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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Sep 28. 2016

왜 마흔에 어학연수를?

80세 수리수리 마수리와의 가상 인터뷰

7개 국어에 능통하다고 들었다. 타고났나?

(웃음) 전혀요. 저는 외국어 공부를 40대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매우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40년이라는 세월이 또 흘렀네요. 처음에는 영어부터 시작했습니다. 영어를 10년 이상 공부했어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것의 원인이 뭘까 생각해보니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해외로 연수를 떠났습니다.


어디로 다녀왔나?

몰타, 인도, 영국, 독일에 체류했었고 여러 나라들을 여행했습니다.


지금은 몰타가 영어 연수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생소했을 것 같다.

저도 그때는 처음 들어보는 나라였습니다. 지중해에 있는 아주 작은 섬나라인데 나라 전체가 황토색으로 중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줄리어스만'의 야경과 산책길, 코미노 해변을 잊을 수 없네요. 몰타는 다른 연수 국가에 비해 생활비가 저렴하고 영국식 영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기후도 따뜻하고 치안도 좋은 편이고요.  특히 제가 다녔던 학원은 국적 비율이 다양했습니다. 유럽권은 물론이고 남미, 아랍, 동양인 등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제가 갔을 때는 브라질인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정말 사교적입니다. 영어도 잘하고. 활발하고. 적극적이지 않은 저도 브라질 사람들과는 친근하고 편하게 지냈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학원도 성수기여서 학생 수도 많고 따라서, 친구 사귀고 놀기에는 더없이 좋은 시기입니다. 학생 수가 많으니 수업 시간과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고요. 똑같은 과정이 여러 개 개설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시기에는 관광객 수도 절정기여서  중심가는 매우 시끄럽고 붐빕니다.  젊은이들이 몰타로 연수를 가면 다양한 야외활동과 파티를 통해 친구도 사귀고 영어 실력도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해변이 많아서 수영이나 수중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하지만, 클럽, 레스토랑, 카지노 등이 몰려있는 '파처빌'에서는 소매치기 등을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클럽에서 휴대전화 분실 사건이 자주 발생하니 밤 문화를 즐길 때에는 소지품 관리에 신경 써야 합니다. 유명세를 타다 보니 요즘은 치안이 나빠졌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2015년에 갔을 때에도 여러 곳이 공사 중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더 많이 개발되었겠지요.


7개 국어는?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이태리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합니다. 프랑스어, 일본어, 포르투갈어는 영어 연수에서 만나게 된 각별한 친구들 때문에 배우게 됐고 오페라를 보기 위해 이태리어를, 독일 문학을 알고 싶어서 독일어를, 마지막으로 스페인어를 공부했습니다. 그 당시, 해외에 있는 동안 영어 다음으로 스페인어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느꼈거든요.


40대에 처음 영어 연수를 떠나기 전, 해외여행이나 연수, 출장 등을 자주 다녔나?

아니요. 기차, 버스, 자동차, 베, 패러 글라이딩, 에어 벌룬... 모든 탈 것들을 보기만 해도 설레던 저는, 30대 초반에 국내선,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국제선 비행기를 처음 타봤습니다. 그전에는 그저 '공항 놀이'로 마음을 달랬지요. 그러다가 2014년 4월 16일, 고등학생 수학여행단과 승객들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그해에는 각종 개인정보 유출과 남용, 정보기관의 일반인 통신 감청이 드러나고 시리얼 대장균 검출, 송파 세 모녀 사건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것이 너무 비참한 해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떠나고 싶었습니다. 마침 제 버킷리스트 1번이 영어 연수이었던지라 앞뒤 재지 않고 바로 준비해서 약 1년 후, 떠났습니다. 


그게 전부인가, 다른 이유는 없었나?

좁은 한반도에서만 살다 가기 싫었던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였습니다.  세계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이야기하고 싶었고 내 가족, 내 나라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글로벌 이슈에 대한 해외의 시각은 어떤지 궁금했어요.  국내 문제도 산적해있었고 국내 여행지도 다 못 가봤지만  해외로 나가고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요.  일례로, 유럽은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고 이동 수단도 다양합니다.  버스, 기차, 비행기, 배.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위로는 북한이 있어서 국가 간 이동 수단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람들의 사고와 막혀있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사고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어학연수를 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10대 후반부터 20대의 젊은이들이었는데 영어의 능숙도를 떠나 그들은 무엇이든 얘기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생각을 물어보는 질문이 많은데 그들은 콘텐츠가 많았고  막힘없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세계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우리도 유라시아 대륙 횡단 열차가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넓은 세계를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죽음이 언제 올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죽음이 언제 올지 몰라서 떠났습니다.  20대에 두 개의 커다란 사건이 일어났는데  미국의  9.11, 한국의 삼풍 백화점 붕괴가 그것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사고. 길을 걷다가,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다가, 지진, 홍수, 폭풍, 테러, 내전 등. 우리는 위험사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죽음을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 것이지요. 꿈꾸는 것을 실행하지 못하고 생각만 하다가 후회하는 것보다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40대 이상의 해외 어학연수 희망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여러분이 떠날 수 없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다. 특히 1년 이상의 장기간 연수라면 일의 공백도 생기고 귀국 후 적응 기간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재정적인 타격아 클 것입니다. 모두 무시하고 떠나는 것 또한 무모한 일이 될 테지요. 저 또한 귀국 후 한동안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고생도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떠날 때의 기준은 한 가지였습니다. '내가 80이 되었을 때 어학연수 다녀온 것을 후회할까 아니면 더 늦기 전에 40에라도 다녀온 것을 잘했다고 생각할까'. 답은 명확했습니다. 그래서 떠났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가진 것이 많을수록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되고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버려야 새로운 것으로 채워질 수 있습니다. 


영화 대사를 소개하면서 수리수리 마수리와의 가상 인터뷰를 마칩니다.


"You are a world traveler. Have many friends, many experiences. You will lose all your money. Don't worry you will get it back again. I think in next six to ten months."(세계를 여행하면서 많은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하지만 돈을 모두 잃을 겁니다. 하지만 여섯 달에서 열 달 후에는 그 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으니 걱정 말아요./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고> 중에서).


팟캐스트 <우왕좌왕 싱글 라이프> 9화-릭샤, 이 아낙이 사는 법

http://www.podbbang.com/ch/14588?e=22371608

팟캐스트 <우와좌왕 싱글 라이프> 3화-이 나이에 어학연수

http://www.podbbang.com/ch/14588?e=22349229

팟캐스트 <우와좌왕 싱글 라이프> 

http://www.podbbang.com/ch/1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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