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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벽똘 Sep 16. 2020

인턴 계약 만료를 앞두고

드디어 팀장님께 말했다


1년이 후딱 지나갔다.


19년도 10월부터 지금까지, 첫 사회생활 1년이 끝나간다.

첫 문장에 후딱 지나갔다고 말했지만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얼마간은 꽤 기억에 남는 1년이 될 것 같다.


아래는 인턴생활 6개월이 지날 즈음에 썼던 글이다.

글뿐 아니라 업무일지를 쭉 돌아보니, 한 게 정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첫 사회생활로써 조직에 적응해가는 것 자체가 일이었고, 온통 처음 해보는 잡다한 일들이 끊임없었다.

입시전형(수시/정시)에 관해 묻는 근로학생들에게 나름 척척 답변을 해줄 수 있게 되었고, 

전형 진행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하며 1인분의 몫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마냥 흘려보낸 건 아니다.


https://brunch.co.kr/@bruncha6kb/11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이 1년이 내가 어떤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간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향과 목표가 없어도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도 그런 편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학교 취업팀에서 공백기도 없애고 일 경험도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수단으로 교내 행정인턴을 추천했고, 나는 딱히 가릴 게 없었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지원했다. 그리고 첫 3개월 정도 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금방 다른 곳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취업팀에서, 다른 동기들이 그렇게 말하니, 나도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돌아보면 그건 나의 목표도 생각도 아니었다. 그냥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를 가게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 정도의 수준이었던 게 아쉽다. 


계약 종료 후 다음 스텝을 계획할 때는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봐야겠다. 일을 배워가는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일 잘하는 사수를 관찰하고,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방법을 찾아보고, 나름의 성취감을 느꼈던 경험은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다.





계약만료일을 앞두고 고민이었던 것은, 6개월가량 아르바이트로 더 일해주면 어떻겠냐는 제안 아닌 제안 때문이었다. 사실 입시는 10월 이후로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팀 입장에서도 해본 사람이 하는 게 편하다. 작년에 있던 선임자도 그런 방식으로 좀 더 업무를 이어갔었다고 하고. 


처음엔 일을 더 할 수 있으면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알바도 구하기 힘든 요즘이기도 하고, 당장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행정업무나 입학업무 쪽으로 계속 가보고 싶다는 흥미가 딱히 없었고, 새로운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여지도 없었다. 게다가 내년 하반기쯤이면 전세계약도 만료되기 때문에 주거가 불안정하다면 직업이라도 안정적이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실업급여가 나오는 5개월가량 동안은 직무탐색을 적극적으로 하고, 자소서도 지금보다 양을 더 늘려보고, 필요한 스펙들도 보완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소속감과 돈보다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주어질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가고 있다.





이런 내 생각을 팀장님께 말하기까지가 상당히 어려웠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의사전달일 뿐인데 나도 참 이상한 데서 소심하다 싶었다.

학부시절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그랬다. 그냥 내 의견,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일 뿐인데 뭔가를 요구해야 하거나 거절해야 하는 경우엔 입을 떼기가 참 어려웠다. 이번 경우에도 거의 3일 정도 망설였다. 


팀장님이 워낙 바쁘시기도 했다. 연속된 회의 참여와 여러 스케줄 때문에 그 틈을 노려 내가 말할 타이밍을 잡는 게 어려웠다. 어찌어찌 타이밍을 잡아 말하는데 목소리는 왜 떨리는지(ㅋㅋㅋ), 정리해 둔 생각을 말하는 건데도 긴장해서 말이 빨라지는 것 같았다. 소통하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드디어 정리가 됐구나 싶어 후련했다. 


남은 휴가를 쓰고 나면 일주일 정도 시간이 남는다. 이 일주일 동안 1년 간의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함께했던 사람들과도 잘 인사하고 싶다. (퇴사 선물 검색하러 가봐야지...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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