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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과 삼겹살 그리고 백정



지구의 인류는 사피엔스 딱 한 종이다. 국민과 민족을 단위로 감각기관과 뇌가 다르지 않다. (아주 미묘한 차이의 특별난 사례를 디밀지 말라. 인간 전체로 보면 먼지 같은 일이다.)


한국인이 쌀밥, 삼겹살, 김치, 치킨 등등을 맛있게 먹는 것은 한국인의 생물학적 특성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쌀밥, 삼겹살, 김치, 치킨 등을 확보하기에 유리했던 사정이 지속되면서 이들 음식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지구의 모든 민족과 국가 단위에서 그 구성원이 맛있다고 먹는 음식도 그들에게 익숙해진 음식일 뿐이다.)


이들 음식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몇몇 음식은 큰 돈벌이가 되었다. 어떤 음식은 이제는 한반도에서 확보하기에 유리하지 않게 되었음에도 돈벌이를 위해 그 음식이 원래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맛있게 여기는 음식이나 되는 듯이 마케팅을 한다.


다같이 가난하게 살 때에 삼겹살이 대량으로 값싸게 주어지면서 한국인은 그 맛에 익숙해졌다. 지금 한국인은 굳이 삼겹살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잘산다. 심지어 삼겹살 가격이 세계에서 제일 비싸서 삼겹살을 먹는 것이 유리하지도 않다.


한국인이 삼겹살을 계속 먹어줘야 돈을 버는 이들이 있다. 외국에서는 저질의 기름덩이 고기로 여겨 값싸게 거래되는 삼겹살을 가져와 한국인에게 비싸게 파는 업자들이 그들 중의 하나이다. 국내산 삼겹살 마케팅 열심히 해봤자 진작에 돈을 버는 사람은 이들이다.


인간은 환경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동물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변화를 부정하며 엉뚱하게 고집을 부릴 때가 있다. 거짓 정보로 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는 세력 탓이 크다.


삼겹살 참 많이 먹었다. 우리의 추억이 담겨 있는 음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되었다. 저질의 기름덩이 고기를 세계에서 제일 비싸게 사먹는 바보 같은 짓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황교익 페이스북 2월 27일




<말과 행동이 다른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앞의 것은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10개국 삼겹살 소비자가격에 대한 한돈자조금의 반론 보도자료이다. 삼겹살에 치중된 소비가 돼지고기 가격의 왜곡을 가져왔고 그래서 양돈농가도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그 바로 아래 보도자료에서는 삼겹살데이를 맞아 삼겹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한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이처럼 오락가락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힘든 것이다.




황교익페이스북 2월 27일






황교익의 삼겹살 펨훼발언이 삼삼데이를 맞아서 심해지고 있다. 


맛칼럼니스트이고 방송인이라 영향력도 큰 편인지 그를 추종하는 일부의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연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겹살에 대한 펨훼를 계속하고 있다.


삼겹살이 일본에 등심, 안심등을 수출하고 남은 부위라 값싸게 유통되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1970년대이후 먹기 시작했다는 황교익의 주장과 그게 아니라 1970년대는 삼겹살도 수출되었다는 


나와 황교익의 삼겹살 논쟁은 몇년 계속되었다.


2019년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삼겹살의 시작 그리고 올해 다큐 삼겹살 랩소디로 1970년대에 삼겹살이 유행한 것이 등심, 안심을 수출하고 남은 잔여육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어서 이제 더 이상 삼겹살이 대일 수출 잔여육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없어진 것 같다.



이제 새로운 삼겹살 펨훼 발언이 시작되었다.


삼겹살을 비까게 팔아서 많은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거다.


