돼지국밥같은 메뉴가 보급되어 앞다리와 뒷다리의 소비가 확대되면 삼겹, 목심등의 가격인하 요인이 생긴다. 이는 한돈산업이 늘 고민하던 저지방 부위의 소비확대와 품종 다양성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 의미는 구워먹는 고기와 삶아 먹는 고기의 차가 있다는 것이다.

4) 뼈등심등 세프 스펙의 등장
 금돼지식당의 본삼겹(뼈삼겹살), 신도세기의 숄더랙(양갈비스타일), 몽로의 본인로인 스테이크 (뼈등심), 제주만덕식당의 교차숙성 뼈등심, 시간돼지의 통립750그람 (뼈등삼겹), 교대이층집의 꽃삼겹(이건 스페어립작업을 한 이겹살) 심지어는 돼지 티본스테이크까지 자신들의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가 나오고 있다. 삼겹살과 목살등 한정된 스펙으로 차별화가 어려웠던 식당들이 자기들의 개성 강한 스펙의 신메뉴를 개발 시판함으로써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부위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삼겹살을 선호하는 건 돼지고기 소비에 익숙하지 못한 역사의 산물이고 압축성장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식당에서 상품화할 수 있는 메뉴, 빠른 서비스가 가능한 메뉴로는 삼겹살 구이만한 것이 없을거다. 우리나라에서 스테이크가 유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어떤이는 스테이크를 정상적으로 요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급한 성격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시간을 참을 수 없어서 우리는 테이블에 화로를 가져다 놓고 즉석에서 구워 먹는 직화구이를 선호하고 있는지도 모르다고 했지만 이제는 좀 천천히 다양한 요리를 경험하고 싶은 맛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탐식의 시대가 되면 삼겹살도 여러 부위로 나누어 질 수 있다.필자는 요추 2번정도에서 구이용 삼겹살과 보쌈,찌개용 삼겹살로 나누어 보고 싶다.  앞으로 식당 사장님이나 세프들이 고기 공부를 더 해야 할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5) 돼지고기 미디움 시대
1920년부터 1980년대까지 신문을 검색해 보면 여름철에 썩은 돼지고기를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리거나 심지어는 사망하는 기사를 종종 만나게 된다. 그래서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말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열악한 유통환경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는 건 돼지고기 기생충 때문이다. 갈고리촌충과 그 유충인 유구낭미충이 사람 몸 속에 있다가 똥을 통해 알이 유출되고 그걸 먹고 자란 돼지의 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장속에서 기생충이 성장을 하기 때문에 이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서는 섭씨77도 이상 바싹 익혀야 한다고 널리 인식되어 왔다. 이는 부업으로 똥돼지를 키우던 옛날 이야기다. 
공장식 축산이 도입되고 사람과 전문 돼지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거의 만날 수 없는 환경에서 돼지에서 기생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 레스토랑에서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미디엄레어 피가 보일 정도의 상태로 내놓는 메뉴들이 많은데 사실 외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화제가 되긴 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자 2011년 미국 농무부에선 새로운 돼지고기 요리 기준을 내놨는데 섭씨71도로 가열해야 한다던 당초 기준을 62도로 낮췄다. 이렇게 해야 더 육즙이 풍부한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상적인 사육환경과 도축 그리고 등급판정을 받은 고기는 안전하다. 이런 미디엄 레어의 가능은 많은 걸 말해 주는데 우리나라처럼 돼지고기를 햄 소시지 보다는 직접 구이용으로 많이 먹고 있는 겨우 지방이 다소 적은 앞다리나 등심 부위를 미디엄레어로 먹으면 아주 부드러운 식감으로 먹을 수 있다. 

6)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숙성
우리나라에 쇠고기의 건조숙성육 즉 드라이에이징이 도입된 시기는 2009년 말이다. 
 뉴욕의 전통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옛날식을 고집하고 있는 드라이에이징은 상업적으로 1960년대 후반 습식숙성 방식인 진공포장 기술이 개발 보급되자 진공관 앰프가 사라지듯 아니 삐삐와 워크맨이 사라지듯 거의 사리진 상태였고 정말 몇몇 스테이크하우스의 비법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나라 돼지고기의 숙성 특히 건조숙성은 2014년까지는 통념적으로 시도되지 않았다. 
쇠고기는 겉에서 썩어 들어가고 돼지고기는 안에서부터 썩어 나온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온도체 지육 유통이 성행하던 시절에는 도축직후 지육 뒷다리 중심온도가 40도가 넘어가고 여름철 상온에 방치되어 있는 지육의 뒷다리 부위가 먼저 부패하기 시작하여 돼지고기는 안에서 썩어 나온다는 통념이 상식적이었으나 1990년 중후반부터 도축장이 현대화되고 돼지 등급판정이 시작되면서 지육의 예냉이 도축된 돼지의 거의 100% 이루어지는 현재는 돼지고기 역시 건조숙성이 가능하다.

