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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Oct 13. 2017

내 빨래는 어디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다 보면

며칠째 빨래의 행방이 묘연하다.




사내아이들은 씩씩했다. 

쿵쿵, 쾅쾅.

1층에서 2층 방을 향해 소리도 마음껏 질러댔다. 

위층에 새로 들어온 게스트. 사내아이만 셋이다.

밤까지 계속되는 소음에 더는 참지 못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제발 조용히 해달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을 곧 옮길 거라는 답과 함께 문이 쾅 닫혔다.

뭐 이런 싸가지. 

하지만 더 따져 물을 수도 없었다. 얼굴에 이미 짜증, 피곤, 체념이 가득했다.

발길을 돌리는데 다시 문이 열리고 남편이 나를 불러 세웠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내가 무척 피곤한 상태이며 미안하다고 했다. 누군가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를 한 것 같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가 속옷 차림으로 서 있었으니까.

내가 멀어지기 전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급한 마음이었는지, 인식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그런 문화인지.

아무튼 아이들을 통제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니 넘어가는 수밖에.

지금도 소음은 여전하지만 첫날의 천방지축은 아니니 참아야지. 그리고 아이들은 존재 자체로 기쁨을 주기도 하니까.



 

속옷과 수건이 없어졌다.

빨래를 내놓으면 늦어도 다음 날에는 찾을 수 있는데 며칠째 행방이 묘연하다. 

수시로 건조대를 찾아갔는데 계속 그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세탁물들이 있었다. 혹시나!!

아름다운 색깔의 내 속옷들은 흉측한 색깔로 변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못 알아보고 계속 찾아 헤맸던 것이다. 대체 세탁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다른 사람의 옷에서 빠진 염색물에 물든 것 같다. 너무도 끔찍한 색이다. 

세탁물 내놓을 때 사진을 찍어두면 좋다. 분실 대비이기도 하고 어떤 옷을 내놓았는지 기억 못 할 때도 있다. 지난번에도 옷을 못 찾은 적이 있었는데 사진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

방별로 분류해서 빨면 좋으련만 여기저기에서 나온 빨래들을 마구잡이로 한 군데에서 섞어 빠는 것 같다. 


This is India. 뭘 더 바랄까. 여기는 인도인 것을.


짜이 가게에서 컵 씻는 것을 보고 말았다. 고여있는 물을 손으로 떠서 두 번 헹구더라. 그걸로 끝.




인터넷이 문제다.

신호는 빵빵하게 다 뜨는데 브런치에 연결이 안 되었다. 일주일을 참다가 숙소를 옮기겠다고 말하던 중 마침 옆에 한국인 투숙객이 있길래 사정 얘기를 했더니 해결해주었다. 

역시 공대 출신. 크롬에서 사용하는 확장 프로그램을 하나 설치해줬는데 그 뒤로는 브런치에 접속이 되었다. 

점심을 대접했다. 내 노트북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해줬는데 열끼인들 못 사주랴. 덕분에 나도 모처럼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며칠 페이스북 자체의 오류로 브런치 로그인이 안됐다. 이제 겨우 로그인이 되었는데 지금은 또 전기가 말썽이다. 낮에는 전기 공급이 확 줄어들기 때문에 콘센트에 연결해도 전기를 쓸 수 없다. 노트북 배터리는 점점 줄어들고 나는 아직 써야 할 분량이 남았다. 비상시에 쓸 수 있는 콘센트로 옮기면 전기는 쓸 수 있지만 거기는 인터넷이 안 터진다. 인터넷과 전기, 내 진을 빠지게 한다.




택시, 릭샤 등 교통수단이 필요하면 게스트하우스에 부탁하면 불러준다. 그리고 릭샤와 택시를 이용하다 기사가 마음에 들면 직접 명함을 받아서 필요할 때 부르면 된다.  


오로빌 카드도 일주일 만에 받았고 이불도 필요하다는 말을 3번 한 후에야 받았다.

방 청소해달라고 말하면서 아예 시간을 못 박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약속을 지켰다. 


속 터지는 일도 있고 진 빠지게 하는 일도 수두룩하지만 40대의 나, 화 낼 기운도 없다. 화내는 데까지 쓸 에너지가 없다.

앗! 이번 글은 검색 키워드가 '속옷'이 돼버리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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