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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치킨계급론 이렇게 해석해 본다.



'치킨계급론'의 원문입니다. 글을 잘라서 왜곡하지는 마세요.


***


한국에 맛있는 거 참 많다. 외국에서 맛있다 하는 거 다 들여와서 먹고 있다. 돈만 있으면 전세계에서 톱으로 맛있는 거 먹을 수 있다. 


부자는 치킨 안 먹는다. 물론 어쩌다가 먹을 수는 있어도 맛있다고 찾아서 먹지 않는다. 먹는 것에 계급이 있냐고? 있다. 자본주의 대한민국이다.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먹는 게 다르다. 직업 탓에 내가 반평생 동안 목도한 일이다. 


치킨은 대한민국 서민 음식이다. 노동자 음식이다. 청소년 음식이다. 알바 음식이다. 라이더 음식이다. 고흐 시대에 감자 먹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대한민국엔 치킨 먹는 사람들이 있다. 고된 하루 일을 끝내고 가족이나 친구끼리 맥주 한잔 하며 치킨을 먹는다. 


맛칼럼니스트로서 내가 바라는 것은 값싸고 맛있는 치킨이다. 외국인이 한국 치킨을 특별나게 여기는 것은 과도한 경쟁 때문에 고도로 발달한 양념법뿐이다. 그 양념 안의 닭은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다. 그래서 맛없고 비싸다. 양념 안의 닭만 바꾸어도 더 맛있어지고 가격이 싸진다. 나는 맛칼럼니스트로서 우리 노동자와 청소년과 알바와 라이더의 치킨이 맛있고 싸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 한국의 '치킨 문제'가 닭 크기 하나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거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문제는 손도 못 댄다.




황교익 페이스북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양반하고 나하고 비슷한 점이 많다.


먹거리가 관심사라는 점. 물론 황은 세상의 모든 먹거리를 이야기하지만 난 공부를 안해서 내가 몸담고 있는 식육산업에 관련된 고기에만 관심을 둔다.


그것도 다들 내가 돼지고기만 전문가로 알고 있을 만큼 돼지고기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요즘은 한우 산업에 대해서 관심을 많아져서 여러 자료를 모으고 새로운 미래전략을 이야기하고 다닌다.



닭고기에 대해서 비공개적인 강의에서만 이야기한다. 아직 잘 모르는 분야라 공개적으로 글을 쓰거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는 가능한 자제하지만 치킨 산업의 미래, 닭고기 산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황교익 치킨계급론의 깊은 뜻은 가난한 서민 음식인 치킨이 치킨 재벌들의 독점적 시장 점유로 비싸다. 그걸 싸게 하기 위해서는 닭부터 크게 키워야 한다는 것 같다.



비공개적인 강의에서 우리나라의 닭고기 소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성장세가 낮은 이유를 기업 계열화로 과점적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몇몇 기업에 의해서 시장이 장악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들은 생산 중심 마인드라 치킨이외의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라고 지적했다. 


아마 황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다. 그런데 해결 방안이 갑자기 대형닭 생산이다. 너무 산업을 모른다.


난 소비 시장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우리나라 치킨가게가 약 4만개 있을거다. 내 기억에는 


우리나라에 정육점이 5만5천개정도 있다. 



치킨이 비싼 건 


치킨 경쟁이 심해지는 광고비나 배달비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닭고기 원가가 치킨 가격에 차지하는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


난 대형닭을 키우면 치킨 가격이 내려가서 서민들이 더 많은 치킨을 먹을 수 있을거라는 황의 생각은 낭만적인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치킨 가격을 내리고 싶다면 


배달 중심의 치킨 시장을 그랩앤고, 테이크 아웃 시장으로 이전하면 된다.


그 대안으로 정육점에서 치킨을 요리해서 판매하면 된다.


우리 주변에 정육점이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정육점은 치킨가게들보다 접근성도 좋다. 


각종 설비도 거의 완비되어 있어 정육점 사장님들이 델리샵을 운영하고 싶다면 치킨부터 튀기면 된다. 


한 10,000곳의 정육점에서 치킨을 튀겨서 판매하면 치킨 가격이 많이 내려갈거다.



배달 중심의 치킨 가게가 왜? 생겨 났는지


치킨이 비싸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작은 닭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보다 우리나라만 독특하게 배달 중심의 치킨 시장이 왜? 만들어 졌는지 그리고 치킨 전문 브랜드들이 왜? 성업 중인지 분석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건 치킨이 야식이 되면서 배달음식의 대명사가 되었다.


