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영국의 임금님이 소고기 등심으로 만든 스테이크를 먹어 보고 어찌나 맛이 좋든지 그 고기부분에 작위를 내려 서로인이라 불렀다 한다. 마치 소나무에 정이품의 벼슬을 내린 것과 같다.
그래서 등심은 지금도 서로인이라 불려 서양에서 가장 맛있는 소고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한국사람처럼 안신 맛있는 줄 모르고 떡심이라는 소턱밑살 씹는 묘미면 노리끼리한 소젖통의 쟁반살 고소함까지는 미각이 미치지 못한다.
서양사람들 소고기 해 먹는 법은 로스트, 스테이크, 브레이스, 스츄등 네가지가 고작이다. 한데 한국사람은 날로 먹고 데쳐 먹고 궈먹고 삶아먹고 국끓이고 볶고 찌고 포떠먹고 .... 속칭 서른세가지 솜씨를 지녀야 양반 마님이 된다는 말까지 있다.
뿐만아니라 서양 사람들은 송아지 요리는 알지만 한국사람처럼 송아지라도 두살짜리 소인 패육요리, 세살짜리인 삼육요리, 네살짜리인 사육요리며 아직 태어나지 않는 배내 송치고기등 그토록 세분해 맛볼 줄은 모른다.
육식민족 가운데 미각이 발달한 프랑스 사람들은 소고기의 부위를 25분해서 가려 먹는다 한다. 세분해서 먹는 것 같지만 소한마리의 60%밖에 먹지 못하고 나머지는 버린다. 소고기 먹기 시작한지 겨우 1백년 된 일본 사람은 19분 해서 먹는데 소의 전체의 절반밖에 못 먹는다. 대개 외국 사람은 소의 내장류는 스츄용 혀를 제외하고는 폐육부라 하여 심장, 간장, 신장, 위장, 꼬리를 약간 먹을 뿐 곱창등 여타는 거의 버리는 것이 상식이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38부위 85%를 먹는다 한다. 두부인 머리고기로 부터 소피인 선지 뼈속인 등골서부터 발끝인 우족, 꼬리까지 버린 부분이 없다. 뼈마디의 야교질은 도가니로 따로 먹고 가죽내면에 붙은 수구레까지 긁어 먹으며 뼈속에든 골미까지 설렁탕 국물로 우려 먹는다. 소가 지닌 어떤 양분도 농치질 않으며 심지어는 소간장의 담석증인 결석 까지도 우황이라하여 희귀 약재로 빼먹는다.
육식민족도 아닌 한국인의 소를 둔 이 맹렬미각을 두고 너무 가난하게 살았기에 그 궁기가 촌분도 남아나지 않게끔 먹어 치운다고도 하나 그것은 경제적인 해석일 뿐이요, 가려 먹을 수 있게 끔 고도로 발달된 미각없이는 그 같은 맹렬성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헐값인 우족이며 내장, 꼬리를 수입한다는 소식을 듣고보니 우리가 세계 최고의 고미각 민족임을 새삼스러워 그저 되뇌어 본 것이다.
- 1978년 1월25일의 조선일보 만물상 우리 민족이 얼마나 소고기를 열심히 먹었는지를 잘 말해 주는 기사다.
맹렬미각 (猛烈味覺)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 책이 있을 만큼 우리 민족은 소고기에 대해서 각별한 사랑이 있었다. 아마도 일부 권력자들이 주 이용자였을지 모르지만 나름 조선민족 전체가 이밥에 고깃국을 갈망하고 즐겼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투뿔등심과 삼겹살에 편중된 육식문화는 과잉미국화의 영향
스테이크의 한국형 모델이다.
아니 빨리빨리 문화가 정착된 압축성장 산업화의 산물이다.
이제 잊고 있었던 우리 민족의 소고기 탐식 문화
소고기에 대한 맹렬미각 (猛烈味覺)을 되살려 한우의 세계화
한우 한류를 준비해야 할 때다.
1978년 1월에 쓴 이 칼럼은 우족, 꼬리, 내장등 부산물 수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글이지만 지금 다시 해석해 보면 우리민족의 소고기 탐식 문화가 세계 최고였다는 걸 이미 그 시절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는 거다.
농경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민족이 이런 소고기 탐식 문화는 인류학적으로 놀라운 일이다. 난 우리 민족이 농경민과 유목민의 혼합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평안도,함경도 지역은 유목민의 후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육류 요리들의 발생지가 많이 이북 지방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문제는 더 깊이 연구해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자랑하듯
세계에서 가장 소고기 탐식의 역사가 길고 소고기 요리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이제 한우 세계화에 가장 큰 무기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다.
인바운드 한우 수요를 창출해야 할 때다.
수입 소고기에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이제 인바운드 수요를 시작으로 한우를 세계 최고의 소고기로 포지셔닝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할 때다.
그 첫번째가 서울시의 향토 음식으로 한우 음식을 지정해야 한다.
2019년 한해에 1750만명의 외국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다.
방탄 소년단 BTS가 빌보트 4관왕이 되었다.
문화가 없는 브랜드는 가치도 생명력도 없다. 한류라는 문화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전통이 새로운 트렌트가 되는 세상이 왔다.
한우를 세계화 할 수 있는 별의 시간이 온 것이다.
한식 세계화의 대표 주자는 한우가 되어야 한다.
다양한 우리 민족의 한우 요리들
우리 선조들이 찾아낸 소 한마리 120개 부위의 일두백미의 맛을 세계속에 한류로 알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