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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고래 Jun 06. 2024

수익화 보다 브랜딩

나를 보여주세요.

  블로그에 흥미를 느낀 나는 블로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나는 어느 한 가지에 호기심이 생기면 하나만 파는 게 아니라, 그것과 관련된 것들을 모두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 두루두루 알아야 전체를 보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2년 동안 온라인에서 유명하다는 강사들의 블로그 마케팅과 브랜딩 강의를 들었다. 강사들이 추천해 주는 책도 거의 찾아 읽었다. 강의를 들으며 돈을 쏟아부었지만 내가 원하는 대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모두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으로 수익화하라고 했다. 수익화를 할 수 있는 기술들을 알려주었다. 주로 어떻게 하면 검색했을 때 상위 노출이 될 수 있는지와 방문자 수를 늘릴 수 있는지 등에 관한 비법들이었다. 그런데 강사마다 다 방법이 달랐다. 오히려 나는 더 헷갈리기 시작했다. 블로그로 꼭 수익화해야만 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물론 나도 테드 강연으로 100일간 영어 공부를 하는 온라인 스터디와 제주시온댁이라는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었다. 체험단으로 맛집을 가거나 펜션을 가기도 했다. 소소하지만 블로그로 수익화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나에게 SNS는 수익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첫째, 내 생각을 글로 쓰면서 나를 알아갔다. 내가 쓰는 글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쓴 것이었다.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생각을 블로그라는 공간에 쏟아내면서 가벼워질 수 있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비로소 알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나는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 내 블로그 글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은 누구도 아닌 '나'일 것이다.


  둘째, 돈을 주고도 얻지 못할 귀한 인연을 얻었다. 평소 롤모델로 삼던 여러 작가님과 댓글로 소통하는 경험은 정말 짜릿했다. 게다가 실제로 만나는 기회도 얻게 되었다. 블로그가 아니었다면 쉽게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님뿐만 아니라, 책을 좋아하거나 글쓰기를 좋아하거나, 자신만의 길을 가고 싶어 하는 다양한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글로 적으니 나와 공감대가 비슷한 사람들과 인연이 되었다. 나에겐 온라인으로 마음이 맞는 사람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셋째, 꿈을 이루었다. <엄마의 주례사> 김재용 작가님 북토크에 참석하고, 나는 머리를 심하게 한 대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작가님은 50대 후반이었는데, 블로그에 글을 쓰시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50대에 작가가 되었다고 하셨다. 곱게 차려입고 "꿈은 이룰 수 있고, 꿈은 또 다른 꿈을 데려온다."는 작가님 이야기는 나에게 깊이 각인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그날의 충격을 고스란히 블로그에 글로 담았다. '나는 작가가 되겠다.'고 처음으로 내 꿈이 작가라는 것을 세상에 공표한 날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고 나는 정말로 작가가 되었다.


  이렇듯 블로그에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은 중요하다. 블로그 강의에서는 내 이야기를 쓰면 안 된다고 하였기에, 강의를 들으며 블로그 권태기가 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내 이야기를 쓰고 또 썼다. 그 결과 쓰는 사람, 쓰는 대로 사는 사람 라이팅시온이라고 자연스레 브랜딩이 되었다.


  블로그 강의를 열심히 들었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지 않으니 열심히 따라 하지는 않았다. 강사님이 시키는 대로 키워드를 잘 잡고, 블로그가 원하는 글을 써내는 사람들은 금방 성과로 나타났다. 그들이 부러운 적도 있긴 했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보니 배운 대로 열심히 잘 해낸 사람 중 아직도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면에 나처럼 꼬닥꼬닥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블로그로 수익화도 중요하고, 방문자 수를 늘리는 것도, 상위에 노출이 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 이야기를 써도 된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도 괜찮다. 대신, 솔직하게 세상에 나를 드러내 보면 좋겠다. 내가 쓴 이야기들이 결국 나라는 사람이 살아온 삶의 스토리텔링이 된다. 내가 한 모든 것들은 연결된다. 지금 당장 성과로 나타나지 않아도 꾸준하고 묵묵하게 써나가다 보면 그 사람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브랜딩이다. 반짝 빛나고 지는 스타가 될 것인지, 오래오래 빛나는 은하수가 될 것인지 내가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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