배달의 민족등 3자 배달 전문 업체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게에서 라이더를 고용해야 했다. 이게 생각보다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라 치킨 배달 전문점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외식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치킨 배달 전문점들의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니 광고비등 비용이 증가하다보니 (여기에 본사 마진도 포함되어 있다.)  치킨 한마리가 2만원 하는 고가의 시대가 되었고 치킨 계급론이 나오게 된 거다. 



이제 배민등 3자 배달업체가 생겼으니 누구나 치킨을 배달할 수 있다.


만약에 롯데마트나 이마트, 코스트코등 대형 매장에서 치킨을 배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육점에서 치킨을 배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봉이 김선달 같은 이야기지만 어떤 청년 스타트업이 롯데마트나 코스트코의 치킨을 구매해서 배달만 하는 신규 사업을 만든다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거다. 


정육점에서 치킨을 튀기고 그걸 그냥 그랩앤고로 고기 사면서 사간다면 치킨한마리에 만원내외로 거래가 가능하지 않을까?


정육점 사장님 입장에서는 반값의 치킨이 미끼 상품이 되어서 사람들이 정육점 문을 쉽게 열고 들어오게 만들 수 있으니 좀 싸게 팔아도 이윤이 남는 장사를 하면서 마케팅 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몇년전 비비큐에서 정육점사업에 진출한 적이 있었다. 여러 델리 상품도 판매했는데 치킨만 기존 프랜차이즈때문에 판매하지 못했다.


정육점의 즉석 제조 가공에 관심들이 많아서 다들 햄, 소시지 공부를 하는데 한국형 델리는 곰탕, 설렁탕 , 육개장 . 미역국 끓여서 판매하는거구 치킨, 족발, 떡갈비등 한국형 델리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한다.



같은 문제를 고민하면서 황과 내 시각이 다르다.


난 기존 산업내의 누구도 피해를 보는 걸 바라지 않는다. 그게 하림같은 재벌 기업이라도 아직은 ......


내가 축산대학 출신이고 그 기업에 선후배가 많아서 일지도 모른다.


내가 잠시 이지바이오를 다녀서 같이 근무하던 친구들이 있어서 일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양계산업이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거의 도박같은 변수들과 싸워서 산업을 만들었으니 이제 다양해지는 사람들의 욕구에 맞는 고객 중심의 생각들로 다시 무장해서 외국의 타이슨이나 CP같은 대형 닭고기 기업들과 경쟁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사실 닭고기만 맛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농축산물은 낮은 가격을 유지해서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농업, 농촌, 지방을 식민지화해서 공업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맛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중시하는 정책때문에 농업의 경쟁력이 상실되고 농촌이 소멸 위기에 빠졌다.


오직 한 품목 한우만 그것도 1990년대에 고품질 전략으로 겨우 세계 최고의 먹거기가 될 수 있었다. 


이제 값싼 농축산물은 수입해서 먹으면 되고 우리 농축산물보다 맛있는 품종의 고급 농축산물도 수입해서 먹으면 되는 시대가 되었다. 


농업, 농촌, 농민이 없다면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사회 문제들이 더 커지게 된다. 



황교익의 닭고기 논쟁 


접근 방식이 어그로 스타일로 잘못되었다.


그럼에도 여러 측면에서 우리 농업 정책의 한계성등에 대한 많은 물음을 던진다. 


난 우리나라 치킨업계가 황교익의 맛없는 닭고기 논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만 태국의 CP나 타이슨 같은 외국 거대 기업의 한국 진출로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거라는 염려를 늘 하고 있다. 


지금은 닭고기 자급율이 80%로 소고기의 39% 돼지고기의 69% 높지만 닭고기는 사이클이 짧아서 한순간에 자급율이 하락할수도 있다.


외국과 다른 닭고기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외국산 닭고기들이 쉽게 우리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세계의 기준에 맞춘 닭고기 시장이 형성된다면 우리나라 닭고기 시장의 수입닭고기 소비량의 급격히 증가할 수도 있다. 


정말 사회는 단순한 하나의 시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황의 어그로짓이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KFC나 파파이스등 외국의 치킨 브랜드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해서 힘들었던 건  우리나라의 닭고기 소비 문화가 닭한마리를 통마리로 소비하는 독특한 문화 (이게 유통측면에서는 아주 전근대적인 면이지만  )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통닭 한마리, 치킨은 위로와 포상이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산 우리 자신에게 우리가 스스로 주는 상이다.


어릴 적 아빠가 사온 노랑 통닭 한마리를 앞에 놓고 닭다리를 서로 먹겠다고 싸웠던 가난했던 시대를 이겨낸 우리들에게 주는 위로이자 상일거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닭이지만 한마리를 먹는다.


아니 가정의 붕괴로 큰 닭 한마리를 나누어 먹을 가족이 없는 슬픈 현실에 대한 위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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