 식당 사장님들은 품질이 떨어진 돼지고기의 품질을 향상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차별화 전략으로 돼지고기 숙성을 선택했다. 특히 돼지고기의 건조 숙성은 2014년 숙성한돈, 진저피그, 바람맛돼지가 선구자적 역할을 했으면 제주돼지로 교차숙성 습식숙성을 한 다음 다시 건조숙성을 하는 방식 이는 습식숙성과 건조숙성의 장단점은 개선 보완하여 고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2월 10일 SBS 다큐스페셜에서 방송된 제주 노형동에 있는 숙성도가  숙성의 대표 한돈 식당이다. 숙성도는 흑돼지 앞다리를 숙성에 성공 구이로 판매하고 있다. 앞다리 구이메뉴가 일반화 되면 필자의 계산으로는 한돈산업은 년간 약 7천억원 정도의 부가가치창출할 수 있다.  

7) 돼지 샤브샤브 식당의 출현
돼지고기는 냄새가 난다는 선입견이 매우 강해서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샤브샤브는 제주지역 이외에는 거의 보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과감하게 인천 송도 문사부라는 제주돼지고기 샤브샤브 전문점이 성업중이다. 
삽겹살과 목살 그리고 등심, 뒷다리를 슬라이스해서 샤브샤브로 판매하는데 반응이 좋다.
나이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상 돼지고기가 냄새가 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는데 30대 중후반 아니 40대까지도 그런 선입견없이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맛있게 먹는다. 
우리는 어쩜 코끼리의 말뚝처럼 과거의 선입견에 아직도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돼지고기가 냄새가 안나는 맛있는 고기가 된 것이 불과 1970년대 후반부터니 이제 겨우 40년쯤 되었다. 그래서 인지 돼지고기에 대한 인식이 세대가 격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돼지고기에서 냄새가 없어지니 지방많은 삼겹살은 담백하게 등심은 부드럽게 목심은 격이 다르게 먹을 수 있는 돼지샤브샤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8) 냉동 삼겹살의 뉴트로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1985년 들국화라는 그룹이 1집 앨범 행진을 발매해서 큰 인기가 있었던 해다.
2018년 행진이라는 냉동 삼겹살집이 1985년식으로 냉동삼겹살을 팔면서 유사한 냉동 삼겹살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고 다들 인기가 있다.
이들 국내산 냉동삼겹살집들은 뉴트로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엣날 방식으로 냉동삼겹살은 냉장 삼겹살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옛 추억이 있는 고소한 삼겹살은 조금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을 것이고 식당 운영자 입장에서는 구워주는 서비스가 빠지기 때문에 인건비 절감효과가 크다. 
아마도 소득 주도형 성장의 최저인건비 인상에 대비한 식당 운영 모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지난 30년동안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 냉장육은 냉동육 보다 맛있는 고기라고 마케팅을 해 왔는데 고객들이 냉동육의 새로운 맛을 알게 되면 아마 다음 순서는 초저가형 수입 냉동육 식당의 확산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앞에서 우리는 현재 탐식 트렌드 여덟가지 현상을 살펴 보았다.

이렇게 다양한 돼지고기 소비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보면 삼겹살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들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소비 확대는 삽겹살 가격의 인하 효과와 품질 안정이 되어 더욱더 삼겹살 매니아들의 인기를 누릴거다. 삼겹살도 이제는 새로운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해야 한다. 이제는 직장동료들 끼리 삼겹살의 소주 한잔의 시대가 아니라 가족이 맛있게 삼겹살을 먹는 패밀리레스트랑이나 스테이크 식당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맛이다. 이제 가격에 민감한 소비층은 점점더 수입육을 애용하고 있다.
없어서 못 먹던 고기가 남아 도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제 한돈은 맛을 즐기는 탐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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