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할 수 없잖아.
"귀찮다...."
독립출판으로 나올 책을 팔아야 하는 일도, 책스타그램 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귤을 팔 콘텐츠를 올리는 일도, 내가 좋아서 신나서 해도 모자랄 일들인데 나도 모르게 내뱉는 말이었다.
왜 귀찮을까?
사실 다 재밌는 일들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이다. 나를 살게 하고, 또 살아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일들이다.
귀찮다는 마음이 든다는 건, 내 체력의 문제였다. 피곤했다. 엄마인 나도, 나인 나도 둘다 놓치기 싫었다. 어느 한쪽은 내려놔야 함을 또 잊었다. 다 잘할려고 하는 슈퍼우먼 콤플렉스가 어느샌가 또 튀어나와 나를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나로 잘살아가는 것도, 나의 성장으로 가족이 화목한 것도 이 둘로 인해서 삶이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것에 파묻혀 좋은 줄로만 알았다. 나와 우리가족이 얻은 안정은 결국 나를 희생하고 얻은 대가임을 몸에서 보내는 신호로 알아차렸다.
친구들과 책쓰기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내가 가장 힘들었던 일은, 책을 기획하는 것도, 글을 써내는 것도, 매주 수요일밤 모이는 시간을 내는 것도 아니었다. 엄마가 아닌 '나'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써야하는 미안함에 나는 '엄마'라는 역할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동시에 써버렸던 것이었다.
다른 뻘짓에 정신이 나가있다는 걸 티내지 않기 위해 남편과 아이들, 살림과 청소에 더 온마음을 다했고, 모임에 나가기 전엔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들로 밥을 준비해두었다. 그리고는 하루 내내 써야 할 에너지를 다 소진시킨채로 모임에 나가 더 많은 에너지를 털어내었던 것이다.
만신창이의 몸으로 수액을 맞았고, 저녁 독서모임과 글쓰기 모임에도 참석했다. 아프다는 핑계로 저녁 준비는 온전히 남편에게 위임을 했고, 한결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모임에 참석을 했다. '엄마'인 나를 잠시 내려놓고 '나'인 나를 택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더니 글친구들과 수다를 떨다보니 내가 아팠다는 사실을 잊을정도로 점점 컨디션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인 내가 없이도 남편도 아이들도 잘 있었다. 남편과 간단히 술한잔을 하며 앞으로도 모임이 있는 날에는 저녁을 준비하지 않을테니 아이들과 남편의 저녁밥을 알아서 차려먹어 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나에게 '밥'만 해두고 나가면, 배달을 시켜먹든, 라면을 끓여먹든, 계란에 냉동식품을 구워먹든 알아서 할테니 그리 하라고 했다. 사실 그동안 내가 모임이 있는 날엔 반찬을 더 많이 해둔건 아는데 사실 다 차려서 먹지도 않았다고 했다. 혼자서 챙기니 더 간단하게 먹게 되더라고.
내가 '나'의 시간을 쓰는 것에, 한번도 서운해하거나 싫은 티를 낸적이 없는 남편인데도(겉으로는) 오히려 지지해주는데도, 자꾸만 내 스스로가 눈치를 보며 미안해하고 더 잘할려고 노력하게 된다.
문제는 나는 슈퍼우먼이 아니라는 것.
엄마와 나, 둘다 똑같이 잘해낼 순 없다는 것.
엄마이어야할때는 나를 좀더 내려놓고, 나여야할때는 엄마를 좀더 내려놓자. 더 잘하려기보다 덜 잘할려고 노력해보자. 가족과 나의 꿈 둘다 놓치기 싫은 나에겐, 엄마일땐 온전히 엄마이고, 나일땐 온전히 나일 수 있도록 내가 처한 순간마다 '엄마'일지 '나'일지 선택하고 내 선택에 집중할 수 있는 노오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