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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이 닭고기 이야기를 그만해야 하는 이유

닭고기 소비와 레드미트 소고기 돼지고기 소비는 육류 소비라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나름 다른 소비 패턴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로 재난지원금등이 지급되고 가정내에서 한우와 한돈 소비는 매우 증가하였다. 그래서 한우, 한돈 가격이 상당히 좋았다. 반면 닭고기는 치킨을 많이 배달해 먹은 것 같아보여도 소비량이 그렇게 늘어나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닭고기를 가정내에서 잘 요리해 먹지 않고 주식 개념이 아니라 간식이나 야식인 치킨으로 소비하는 닭고기 소비의 한계가 있다는거다. 

우리나라 닭이 작은 건 치킨 요리에 최적화된 닭이 치킨 수요가 많으니 많이 생산되지 때문이다.

이 이상의 이야기를 하는 건 지금에서는 무의미하다. 

여러 이유에서 닭고기 소비가 확산되어야 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닭고기 소비가 확산되지 않는 건 닭을 작게 키워서 맛없기 때문이 아니라 닭고기 소비 유형이 치킨으로 한정되어 있는 소비측면의 문제가 더 크다. 닭고기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닭고기가 삼시세끼 주식으로 밥반찬으로 소비되어야 한다고 늘 주장하고 있다. 

아마 닭고기 소비가 밥반찬으로 다양한 요리로 소비되면 닭도 나름 다양한 중량으로 생산될 거다. 지금은 누가 닭고기를 팔아서 돈을 많이 벌었나 하는 어그로가 아니라 닭고기의 다양한 소비 확대를 위해서 맛칼럼니스트들이 다양한 닭고기 소비 문화 이야기를 할 때다.

닭을 키우는 가장 큰 목적은 달걀을 얻기 위해서다. 

그래서 사위가 오면 씨암닭을 잡아 준다는 말은 아주 귀한 고기를 대접하는 의미다. 

계란 생산이 목적인 닭은 늙어서 질기다. 이걸 오랜 시간 삶아서 닭백숙같은 요리를 해 먹었다. 

우리나라는 소, 돼지, 닭이 부분육 유통보다는 통마리로 유통되어 왔다.

부분육이 가장 먼저 정착된 것은 돼지고기다. 롯데햄과 백설햄이 1980년 초반에 가동되면서 햄소시지 원료로 사용하고 남는 부위를 부분육으로 유통했다. 또 일본에 수출을 할 수 있어서 부분육 산업이 발달했다.

다음이 한우고 아직까지도 통마리로 유통량이 많은 것이 닭고기다. 

축산물은 복합 유기 생산체다. 

그래서 현대 자동차에서는 캐스퍼가 잘 팔리면 캐스퍼만 생산하면 되지만 돼지 한마리에서 삼겹살만 잘 팔린다고 돼지를 가공하면 나머지 부위가 남는다. 소역시 등심이 수요가 많아서 소를 도축하면 나머지 잔여 부위처리가 문제가 된다. 닭 역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능한 통마리 유통으로 닭고기를 유통하다보니 닭이 작아진다.

이 작은 닭은 치킨이라는 튀김 요리를 하면 맛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닭이 작고 치킨만 유행하고 있는지 모른다.

닭이 작아서 치킨이 유행인지

치킨이 인기가 있어서 치킨용 닭을 작게 키우는지는 확답을 할 수 없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닭은 생닭은 시장 닭집에서 팔았다. 

생닭을 사면 그 자리에서 닭을 죽이고 털을 뜨거운 물속에 넣고 닭털을 뽑았다.

지금도 아련하게 그 닭 탕박하는 냄새가 기억난다.

미국이나 서구의 아니 일본만 해도 닭고기 소비가 소고기, 돼지고기 소비를 앞선다. 고도로 닭고기 소비문화가 발전하고 그 만큼 생산 유통 시스템도 잘 발달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서서히 닭의 부분육 유통이 시작되는 초기 단계로 보아야 한다. 

가정내 소비나 외식 소비에서 다양한 닭고기 요리가 개발되지 못했다.

맛의 다양성 

품종의 다양성 

개체 크기의 다양성

먹거리의 다양성은 우리가 조금더 다양한 세상을 만들어 가면서 서서히 이룩해야 할 문제다. 

황이 조금더 학술적이고 이론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면 작은 닭의 이슈는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 문제다.

큰 닭을 먹을 권리가 사람들에게 있다.

큰 닭이 시장에 수요가 있으면 큰 닭을 생산하는 농가들이 많아 질거다.

아니 농촌의 뒷마당에서 내가 먹을 닭은 크게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 날 수도 있다. 

지금 우리 농업, 농촌은 공장식 생산 방식으로 일괄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난 이걸 신제국주의 플랜테이션 농업이라고 한다.

농촌을 식민지화해서 공업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에 많은 문제중 일괄된 먹거리의 강요는 작은 닭고기만이 아니다.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압축 성장, 독재자들에 의한 계획 경제속에서 잃어버린 다양성을 다시 찾는 법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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