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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의 시작


한우의 시작 




전통적인 수출 품목 한우, 역사 깊은 만큼 경쟁력 커 




유라시아 대륙 서쪽 끝 이베리코 반도에는 세계 최고의 돼지로 꼽히는 이베리코 돼지가 살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끝 일본 열도에는 세계적으로 맛과 품질을 인정받는 와규가 사육되고 있다. 한반도에도 이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소, 한우가 있다. 이번호부터는 지난 4000년간 이 땅에서 자라고 있는 한우의 가치에 대해 알아보자. 글 김태경(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 교수)




소의 조상은 야생 오록스다. 오록스의 몸길이는 250~310 cm, 높이는 140~185 cm, 체중은 600~1000kg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대형 동물을 가축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 동물을 가축화 한 것은 단순히 고기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는 종교적인 목적이 더 컸다. 


인류학자 에두아르드 한은 풍요의 상징인 달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했던 사람들이 제례의 제물로 소를 이용하기 위해 가축화시켰다고 보았다. 소의 구부러진 뿔 모양이 초승달을 연상시키므로 제물로서 소가 적합했다는 것이다. 


기원전 4000년경 소는 이동수단으로 이용됐으며 농사에도 활용됐다. 한반도에서 소를 키우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일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가축화된 소가 이 땅에서 토종 품종으로 사육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원우가 몽골�중국 거쳐 한반도로 


세계의 소 품종은 유럽원우, 인도원우, 두 원우의 잡종계통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화북 지역은 유럽원우, 대만과 인도차이나반도, 중국 남부지방은 잡종계통이 분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원우를 대표하는 <홀스타인> 품종의 혈액형과 혈청 단백질, 헤모글로빈의 유전적 변이를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토종 소가 인도원우나 잡종계통의 유전적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유럽원우가 유라시아 대륙 중앙부에서 몽골, 중국 화북지역을 거쳐 한반도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와규는 일본의 토종 소가 아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토종 소에 한우와 유럽계 수입 소를 교배한 것이 지금의 와규다. 흑모화종, 갈모화종, 일본단각화종, 무각화종 등 4가지 품정으로 나눠지는데 이 중 갈모화종은 한우와 같은 혈통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우�농우 등로 불렸던 한우


이 땅의 소가 언제부터 한우라고 불렸는지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주로 축우, 역우, 농우, 부림소, 이출우(일제 강점기 일본이 수탈해 간 소), 조선우 등으로 불린 기록만 있을 뿐이다. 


1897~1910년 대한제국 시대에 한우는 어떤 이름으로 불렸을까? 당시 한우는 러시아, 중국, 일본 등에 수출되는 품목이었으니 이 무렵 대한제국 소를 줄여서 한우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대동테크 R&D교육원 최창원 원장에 따르면 1909년 10월 4일자 대한매일신보의 ‘한우실패(韓牛失敗)’라는 제목의 기사에 한우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 기사엔 한우 생우 수출 제한에 대한 설명과 한우 수요가 감소해 가격이 급락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앞서 1902년 7월 26일자 황성신문에는 ‘아인한우수출 (俄人韓牛輸出)’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 여기엔 러시아에 한우를 수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두 기사 내용을 미뤄봤을 때 대한제국 시절부터 한우라는 명칭이 사용됐음을 추측할 수 있다. 


소띠해인 1949년 1월 7일자 조선일보 칼럼 ‘건설의 대동맥 전신편’에도 한우라는 표현이 쓰였다. 


기사엔 “원컨대 소처럼 근면하고 묵묵한 전신 전화기술진 제공이여 기축 새봄의 한우(韓牛)는 그들의 친구이니 가일층 그 청렴한 예술가적 양심과 애국적 열성으로 앞날을 비약하라” 라는내용이 담겨 있다.


한우가 나오는 가장 오래된 정부의 공식 문서는 1954년 시행된 가축보호법시행령이다. 


1958년부터는 신문에 한우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1958년이 한국전쟁 이후 외국의 육우를 도입해 한우를 개량하고자 노력하는 시기였으니 한국 소와 외국 소를 구분하기 위해서 한우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한우는 전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는 10억 마리의 소 가운데 고유한 유전자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토종 품종의 소로, 하나의 산업으로 굳건히 자리잡은 우리나라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최근 경기 불황에 따른 한우고기 소비 둔화와 수급 불안정 등으로 한우산업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한우 수출을 통해 위기를 타파하려고 노력하는 한우업계에 한우가 오랜 과거부터 경쟁력이 입증돼 온 전통적인 수출 품목이라는 사실은 큰 힘이 돼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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