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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Oct 15. 2017

내 손의 양파 냄새

오로빌에서의 자원봉사


농장


깡마른 체형과 헤어 스타일이 버지니아 울프를 떠올리게 하는 J, 커담한 자전거에 빠알간 사리를 입고 나타났다.

이외수 작가의 프랑스인 버전, A. 안경까지 비슷하다.

학교 졸업하고 1년간 갭이어(Gap Year)를 갖고 있는 Y

선생님이었던 L, 흙을 참 소중하게 다룬다. 1년째 일하고 있다

농기구 사용법을 알려준 E, 베테랑 농부의 풍모가 느껴진다

소리 없이 성실히 일하는 C


독일인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프랑스인. 주인도.

주로 영어를 사용하지만 아무래도 자기들끼리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에 두 번, 7시에 시작해서 12시에 끝난다. 

아침은 9시, 빵, 과일, 커피 등을 농장에서 준비해준다. 이 시간에 마시는 커피는 내게 보약이자 피로 회복제이다.


이 농장은 한국에서 미리 연락해둔 곳이다. 인도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시작하기로 했는데 2주가 지난 후에야 참여하게 되었다. 

지리, 자전거, 날씨 등에 적응하기 바빴고 그러는 동안 체력은 바닥이 나서 농장 일까지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 그리고 처음 묵었던 숙소에서 너무 멀었다. 그사이 주방 자원봉사를 먼저 시작하게 되었는데  농장은 하지 말고 주방 일만 할까 생각했지만 약속을 어기는 것이 너무 불편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후 바로 시작했다.  

역시 농장일은 고되다. 땡볕에 노출되어 있는 것 자체가 중노동이다.

선배들이 끊임없이 조언한다. 물을 자주 마셔라, 힘들면 쉬었다 해라, 몸의 말을 따라라. 즉,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땅을 갈고 거름을 주고 작물을 심고 염소 먹이를 주고.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다. 밭에는 온갖 요상한 벌레들이 살고 있다. 징그러워서 얼른 덮어버리지만 그 생명들이 있어야 건강한 땅이 되는 것이니 반갑기도 하다. 


주방

 

오늘은 유난히 실수가 많았다. 

샌드위치 소스를 잘못 바르고 짜파티 소스는 부족했으며 피망은 너무 크게 썰었다. 배에 힘이 들어가고 등에서 땀이 주르륵 흘렀다. 


일주일에 두 번, 9시에서 12시 30분까지 일한다.

일 시작하기 전 모두 모여 1분여 명상 시간을 갖는데. 나는 '오늘도 무사히, 안전하게'를 되뇌인다. 칼을 다루니까. 

10시는 차 마시는 시간. 쉼표 시간이다.

여기도 주인이 프랑스인. 80대인데 모든 주방 업무를 건사한다. 재료 관리, 음식 만들기, 인력 관리 등.

티베트인, 인도인도 있지만 역시 프랑스인이 대부분.

한 분이 독일 주방용품을 칭찬하길래 독일인인 줄 알고 Guten Morgen(=Good Morning)이라고 인사를 건넸는데 돌아온 대답은,

Good Morning! 

그분도 프랑스인이었다.

주방에서 고작 닷새 일해본 나도 독일 주방용품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르다. 


주방의 꽃은 역시 칼. 칼이 잘 들어야 만사형통이다. 일의 속도도 오르고 몸이 편하다. 칼이 무디면 손과 어깨에 무리가 간다. 

식재료를 다듬고 썰고 볶고. 단순해 보이지만 메뉴에 따라 재료와 크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일류 요리사들이 재료의 색깔, 모양, 크기에 예민한가 보다. 

덕분에 내 손에서는 양파 냄새가 난다.


요리 경험이 많지 않은 나는 속도가 느리다. 잘하는 분들은 벌써 칼질 소리가 다르다. 경쾌하다. 

내 도마에서는 장기 두는 소리가 나고 다른 도마에서는 따발총 소리가 난다. 

그래도 분명한 건 장기 두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요리에 겁먹지 않고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 텃밭을 가꿀 지혜가 생겨나고 있다. 


'한 그릇의 밥 속에는 하늘과 땅과 사람이 담겨 있다'


오로빌에서 자원봉사하려면


오로빌리언이 되려면 보통 '게스트' 3개월, '뉴커머' 1년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게스트 기간 동안 자원봉사를 통해 추천서를 받아 엔트리 비자(Entry Visa)를 받는 것이 순서다. 혹은 5-6개월 이상 장기 자원봉사 시,  오로빌의 SAVI Team을 통해 한국에서 미리 그 비자를 취득하고 인도로 입국할 수도 있다. 


오로빌리언이 되려는 사람만 자원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기 자원봉사를 선호하기는 하지만 기회는 열려있다. 


SAVI Team 
자원봉사 자리를 알아볼 수 있고 엔트리 비자 취득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메일 주소
study@auroville.or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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