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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3일 삼겹살 데이의 의미


3월 3일 삼겹살 데이다.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인 것처럼 


3월 3일 삼겹살 데이가 처음 시작된 건 2003년 파주 축협에서 부터다.


이건 확실한 기록이 남아 있다. 



삼겹살 데이의 유래는 2000년대초반 구제역으로 우리나라 양돈산업이 어려울 때  돼지고기 소비촉진을 도모하고자 전국적으로 퍼져 나간 빼빼로데이같은 데이 마케팅이다. 


2003년 한 파주의 초등학교 선생님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숫자 3이 겹치는 3월3일을 삼겹살 데이로 하는 것이 어떻게냐고 파주축협의 장석철 조합원에게 이야기했고 이말을 장석철 조합원이 성계장에게 애기했고 성계장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농협중앙회와 농림부는 전국행사로 추진했다.


2003년에는 농협 하나로 대회를 통해 파주에서만 진행이 되었다.  



이제 곧 20주년이 되는 3월 3일 삼겹살데이 


삼겹살 가격이 코로나로 가정 소비가 늘어 폭등하고 반면 뒷다리 가격은 코로나로 단체 소비가 줄어 폭락해서 일종의 풍선효과로 삼겹살과 뒷다리의 가격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다행인 건 그래도 삼겹살 가격이 올라서 농가에 직접적인 돈가 하락의 피해는 모면 할 수 있었다.


반면 길어지는 코로나와 가정 요리로 피로감이 더해져 가정내 삼겹살 소비가 줄어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삼겹살 가격이 게속 높아지니 수입 소고기와의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면 수입 소고기 불고기등으로 가정내 소비가 급 전환 될 수도 있다. 









3월 3일 삼겹살데이를 맞아 거의 모든 언론이 삼겹살 판촉 활동을 하고 있다. 언론이 아니라 유통업자 찌라시임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내일까지 유통업자 찌라시 짓을 하지 않는 언론이 과연 있기나 한지 관찰해보겠다. 그런 언론이 있으면 내가 당분간 형님으로 모시겠다.




황교익 페이스북 






오늘도 여지없이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은 3월 3일 삼겹살데이에 대한 맹비난을 퍼 붓고 있다. 상업적이다라는 것이 이유겠지


그런데 이분은 빼빼로 데이나 기타 상업적인 데이나 이벤트는 자본주의의 시장 논리로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자신도 열심히 상업적 광고찍으시면서 유통업자들이 삼겹살로 돈을 좀 벌자고 하니 계속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삼겹살의 시작이라는 책에서 이미 삼겹살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특히 난 황교익등 맛 블로거들의 대일 수출 잔여육 설이 잘못되었다는 문헌적 근거를 찾아서 보여 주었다.


삼겹살의 유래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야 삼겹살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시작할 수 있다. 



십수년을 이어 온 삼겹살 데이가 올해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과거처럼 오프라인의 행사가 아니라 온라인 비대면의 시대에 삼겹살 데이는 얼마나 삼겹살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될까?


내일이 되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제 서서히 삼겹살에 집착했던 우리의 육식문화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2020년 돼지고기 부위별 수입 통계를 살펴 보면 삼겹살은 128,958톤


앞다리는 110,361톤으로 삼겹살이 많이 수입되지만 앞다리의 수입량도 삼겹살 수입량의 86%선을 수입했으면 일방적으로 삼겹살의 수입량이 많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2020년 돼지고기 전체 수입량이 310,466톤이다. 삼겹살이 차지하는 비율이 42%다.  이는 우리나라가 삼겹살만 소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부위의 소비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1999년의 수입량은 삼겹살이 64,601톤 앞다리가 35,827톤 전체 수입량이 141,073톤이었다. 이는 삼겹살이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의 46%를 차지하고 있었다. 


2010년 삼겹살 수입량은 107,224톤 전체 수입량은 179,491톤 전체 수입량중 삼겹살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였다.  2010년경의 삼겹살 소비에 비해서 최근에 삼겹살  수입비율은 낮아지고 있었다.


2018년에는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 439,680톤중 삼겹살은 약 40%인 168,564톤에 불과 했다. 



우리나라가 삼겹살에 미친 나라이고 삼겹살만 소비한다고 뭐라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 전체 돼지고기의 자급율은 70%선이고 삼겹살의 자급율은 50%선이다.


이웃 일본은 유독 등심, 안심만 좋아하는데 그래서 일본의 등심 자급율은 20%선이다. 