보통 이런 경제적인 문제를 이야기할 때눈 숫자를 가지고 증명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삼겹살 유통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인 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한돈 농민들이 삼겹살을 비싸게 받는 이유중의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뒷다리살을 싸게 팔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들이 뒷다리살을 비싸게 사 먹는다면 아마도 삼겹살 가격은 내려갈거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물론 양돈 생산비가 비싼 나라이기 때문에 돼지고기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비쌀 수 밖에 없다,



음식학


음식 인문학을 하는 맛칼럼니스티나 맛블로거라면 우선 우리나라가 왜? 삼겹살을 많이 먹게 되었는가 하는 역사적인 배경과 사회적인 상황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대중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사실도 아닌 수출 잔여육 설을 펼치시다가 이제는 그걸 이야기하지 않고 삼겹살을 상업적으로 활용 많은 돈을 버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삼겹살을 값싸게 수입해서 비싸게 팔아 먹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막상 수입원가와 유통 마진 판매가격등을 살펴 보면 그렇게 삼겹살을 팔아서 많이 남겨 먹을 수 없는 구조다. 워낙 많은 수입업자들이 경쟁을 하기 때문에 많은 마진을 단합해서 만들어 내지 못 한다. 



나는 식육 마케터지만 나름 식육문화사나 식육 경제사, 식육 사회학에 관심을 가지고 최근 몇년간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아마 이런 고기의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황교익의 삼겹살 수출 잔여육설이다. 


한 시대의 문화가 되고 트렌드가 된 것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정확히 알아야 그 트렌드의 지속성을 알 수 있다.


삼겹살이 수출 잔여육이였다면 대일 수출은 2000년대부터 중단되었는데 지난 20년간 삼겹살에 대한 인기가 지속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황교익의 삼겹살 수출 잔여육 설의 시작은 삼겹살이 값싸게 시장에 많이 공급이 되니 사람들이 삼겹살을 많이 먹기 시작했다는 설이다.


음식이 가격만 싸다고 많이 먹고 이렇게 40~50년씩 지속해서 사회적 인기를 차지할 수 없다. 



맛에 익숙해져서 라고 이야기하지만  쌀밥맛에 익숙해진 우리나라에서 쌀 소비가 계속 줄어들어가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뭐 황교익과 논쟁을 하는 건 이 시점에서 별로 의미가 없다. 


이제 자신의 페이스북이외에서는 별로 발언할 기회도 없는 인사이시지만 그래도 그의 페이스북 친구들이나 혹시 모를 세상 사람들이 역사의 진실을 알아야 하기에 반박하는 글을 쓴다.



한국인이 삼겹살을 계속 먹어줘야 돈을 버는 이들이 있다. 외국에서는 저질의 기름덩이 고기로 여겨 값싸게 거래되는 삼겹살을 가져와 한국인에게 비싸게 파는 업자들이 그들 중의 하나이다. 국내산 삼겹살 마케팅 열심히 해봤자 진작에 돈을 버는 사람은 이들이다.


삼겹살 수입해서 돈 번 사람들이 조정하는 것 처럼 이야기하는데 삼겹살 수입업자가 대기업도 아니고 사람들의 맛없어 하는 걸 수입해서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을까? 이렇게 육류 유통 관련자들을 펨훼하는 건 


아마도 아직도 고기를 다루는 사람들을 백정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생각때문인 것 같다. 




"외국에는 오래된 정육점이 많잖아요. 대를 물려서 하고. 그런데 우리는.. 장인 정신이 없는 건가요?"


"조선에서 고기 다루는 일은 백정이 했지요. 천민입니다. 1895년 갑오개혁으로 신분제도를 없앴는데도 백정 차별은 여전했지요. 신분증에 표식을 하고 자식들 학교도 못 보내고.. 1920년대 진주에서 일어난 형평사 운동은 백정 차별 타파 운동에서 비롯한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백정에 대한 차별이 사라졌느냐 하면, 우습게도 백정이 사라졌지요. '우리 집안은 백정 집안이다' 하는 분 보신 적이 있나요? 대한민국 국민 중에 양반 아닌 사람 있나요? 신분제도가 없어졌다지만 우리 내부의 '신분제 의식'은 아직도 작동하고 있지요. 장인 정신? 그런 거 하고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황교익 페이스북 



그는 아직도 우리 내부의 신분제 의식은 아직도 작동하고 있지요라고 분명 말했다.


조선에서 고기 다루는 일은 백정이 했지요. 천민입니다.


아마  황교익 자신도 아직 신분제 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고기를 다루는 천민 백정이 돈을 버는 건, 돼지를 키우는 농민이 경제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 같다.



