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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고래 Jan 23. 2024

내가 살고 싶은 집

원하는 집에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엄마, 우리 이사 가자."


엊그제 아이들이 자고 있는 동안 남편이랑 올해는 이사 가자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들었을까? 뜬금없이 큰 아이가 이사를 가자고 한다.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한동짜리 빌라 1층에 살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나름 만족하지만 불편한 부분들이 있다.


빌라 전체 계단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3년 전 처음 이사 왔을 때부터 그랬지만 고칠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고 그냥 적응해서 사는 중이다. 하지만 집이 골목인 데다 현관 불까지 들어오지 않으니 밤에 집까지 들어오는 길이 꽤 무서운 모양이다. 그리고 수압도 약하다. 이 부분도 그냥 적응해서 살고 있다. 해가 잘 들지 않아 한낮에도 집이 어둡다. 이 부분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다음에 이사할 집은 무조건 해가 잘 드는 집이 1순위 일 것이다.


내가 가진 돈에 맞춰서 집을 고르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참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적당한 선에서 마음에 드는 집이면 그냥 살기로 했다. 우리 가족이 살 집을 대충 골라왔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겠다. 아무리 가진돈이 적어도 그 선에서도 최선의 집을 찾는 발품을 들여야겠다.


내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를 먼저 그려본다. 일단은 뷰가 좋았으면 한다. 골목 1층에 갇혀 어두 침침하게 살아오며 답답했던 마음을 고층 뷰가 좋은 집에서 털어내고 싶다. 그동안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게 1층만 고집하며 살아왔는데 이제 중1, 초6이 되는 아이들은 집에서 뛸 일이 없다. 좀 더 고층에서 살아도 된다.


무조건 남향이어야 한다. 집이 아무리 화이트톤이라도 햇빛이 밝혀주는 것만큼 환해지지 못한다. 좀 더 따뜻한 기운이 도는 집이면 좋겠다. 햇빛이 잘 드는 집으로 골라야겠다.


베란다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 지금 사는 집에서 좋았던 점은 양쪽으로 베란다가 넓게 있었다는 것. 덕분에 빨래도 편하게 하고 베란다에 캠핑 테이블을 놓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엄마이지만 나를 키우는 공부하기를 좋아한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지금은 안방 한편에 내 책상을 두기는 했지만 남편이 주로 방에서 티비를 보기에 거실 식탁이 결국 내 공간이 되어버렸다. 작아도 괜찮으니 새벽이든 저녁이든 가족들이 있는 동안에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아, 그러고 보니 내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함께 모여 글쓰기도 하고 책모임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먹을 수 있어야겠다. 그러려면 집이 아닌 곳에 나만의 작업실이 생긴다면 더더 좋겠네.


이사 가자는 큰 아이의 말에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주상복합으로 이사 가자는 작은 아이. 그 말에 바로 "살고 싶다고 다 살 수 없다."라고 단정 짓는 큰아이. "그건 알지만 살고 싶다고 말은 할 수 있잖아."라는 작은 아이.


사실 그 말에 마음이 불편했다. 형편에 맞춰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집과 남편이 살고 싶은 집, 아이들이 살고 싶은 집을 선택할 수 있게 더 열심히, 더 잘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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