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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에 대한 예의

월간 외식경영에서 원가 상승으로 어려운 한우 전문점의 경영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하자고 제안이 들어 왔다.

아쉽게도 강의 원고는 다 준비 되었고 외로운 한우전문점 사장님들과 같이 고민해 보고 싶었는데 강의가 무산되어 지면으로 강의하고 싶었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기로 했다.    

전략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왜? 지금의 한우 전문점이 힘들어졌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보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마치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랑 같은 거다.

과거의 역사를 바로 알아야 오늘 과거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조금은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는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가 중요하다.

사실 계량적으로 왜? 산지 가격이 조금만 인상되어도 한우 전문점들이 죽게 다고 하는지를 이유를 찾아 보고 싶었다.

또한 방자구이, 시오야끼로 이야기되는 우리나라의 소고기 구이 메뉴의 역사를 알아 보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역시 고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숙성을 통해 한우 전 부위를 어떻게 맛있는 메뉴로 만들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한우는 일두백미라 하여 부위를 120개로 세밀하게 나누고 부위에 맞는 다양한 요리를 해서 먹었다고 한다.

문화 인류학적으로 지구상에서 이렇게 소한마리를 세밀하게 나누고 부위에 맞는 다양한 요리를 해서 먹은 민족은 우리하고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밖에 없다고 한다 .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럼 왜? 지금 우리는 그렇게 한우를 다양하게 120개의 부위로 나누지 않고 그 많았던 요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어쩜 일본에는 자국산 소의 품종이 150종이나 되는데 

우리나라는 오직 한우 그것도 누렁이 한우만 있을까? 

분명 울릉도 칡소나 제주도 흑소가 남아 있는 걸 보면 혹시 언양우도 안동우, 나주우, 평양우가 각각 개성있는 품종으로 존재하지 않았을까? 

일제 강점기에 한우 통일화 작업이 시작되었고 

건국 이후에도 한우 통일화 사업의 맥을 이어서 왔다 그래서 오늘날 한우는 다 같은 모습이다. 전국의 한우가 품종이 같고 사료의 구성과 사양방식이 비슷비슷하니 어떻게 개성있는 나만의 브랜드 한우가 나올 수 있는지 왜? 횡성 한우는 그렇게 유명한지 모르겠다. 대학에서 축산물 브랜딩을 공부하고 가르친 내 입장에서는 참 대단한 결과다.

우리나라에는 200개 넘는 한우 브랜드가 있다. 그중 사람들이 기억해 주고 사랑하는 브랜드가 별로 없어서 문제지 분명 브랜딩 사업은 숫적인 면에서는 성공한 사업이다.

아마 한우의 통일성이 한우 전문점이 어려워진 긍극적인 이유중 하나 일거다.

모든 한우 전문점이 다 한우만 판매하고 있고 옆집 한우와 우리집 한우가 차별화 되지 않는다.

우리집에서는 평양우를 팔고 옆집에서는 언양소를 팔면 사람들이 자기가 먹고 싶은 특색있는 지역소를 찾아 이용할 수 있는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다 한우다.        

우리는 지금까지 마블링 맛으로 한우를 먹었다.

늘 이야기 하지만 마블링이라는 단어는 1990년대 초만 해도 마치 의사들의 전문용어처럼 나같이 좀 먹물 고기장사들만의 전문 용어였는데 이제 다섯살 짜리 꼬마들도 다 아는 일반적인 단어가 되어 버렸다.

얼마전 방송에 모델 현영과 같이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현영 마블링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 놀랐다.

아마 이제 이땅의 모든 주부들에게 마블링은 상식이다.

처음 마블링을 이야기하고 마블링으로 한우를 수입육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전략은 성공했다.

아마 20년전에는 내가 마블링 예찬 논자 였다.

마블링만이 수입육으로 부터 한우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고 이야기 했었다.

내가 지금 마블링에 대해서 부인 하고 싶어도 예전 내 칼럼이나 원고들이 남아 있으니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좋겠다.

이게 역사다.

역사는 변증법적으로 진화한다.

마블링이 성공했기 때문에 고기를 기름맛으로 먹는 마블링이 성공했지 때문에 다시 단백질맛 고기맛으로 고기를 먹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고기를 기름맛 마블링을 보고 먹을 것인지 고기를 단백질의 숙성된 감칠맛 고기맛으로 먹을 것인지는 그냥 내가 아메리카노 커피를 좋아하고 넌 다방 커피를 좋아하는 것 같은 식품에 대한 기호성의 문제다.

정답이 없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먹는 것 까지 통일해야 한다는 건 

무리한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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