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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Sep 13. 2016

입을 보고 말해요

소리를 보는 친구

옥스퍼드의 하늘이 유난히 맑았던 4월의 어느 아침, 날씨와는 반대로 학원으로 가는 내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옥스퍼드 생활도 익숙해지고 수업도 지루하고 '하루쯤 빠질까'생각하던 중, 거리 저쪽에서 첼로 선율이 들리는 순간 난 걸음을 옮길 수 없을 만큼 음악에 푹 빠지고 말았다.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가 얼마나 달콤했던지 그날 아침의 우중충한 마음이 단번에 사라지고 공부할 의욕도 만들어주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빈 강의실에 도착했는데  여운이 남아 그 음악을 검색해서 듣고 있는 동안 교실에 새로운 학생이 들어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Good morning'(안녕하세요?)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 수업 준비를 하다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음악을 크게 틀어도 되느냐,  '아베마리아'를 좋아하느냐 등. 그런데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더니 드디어  그 사람이 입을 열었다. "When you speak, please look at me. I can't hear, but I can read your lips(나는 청각장애가 있어요. 하지만 당신의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답니다. 나를 보고 말해주세요). 머리가 띵했다. 그 사람에게 말소리는 듣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었다. 소리를 듣지는 못하지만 말하는 입모양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소리를 본다.

 

그런 경우를 간혹 보기는 했지만 보통은 말소리가 조금 어눌하거나 소리가 지나치게 큰 경우가 많은데 말소리도 차분하고 목소리 톤도 일정했다. 게다가 그런 경우는 모두 모국어였는데 이 친구는 외국어인 영어를 완벽하게 하는 것이었다. 모국어인 프랑스어는 그렇다 해도 어떻게 영어까지 이렇게 잘할 수 있는 걸까?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영어를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던 나로서는 2개월여 지켜보는 동안 놀랍고 신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글쓰기 능력도 탁월했고 어떤 주제든 본인의 의견을 제시했으며, 가장 놀라운 건 수업 내용의 90%를 이해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독해 능력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장애 없이 외국어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렇게 훌륭하게 영어를 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노고가 있었을까 생각하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무슨 말인지 영어를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던 나로서는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뿐.  대화 도중, 상대방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매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본인이 듣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내 마음도 아팠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을, 자기 잘못이 아닌 것을, 존재 자체로 이미 훌륭한 것을. 


그 친구의 고향은 프랑스 '알자스'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며 독일과 국경을 마주한 곳.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영국에서 법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 한다. 유럽에서 대학(대학원)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IELTS'(아이엘츠)라는 영어 점수가 필요한데 최근 목표 점수를 땄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하지만 'Brexit'(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로 고민이 깊어진 것 같았다. 영국의 EU 탈퇴로 그동안 EU 회원국 간 누렸던  많은 것들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비자 면제, 자유로운 취업 등이 이제 더 이상은 안될 것이다. 친구의 고민은 더 깊어지겠지만 어떤 일이든 잘 해내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활용도가 높아가고 있는 'IELTS'(아이엘츠)에 대해  알아보겠다. 일부 대기업에서 토익(TOEIC) 대신 이 점수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학원가에서도 점차 개설이 많아지고 있는 시험이기도 하다. 토익이 실무용이라면, 아이엘츠는 학문용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에 있는 대학(대학원) 진학 시 요구되는 시험이다. 대학과 전공, 국가마다 상이하지만 최소 6.0 이상, 보통 6.5 이상을 요구한다. 읽기/쓰기/말하기/듣기의 네 영역을 모두 테스트하는데. 시험 내용도 범지구적, 학문적으로 네 영역에서 모두 교육, 환경, 교통, 과학, 기술 등의 주제를 다룬다. 특히, 독해 지문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내용 자체도 어렵고  질문도 많아 시간 내에 정확히 풀기가 만만치 않다. 독해 지문은 3개이고 한 지문당 10개 내외의 문제가 나온다. 쓰기 영역은 두 분야로 나뉘는데, 하나는 그래프 분석, 프로세스 설명 등이고 다른 하나는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 '정부 기금이 아티스트를 위해 쓰여야 하는가 또는 그렇지 않은가'와 같은 에세이다. 말하기 부분은 일상적인 것부터 심오한 영역까지 두루 다룬다. 예를 들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지난 50년 동안 과학이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켰는가?'등.  듣기 영역은 모두 네 부분인데 뒤로 갈수록 역시 주제도 어렵고 속도도 약간 빨라진다.


아이엘츠에 비하면 토익은 쉬운 편이다. 실생활에서 접하는 실무 영어이고 트릭(trick)이 적기 때문이다.  올해 5월부터 좀 더 까다로워진 새로운 토익이 나왔는데 달라진 비즈니스 환경과 온라인 생활을 많이 반영한듯하다. 대체로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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