아마 황교익이 일본의 맛칼럼니스트라면 등심만 소비한다고 비판을 했을거다.


돼지고기를 미식, 탐식으로 먹는 역사가 짧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어느 특정부위에 대한 지나친 편중은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각나라별로 문화와 생활양식 그리고 조리법등으로 특히 좋아하는 부위가 있기 나름이다.


삼겹살을 버리는 부위라고 지나치게 이야기하는 건 고기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거다. 고기를 버리지는 것이 거의 없다. 



삽겹살이 왜? 197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로스구이로 인기가 있었는지를 살펴 보면 삼겹살의 미래가 보인다.


삼겹살이 1970년대부터 로스구이로 인기가 있었던 건 


수출 잔여육이 아니다.


삼겹살이 수출잔여육으로 조금 저렴하게 시장에 공급된 건 1995년이후 우리나라 양돈산업이 수출형으로 전환된 이후부터다. 즉 이마트등 마트가 생기고 메이저 브랜드 돈육 업체들이 생기고 냉장 수출을 하면서 대량으로 부분육을 생산하기 시작하는 1990년대중후반부터 삼겹살이 대량이 손쉽게 가정에서도 소비될 수 있게 브랜드 돈육이 되어서 공급된다.


이런 1990년대의 현상을 1970년대 삼겹살로스구이의 시작부터 연관짓는 건 잘못된 해석이다.


난 삼겹살 로스구이가 1970년대 후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건 


첫째 한우 가격이 1976년 폭등해서 그 당시 유행하던 한우로스구이에서 삼겹살 로스구이로 패러다임이 시프트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건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이다.


둘째, 1970년대중후반부터 양돈이 전업화 기업화가 되면서 거세를 하고 배합 사료 공급량이 늘어서 냄새를 많이 잡아서 삼겹살을 그냥 구워서 소금에 찍어 먹어도 이취나 돈취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는 대일 수출의 영향이 조금 있다고 봐야 한다. 수출 돼지는 거세를 장려하였고 서서히 양돈 기술이 발전한 건 사실이다. 국제적인 양돈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셋째, 급격한 산업화로 이농이 심화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기존의 습식 조리법에 의한 돼지고기 소비문화가 건식 조리법으로 변화했다.


습식 조리법은 고기를 삶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건식 직화구이는 바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다.  산업화로 빨리빨리 문화가 보급 되면서 우리의 육식 생활도 건식 직화구이로 빨리빨리 급해졌다.


넷째, 건식 직화구이가 발달하면서 습식은 지방이 적은 부위도 부드럽게 연화해서 먹을 수 있지만 직화구이는 기름기가 많은 마블링이 좋은 부위만을 부드럽게 먹을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삼겹살이 선택된 것이다.


당시는 돼지고기는 100%익혀 먹어야 하던 시절이니 뒷다리나 등심은 근내지방이 적어 100%익혀 먹으면 퍽퍽해서 먹기 거북스러웠다. 


다섯째, 삼겹살은 산업화의 새로운 공동체 의식 이었다. 밤마다 삼겹살의 소주한잔하면서   '우리가 남이가' 건배를 하면서 남남이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만나면서도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 갔다. 


여섯째,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성인이 되면서 음주 인구의 증가가 과거 주막에서의 술안주였던 삶은 돼지고기나 소고기 수육의 번거러움을 탈피하고 새로운 돼지고기, 소고기 구이 소비 문화를 만들었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고기와 술을 즐겼다. 아무리 희석식 소주였지만 소주는 양반의 술이고 고기는 권력자의 몫이였다.  산업화, 자본주의하에서 소주와 삼겹살은 우리가 양반이 되고 누구나 자본주의의 권력자인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 주었다. 



고기는 잔치다.


삼겹살은 잔치다.



이제 코로나이후 어쩌면 우리가 꿈꾸었던 잔치는 끝났는지 모른다.


물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는 세상이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 지는 세상에서 삼겹살이 가난한 사람편에 서 있을지 부자의 편이 될지는 모르겠다.


아니 한돈은 부자의 편이고 수입 삼겹살은 가난한 사람편이 될까?



이제 다같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는 것도 사치가 되는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 2021년의 3월 3일 삼겹살 데이는 삼겹살의 가장 화려한 날의 마지막 잔치가 될지도 모른다.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인구가 노령화되면 육류의 소비량도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된다. 특히 지방이 많은 부위에 대한 소비는 극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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