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벽똘 Aug 05. 2020

너도 변하는 게 두려워?

과거사진을 훑어볼 때는 신중해야 한다.



시작은 구글 포토다.



머리 긴 사진이 궁금하다던 친구에게 몇 년 전 사진을 구글 포토에서 찾아 보여줬다.

사진 속에는 지금보다 머리가 긴 나, 그리고 불과 몇 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앳되게 느껴지는 얼굴인 낯선 나를 보게 되었다. 

그 사진을 시작으로 1년 전, 2년 전, 3년 전... 점점 기억의 구석탱이에 숨어 지내던 녀석들과 반갑게 인사해갔다.



꽤나 끈끈한 관계로 알바했던 사람들, 어둑한 저녁시간 왁자지껄하게 집 근처 골목을 산책했던 룸메이트들, 혼자 찍었던 홈트레이닝 영상들, 잊어버리고 있던 캐릭터 쿠션, 나중에 읽어야지 하고 캡처한 비슷한 결의 글들, 지금과는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는 머리 긴 나...



사진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분명 시간을 껑충 뛰어넘어 온 게 아닌데, 언제 이렇게 과거의 나와 멀어지게 된 걸까?'



알바가 끝나고 새벽 이태원을 즐기던 나, 동아리 사람들과 줄기차게 먹고 마셨던 나, 작은 자취방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담으려 영상 찍던 나, 가슴 울렁이는 순간을 글로 남기려 애쓰던 나.

그때의 내가 생생하게 기억나고,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한 일들인데 내가 보낸 시간들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변한다는 게 뭘까? 나는 언제 변한 걸까? 지금은 입지 않고 입었는지도 잊게 된 사진 속 옷들은 언제 내 옷장에서 사라진 걸까? 줄기차게 만나던 사람들과는 언제부터 연락을 안 하게 된 걸까? 넓었던 생활 반경은 또 언제 좁아진 거지? 난 왜 변화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까?



사실 언제라는 건 중요하지 않다. 궁금한 게 그것도 아니고 말이다. 

내가 궁금한 건 이런 거다.



잃어버린 걸 되찾을 수 있을까? 아니, 잃어버렸다는 표현이 이상한 건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건 당연한 건가? 그렇다면 나는 그 변화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앞으로 또 변할 텐데 그 변화들 사이사이를 어떻게 매듭지어줘야 할까?  나는 지금 어떤 변화 중에 있을까? 


그리고 나는 지금... 이 모든 질문들에 답 할 자신이 없고, 다가올 변화들이 두렵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잘 돌보기 위한 노동, 청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