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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Oct 14. 2017

오로빌에 온 이유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줄 수 있다


오로빌에 오기 직전, 한국은 살충제 계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터져 나오는 00 파동이 있을 때마다 이익을 취하는 부류와 맥없이 무너지는 사람들, 앞뒤 가리지 않고 뉴스를 소비하는 맹신자, 가격 폭등과 급락.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다시 이어지는 00 파동. 


공장 축산, 대량 생산으로 얼마나 많은 폐해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 

생산자도 결국 피해자가 된다.

미디어에, 외부 경제에 휘둘리지 않고 좀 더 주체적으로 소비할 수는 없을까?

자급자족이 떠올랐다. 그래, 텃밭을 가꾸고 음식을 만들자. 

자급자족에 대해 생각하자 자연스레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중 하나가 오로빌이었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 원래 계획보다 일찍 오게 되었는데, 지금 이곳으로 이끈 신의 뜻은 과연 무엇일까?


오로빌리언  소식지. 


부끄럽게도 나는 한 번도 농사일을 해봤거나 정식으로 요리를 해본 적이 없다. 워낙 손재주도 없고 살림에도 취미가 없어서 그냥 그런대로 살아왔다. 바깥 음식은 때로 맛이 너무 강하고 자극적이어서 즐겨하지 않는 데다 음식도 못하니 먹는 것이 항상 고민이었다. 다행히 요 몇 달간은 언니가 해주는 밥을 맛나게 먹을 수 있었지만.


그런 이유로, 지금 생태 농장과 주방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농장일은 고되고(서툴기까지) 주방일은 서툴다. 다른 분들은 토끼, 나는 거북이다. 그래도 꼭 거쳐야 하는 과정. 

수십 번 넘어지고 까이면서 자전거 실력이 늘었듯 시간이 지나면 손에 익어질 것이다. 설령, 자급자족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땅을 일구고 거름을 주고 식물을 심고 식재료를 다듬고 볶고 썰면서 나는 또 다른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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