1970~1980년대 급격한 산업화가 되면서 베이비붐 세대가 청년이 되어 산업화의 주축이 되고 빨리빨리 문화가 정착되면서 삼겹살은 한국형 패스트푸드 같은 고기 요리다. 삼겹살의 전신은 한우 로스구이였다.


한우는 생산의 한계가 커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1976년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한우 로스구이의 자리에 삼겹살 로스구이가 한우가 돼지 삼겹살로 대체되어서 지금의 삼겹살 구이의 전성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맛칼럼니스트, 음식블로거, 음식학자, 음식인문학자라면 산업화 과정에서 전통 사회의 음식 문화가 이익 사회가 되고 도시로 이농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습식으로 먹던 돼지고기를 건식을 요리해 먹게 되면서 뒷다리 같이 살코기만으로 구성된 부위는 퍽퍽해서 인기가 없고 대신 지방함량이 풍부한 삼겹살같은 부위가 건식 요리, 로스구이 시장이 주도했던 산업화 시대에 인기가 있었다. 


인구가 감소하고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고 


metoo에 이어 코로나로 직장 회식문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앞으로 삼겹살 구이 시장은 큰 위기를 맞게 될지 모른다.


불행한 건 집에서 삼겹살을 로스구이로 요리해 먹는 것도 많은 번잡함이 있다. 물론 에어프레이어나 수비드등 다양한 요리법이 소개되지만 삼겹살 수요는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시장은 수요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데 삼겹살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도 하락하게 될 거다.


문제는 삼겹살 이후 무엇이 우리 육류 소비시장에 대표 선수가 되 것인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난 우리 고유의 불고기와 수육 문화가 다시 부활할거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맥적단이라는 불고기 전문 식당도 도전해 보고 제주도감이라는 제주 수육 전문점도 준비중이다. 물론 내가 투자자는 아니고 단순히 세르파 역할을 하는 사람이지만 이제 점점 옛날 방식의 고기 소비 문화가 다시 찾아 올 수 있다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물론 티본스테이크등 서양식 스테이크같은 요리도 인기가 있을거다.


옛날에 지상파 방송만 있을 때 인기 드라마의 시청율이 40% 50% 나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체가 많아서 시청율 50%의 드라마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다.


산업화 초기 고기 소비가 늘어나던 시절의 삼겹살의 시청율 50%의 초대박 히트 메뉴였지만 이제는 너무 다양한 사회적 욕구와 채널 때문에 삼겹살 같은 국민 트렌드의 고기 요리 트렌드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난 대학을 나와서 고기판에 뛰어든 거의 1세대다.


지금도 스스로 칼을 잡지 못하지만 고기판에 컴퓨터를 가지고 데이타 경영을 마케팅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진다.


그래서 난 내가 백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당당하다.


직업은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다.


하나님 명령이 나보고 고기판을 식육산업으로 발전시키라고 하신 것 같아서 지난 30년 열심히 하고 있다. 






"외국에는 오래된 정육점이 많잖아요. 대를 물려서 하고. 그런데 우리는.. 장인 정신이 없는 건가요?"


"조선에서 고기 다루는 일은 백정이 했지요. 천민입니다. 1895년 갑오개혁으로 신분제도를 없앴는데도 백정 차별은 여전했지요. 신분증에 표식을 하고 자식들 학교도 못 보내고.. 1920년대 진주에서 일어난 형평사 운동은 백정 차별 타파 운동에서 비롯한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백정에 대한 차별이 사라졌느냐 하면, 우습게도 백정이 사라졌지요. '우리 집안은 백정 집안이다' 하는 분 보신 적이 있나요? 대한민국 국민 중에 양반 아닌 사람 있나요? 신분제도가 없어졌다지만 우리 내부의 '신분제 의식'은 아직도 작동하고 있지요. 장인 정신? 그런 거 하고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황교익의 이 발언은 식육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말못된 생각이다. 


난 식육산업에 종사하는 내 후배들에게 정직하고 당당하게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늘 강조하고 있다.


고기판에 일년 있으면 일이 보이고 


고기판에 3년 있으면 돈이 보이고


고기판에 10년 있으면 업이 보인다.


고기판에 30년 있으면 나름의 철학과 이념이 생긴다.


아직도 식육 산업을  백정업이라고 천민이라고 생각하는 신분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반성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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